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엄쉬엄, 한강에서 만나는 ‘내 페이스’의 축제

by 남궁인숙

제2회 쉬엄쉬엄 한강 3종 축제

2025년 5월 30일(금) ~ 6월 1일(일)

뚝섬한강공원

주최: 서울특별시


ENJOY THE RACE AT YOUR OWN PACE



‘쉬엄쉬엄 한강 3종 축제’는 ‘쉬엄쉬엄’이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경쟁보다는 즐기며 참여하는 여유 있는 분위기의 스포츠 축제다.

‘3종’은 일반적으로 철인 3종경기(수영, 사이클, 달리기)에서 따온 말로 여가형 행사를 일컫는다.

'한강 뚝섬공원' 달리기 등 다양한 야외활동을 즐기기에 좋은 서울의 대표적인 한강공원으로,

영문 슬로건 “Enjoy the race at your own pace(자기 페이스대로 레이스를 즐기세요)”는 포스터의 문구와 아주 잘 어울린다.

'쉬엄쉬엄 한강 3종 축제'는 경쟁보다는 참여자 개개인의 속도에 맞춘 즐거운 체험을 강조하고 있다.


주말 아침, 산책 삼아 한강을 따라 걷다 보니 '쉬엄쉬엄 한강 3종 축제'에 참가자들이 달리기를 한다.

아빠와 아들,

젊은 남녀,

사이좋은 부부,

친구들끼리,

끼리끼리 달리며 담소를 나눈다.

그들의 모습에는 행복이 묻어난다.



도시를 살아간다는 건 끊임없는 속도와의 싸움인 것 같다.

매일 출근 시간에 맞춰 종종걸음 치는 아침,

빠르게 바뀌는 기술과 경쟁 속에서 숨 고를 틈 없는 일상이 펼쳐진다.

그런 우리에게 ‘쉬엄쉬엄’이라는 말은 얼마나 근사하게 들리는지......


2025년 6월의 첫날 아침,

서울 뚝섬한강공원에서 열리는 ‘제2회 쉬엄쉬엄 한강 3종 축제’는 그 이름처럼 경쟁 없는 쉼표 하나를 건넨다.

수영, 달리기, 자전거는 우리는 알고 있는 스포츠다.

이 조합은 보통 철인 3종경기처럼 강인함을 요하는 종목이지만 이 축제의 철학은 달라 보인다.

그야말로 나의 속도로 즐기는 레이스였다.


"ENJOY THE RACE AT YOUR OWN PACE"


누가 이기고, 누가 빨랐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땀을 흘려도 좋고,

잠시 멈춰 사진을 찍어도 좋다.

누군가와 나란히 걷고,

자전거를 타고 한강 바람을 맞으며 내 속도로 페달을 밟는 것.

그것이 이 축제의 진짜 목적일 것이다.



한강의 강변을 따라 걸으면서 서울이라는 도시가 얼마나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있는지 다시금 느낀다.

롯데 타워가 솟은 도심의 스카이라인과,

강물을 따라 흐르는 수면 위 물살들이 부드럽게 물을 가른다.

그 사이사이에서 여유를 즐기는 시민들의 모습은 이 도시가 주는 진짜 위로일지도 모른다.


경쟁보다 경험,

기록보다 기억,

서울특별시가 주관하는 이번 축제는 스포츠의 본질을 다시 묻게 한다.

정해진 기록을 경신하는 것이 아닌,

나 자신과의 조우를 위한 시간이다.

참가자들에게는 무언가를 성취하지 않아도 충분히 값진 하루였을 것 같다.

그저 자기 리듬대로, 쉬엄쉬엄.

그러다 보면 어느새 도착해 있을 것이다.

그곳은 결승점이 아닌,

마음이 놓이는 자리일 테니까.



도시가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은 ‘쉼’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한강변에 살면서 서울이 고맙게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다.

새벽에 눈을 떴을 때, 한강 건너편에서 서서히 떠오르는 해를 보는 순간,

이때 누구보다 가장 고요한 서울을 느낀다.

그리고 휘뚜루마뚜루 대충 옷을 걸치고도 새벽이든 한밤 중이든 한강을 따라서,

시도 때도 없이 걸을 수 있다.

또, 주말이면 한강변 잔디밭에 돗자리를 깔고서, '치맥'을 즐길 수 있다.


뚝섬한강공원부터 강변을 따라 자기 속도로 걷고 있는 시민들을 문득 바라보며,

그들의 행복한 일상에서 서울이 주는 '쉼'은 타의 부러움이다.

강변을 따라 걷고,

바람은 적당히 불고,

햇살은 따스하다.

문득 시선을 돌리니, 저마다의 걸음으로 나아가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온다.


누군가는 이어폰을 꽂고 빠르게 걷는다.

또 다른 누군가는 느릿한 걸음으로 산책을 즐기고 있다.

강아지를 데리고 나온 이도,

유모차를 미는 부모도 있다.

그 모두가 자신의 속도로 걷고 있다.

시간에 쫓기지 않고,

그저 자기 호흡에 맞춰 걷는 삶이다.


나는 얼마나 자주 내 속도를 잊고 살아왔을까.

다른 사람의 리듬에 맞추느라,

내 걸음이 무거운 줄도 몰랐던 시간들.

오늘 한강을 따라 걷는 사람들은

누구보다 자유롭고 아름다워 보였다.

그들은 '누군가의 기준'이 아닌, '스스로의 기준'으로 길을 걷고 있었다.

누구의 시선도 의식하지 않고,

누구의 속도에도 휘둘리지 않고,

지금 이 순간, 본인 발에 맞는 리듬으로 쉬엄쉬엄 걷는다.

강변의 바람처럼,

가볍고 자유롭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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