나를 해치는 생각,
누군가를 미워하는 감정,
사소한 일에 화내는 버릇.
그게 다 결국은 내 손해라는 걸,
시간이 유한하다는 걸 느끼면서 비로소 깨달았다.
60대를 바라보며 알게 되었다.
삶은 점점 좁아지는 원처럼,
어느 순간, 끝이 보이기 시작한다.
유시민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통계청은 우리의 '예상수명'까지도 안내하며,
60이 되면 우리에게 남은 날들을 숫자로 보여주고, 어떤 질병을 갖는지,
몇 번의 아침을 더 맞이할 수 있을지도 계산해준다고 한다.
그 숫자 앞에 서서 나는
“이 마음을 계속 품고 살아야 할까?”라고 묻는다.
이제는 되도록 부드럽게,
되도록 다정하게,
세상과 관계 맺고 싶어진다.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나는 그 안에서 더 많이 내려놓으며 살아가야 한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은 더 이상 무한하지 않다는 사실을 실감한다.
'앞으로 내가 살아갈 시간이 얼마나 남았을까?'
아무리 백세시대라고 해도,
내가 살아갈 수 있는 시간은 길어야 20년이다.
그래서
나를 해치는 생각,
타인을 미워하는 감정,
불필요한 분노,
이런 감정들이 남은 시간 앞에서 무의미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마음속에서는 이런 생각이 자주 고개를 쳐든다.
“화내면 내가 손해다.”
그래서 점점 덜 날카롭게,
더 부드럽게 세상과 관계를 맺고 싶어진다.
그게 마음의 평화를 지키는 일이라는 걸 이제는 알 것 같다.
게다가 계절처럼 신체의 기온도 내려가고,
젊었을 때처럼 부딪치며 사는 것도 점점 힘들어진다.
나에게 몇 번의 아침이 남았는지,
며칠을 더 깰 수 있는지......
확실하진 않지만 가늠할 수는 있게 된다.
그러니 이제는,
남은 날들을 더 아끼며 살고 싶다.
화를 덜 내고,
미움을 덜 품고,
나 자신에게 상처 주는 생각도 덜어내면서.
내려놓은 삶을 즐기면서,
나를 사랑하는 삶을 살고 싶다.
살아가다 보면 어느 날,
문득 멈춰 서서 ‘시간’을 마주하게 된다.
어느 계절의 끝자락이거나,
생일이 다가오거나,
누군가를 떠나보낸 날,
아니면 단지 고요한 저녁노을 앞에서 일지도 모른다.
그 순간 ‘삶의 시간’이라는 거대한 흐름 앞에
서 있는 나를 발견한다.
나는 시간을 따라 흐르지만, 동시에 시간에 질문을 던진다.
‘나는 얼마나 살았는가’보다는
‘어떻게 살아왔는가’를.
‘얼마나 남았는가’보다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가
더 중요하게 다가오는 시점이 있다.
이따금 삶의 속도를 늦추고,
시간이 주는 침묵 속에서 나를 돌아본다.
그동안 지나온 날들이 모두 의미 없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때로는 아팠고,
때로는 웃었으며,
때로는 그냥 버텼다.
그 모든 시간들이 모여 오늘의 나를 만든 것이다.
삶의 시간 앞에 드는 생각들은
결국,
"내가 진짜 원하는 삶은 무엇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으로 향한다.
무언가를 이루기 위한 삶이 아니라,
나답게 존재하기 위한 삶.
누군가의 기대를 채우는 삶이 아니라,
'내 목소리를 듣는 삶'이어야 한다.
절대로 '아등바등 살지 말 것!'
무언가를 향해 끊임없이 달려가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왜 그렇게 애쓰는지도 잊게 된다.
조금 느려도 괜찮다.
조금 비워도 괜찮다.
아등바등 살지 않아도,
인생은 여전히 아름답다.
남은 내 삶을 여전히 즐겁고 재미나게 사랑하자.
그게 남은 날들에 대한 예의일 것 같다.
- 세네카 『인생의 짧음에 대하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