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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새작가 Jan 28. 2022

나는 원장 선생님이가 제일 좋아!

  만 2세 반 장난꾸러기 00이는 점심 먹고 나서 낮잠 시간만 되면 잠을 자지 않겠다고 떼를 쓴다. 담임선생님은 이 아이를 어떻게 하지 못하고 어르고 달래고 하다가 급기야 원장실에 맡기고 교실로 가버린다.

  이 귀여운 녀석을 데리고 종알 종알 대화를 하다 보니 언어발달 수준이 만 3세 이상이다. 만 2세가 300개의 단어를 구사한다면 만 3세는 1,000개 정도를 구사할 수 있다. 말 귀를 잘 알아듣고 이해력이 빨라서 무슨 이야기를 해도 발음이 정확하고 표현이 단단하다.

'넌 언어 천재구나'

  00이가 너무 똑똑해서 선생님을 골탕 먹이는 것 같다.


  00이를 데리고 보육실에 들어가서 조각보만 한 00이의 요에 엉덩이를 구겨 넣으며 함께 누워보았다. 00이의 얼굴을 만져주고, 이마를 쓰다듬고, 콧잔등을 톡톡 두드려보고, 귓불을 만져주면서 "넌 어쩌면 이렇게 잘 생겼니? 이렇게 잘 생긴 사람은 행동도 멋지게 해야 친구들도 좋아하고, 선생님들도 00이를 더 예뻐하는 거야. 그래야 너의 잘 생긴 얼굴이 빛이 난단다."라고 해주었다.

  그리고 아이들이 낮잠 자는 동안 담임선생님이 틀어주는 음악소리를 잘 들어보자고 했다. 흘러나오는 음악소리 중에 어떤 악기 소리가 들리는지 물으니 피아노 소리가 들린다고 한다.

"어, 피아노가 00이에게 말을 하네?" 하면서 나는 목소리를 바꾸어 아주 조그맣게 피아노 음성을 내어보았다.


 "00아, 내 피아노 소리 들리니? 지금은 잠잘 시간이야. 눈을 감고 내 피아노 소리에 집중해봐."

"00아, 내가 너 잠 잘 자라고 너를 위해 연주하고 있어. 00아, 지금은 잠잘 시간이야."


"피아노가 말을 하네. 00이 귀에 피아노가 말하는 게 들리니?" 그랬더니 00이는 고개를 끄덕끄덕하면서 실눈을 감고, 피아노 소리에 귀 기울이며 숨소리가 커지더니 스르르 잠이 든다.

'녀석, 결국 이렇게 잘 거면서 안 자려고 그렇게 떼를 쓴 거니?'


  잘 들으려고 하는 것은 상대의 마음에 집중하려는 존중의 의미가 있다. 결국 잘 들어주는 사람은 인간관계가 원만하고 소통을 잘하게 된다. 더 나아가서 사회적으로 성공할 확률도 높다.

  00이가 선생님 말씀에 귀 기울이는 습관을 잘 들여주기 위해서는 00이의 말을 귀 기울여서 끝까지 들어주는 부모의 모습, 교사의 모습이 좋은 모델이 되어 결국 00이도 부모나 교사의 말에 귀 기울이는 모습을 배우게 될 것이다.


  나는 이틀 동안 낮잠시간마다 잠을 잘 자고 있는지 원장 선생님이 보러 오겠다고 약속하고, 낮잠시간이 끝날 무렵 보육실에 들어가서 오늘 낮잠을 잘 잤는지 물어보았다.

  드디어 3일째 되는 날은 내가 보육실에 들어가자마자 쪼르르 달려오며 "오늘 00이 낮잠 잘 잤어요"라고 한다.

  손주를 볼 나이가 되어가니 올망졸망한 이 아이들이 장난꾸러기여도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다. 담임교사들은 버릇 나빠진다고 너무 예뻐하지 말라고 하지만 원장 선생님 눈에는 마냥 귀엽고 사랑스럽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더 예쁘고 참 잘 생겼다.

  오목조목하게 구조를 잘 이룬 눈, 코, 입이 모두 사랑스럽다. 오뚝한 마늘 코, 무얼 먹어도 귀여운 오종종한 입, 단추 구멍만 한 영리한 실눈, 나비 모양의 귀, 계란형 얼굴에...... 어디 하나 빠진 곳이 없는 싱싱한 피망 같은 이 녀석은 최고로 장난꾸러기다.


  오늘은 설 명절놀이를 한다고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한과 만들기, 투호놀이, 팽이 돌리기 등의 놀이로 제일 움직임도 많고, 선생님 말씀에 아랑곳하지 않고 제멋대로의 세상에서 즐겁다. 여전히 낮잠 시간에 잠을 자지 않고, 잠자는 친구들 사이를 오가다가 결국 선생님 품 안에서 낮잠 자기를 시도한다.

 

  원장 선생님이 자기를 예뻐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00이는 원장 선생님이 보육실에 들어가자 달려와 매달리면서 " 나는 원장 선생님이가 제일 좋아!"라고 한다. 나를 긍정적인 감정으로 몰아가는 말이다.

  결국 00이 에게 필요한 것은 귀를 열고 잘 들어보려고 하는 습관, 잘 듣는 훈련이 필요하다. 어른에게는 인고의 시간이 필요한 참 보육을 위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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