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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빅피쉬 Jul 26. 2023

내 사진을 공개해요

무엇이 보이나요







밤 11시  창에 비친 나를 찍은 거예요.

칠흑 같은 어둠은 찾을 수 없는 도시의 밤,

거실에 앉아 멍하니 밖을 바라보다가

나를 보았습니다.


눈코입은 안 보이고

어둠보다 어두운 존재가 된 내 안에

바깥 풍경이 들어찼어요.

1층이라 볼 수 있는 잔디밭, 화단 경계를 지키는

키 작은 나무들, 벽돌이 깔린 길,

그 길을 지나는 이름 모르는 사람도 잠깐

내 안에 들어왔어요.

나무들은 계속 흔들리고 있어요.

뒤편에는 익숙한 주방과 바깥 풍경

군데군데 불이 켜진 높다란 아파트건물이

섞여 있어요.


어둠은 창을 거울로 만드는 걸까요

아니면

경계를 없애는 걸까요.


눈코입은 사라지고

옷에 적힌 글귀도 사라지고

바람에 몸을 떠는 나무가 들어찬

내 몸을 들여다봅니다.

창살 때문에 갇힌 것처럼 보이지만

내 의도와 무관한 것들로 가득한

나를 봅니다. 새삼스럽게도

세상과 분리될 수 없는 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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