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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인관계와 정신건강의 보약, 자존감

자기존중의 효과

by 상담군


최근에는 조금 잠잠해졌지만, 상담심리학의 역사에서 대중들에게 가장 뜨거운 반응을 불렀던 단어를 꼽으라면 ‘자아존중감(self-esteem)’을 들 수 있을 겁니다. 줄여서 자존감이죠. 자존감이란 자기 자신을 존중하는 태도입니다. 더 자세히 풀면 자기 자신이 사랑받을 수 있는 존재,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걸 믿는 마음이에요. 여러분도 이미 많이 들어보셔서 익숙하죠?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정신적으로 건강하다는 이론 말이에요.


비슷한 말로 자신감, 자존심이 있습니다. 자신감은 자기 능력에 대해서 높게 평가하는 태도이고, 자존심은 자기 자신을 경쟁 속에서 이겼을 때 한정적으로 존중하는 자세입니다. 자신감이 높거나, 자존심이 설 때 우리는 일시적으로 좋은 기분을 느낍니다. 그러나 자신감은 과제를 잘 해결하지 못했을 때, 자존심은 다른 사람에게 무시당하거나 패배했을 때 낮아집니다. 자신감이 과하면 자만심이 되고, 자존심을 세우다 보면 다른 사람을 무시하게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자존감은 아무리 높아져도 이런 부작용이 생기지 않죠. 왜냐하면 자존감은 ‘아무런 조건 없이’ 나타나는 태도이기 때문입니다.


세상 사람들은 인품이나 능력이 훌륭한 사람이 사랑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를 존중한다면 그럴 만한 근거가 충분해야 한다고 말이죠. 당연히 그런 조건을 갖춘 사람이 매력이 있지요.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스스로에게도 그런 잣대를 들이대고, 재능이나 성품이 기준치에 미달했을 때 자기 자신을 깎아내리죠. ‘자신에게 엄격하고 타인에게 관대해라’ 혹은 ‘겸손이 미덕이다’ 이런 말도 있잖아요. 어떤 친구들은 자존감이 높으면 잘난척하고 허세가득한 사람이 되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인간 정신의 속성을 알면 오히려 자존감 높은 사람들이 더 겸손하다는 걸 알게 됩니다. 자존감을 손상시키는 이런 태도는 정신 건강에도, 대인관계에도 악영향을 끼칠 뿐이죠.


존중의 욕구 때문입니다. 존중감을 느끼고자 하는 마음은 아무리 억누르려고 해도 없어지지 않습니다. 자기 자신을 하찮게 여기는 사람은 항상 마음 어딘가에서 허전함과 고통을 느낍니다. 칭찬, 격려, 지지 등을 초월한 듯이 보이는 사람들이 사실은 정신적으로 더 허기지죠. 그러면 다른 사람을 깎아내려 우월감을 느끼는 방식으로 존중의 욕구를 채우려고 합니다. 자기 자랑하고 타인 무시가 잦은 사람일수록 내면은 지옥입니다. 필요 이상으로 공격적인 자세가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에게 흔히 보이는 행동 패턴이지요.


여러분은 스스로 인정하기 싫은 특성이 있나요? 외모, 능력, 재산, 성격 등 어떤 요소이건 그런 면이 있을 수 있죠. 예를 들어 자기 지능이 낮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어떻게든 그 콤플렉스에서 느껴지는 고통을 식히려고 합니다. 보드게임, 컴퓨터 게임 등 머리를 써서 경쟁하는 오락을 할 때 과도한 승부욕을 보입니다. 이겨서 자신이 똑똑하다는 걸 확인받고 싶어하죠. 누가 성적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 자기도 모르게 화를 내기도 합니다. 자신을 무시하려고 든다는 것이죠. 이런 태도가 반복되면 어떻게 될까요? 승부욕이 과한 사람, 머리 좋다는 말에 집착하는 사람을 주변 사람들이 편하게 대할 리가 없겠죠. 결국 부드러운 인간관계가 성립되기 어렵습니다.


그러면 지능이 높아지면 해결이 될까요? 명문대에 합격해도, 어려운 시험을 통과해도 여전히 자기 자신이 머리가 나쁘다며 괴로워하는 상담 사례는 흔합니다. ‘똑똑하다’는 개념에 관해 온 인류가 합의한 객관적 기준이 있는 게 아니거든요. 이 사람이 받고 싶은 건 능력의 확인처럼 보이지만, 사실 사랑과 존중입니다. 하지만 언젠가 확실하게 자기 재능을 인정받으면 지금 느끼는 근거 없는 모멸감을 벗어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자꾸 바깥세상에서 성공하여 자기 감정을 다스리려고 합니다.


반면 자존감을 갖춘 사람은 존중을 받기 위해 특별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있는 그대로 사랑받을 존재라고 믿기 때문에 자기 약점을 굳이 감추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항상 편안합니다.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만큼 친구도 그렇게 대합니다. 누군가가 함부로 대하면 기분이 나쁠 수 있겠지만, 그 순간이 지나가면 다시 괜찮아집니다. 다른 사람이 쏜 화살을 재차 자신에게 쏘지 않고 스스로에 대한 사랑으로 돌아옵니다. 이런 안정감을 갖춘 사람을 사람들이 싫어할 리 없지요. 그래서 대인관계도 저절로 잘 풀립니다.


혹자는 자존감이 너무 높으면 자기 자신에게 만족해버려서 자기계발을 할 필요를 못 느껴 세상에서 뒤처지지 않나 걱정하기도 합니다. 특히나 부모님들 중에는 자기 자녀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베풀면 이 험한 경쟁사회에서 살아나갈 수 없다고 여겨 사랑과 존중을 성취를 할 때만 간간히 인색하게 주기도 합니다. 그러면 당장은 인정받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겠지만 나중에 장애물을 만나면 실패에 대한 두려움, 원만하지 않은 대인관계, 우울이나 불안과 같은 정신건강 문제 등의 부작용으로 자기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합니다. 애초에 자존감이 높아서 의욕을 상실할 가능성은 없습니다. 인간에게는 존중에 관한 욕구만큼이나 호기심, 탐구심, 성장에 대한 욕구 등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죠. 자존감이 높은 사람들도 자기 꿈을 위해 노력합니다. 그러므로 자존감을 높이는 것이 성공에 도움이 되면 됐지 해가 되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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