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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스꾸 Aug 03. 2022

결국 집중해야 하는 건 내 안의 나 자신

인터뷰어 칠칠 / 포토 둔재



* 성균관대학교 교환학생 아야카님과의 인터뷰입니다.


한국의 고궁에서 한국어, 영어, 일본어로 대화하는 한국인과 일본인.

가깝고도 먼 사이의 나라에서 온 두 학생이 만국 공통어로 서로 어디까지 이야기했을까.

우리는 과연 가까워질 수 있을까, 더욱 멀어질까?

관계의 깊이를 신경 쓰는 대화는 언제나 어렵다.




일본에 돌아갔을 때,
가장 그리울 것 같은 한국 음식

 

 파전이랑 김치찌개 속 애호박이요. 일본식 부침개가 파전이랑 비슷한데 한국 파전이 좀 더 바삭하거든요. 그리고 애호박은, 일본에는 애호박이 없어요. 그래서 그리울 것 같아요. 허니버터칩도 너무 좋아해요. 근데 일본에서는 칠천 원 정도로 비싸서 잘 못 먹었어요. (웃음)

 

 


최근 나를 고무시킨 사람과의 에피소드

 

 제가 긍정적인 영향을 받은 사람은 방탄소년단이에요. 한국에 관심이 생긴 이유도 방탄소년단 때문이에요. 처음엔 잘생겨서 관심이 생겼지만, (웃음) 유니세프 캠페인 ‘Love Yourself’를 통해서 ‘내가 가장 사랑할 사람은 나 자신이야 (I’m the one who should I love the most)’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제가 교육 쪽으로도 관심이 있어서 아프리카에서 아동을 가르치고 싶다는 꿈도 있었는데, 저는 아프리카에 가본 적도, 그들의 삶을 아는 것도 아니기에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인가?’는 고민을 했어요. 진정 그들을 위해서 봉사를 하거나 희생하기보다는 타인에게 내가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 때문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었거든요.

 

 그때 방탄소년단의 노래를 듣고 제가 정말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를 깊이 있게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2020년에 한국인 2세 교수님의 수업을 듣게 됐어요. 그 교수님으로부터 일제강점기와 같은 한국의 깊이 있는 역사를 배우면서 한국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더 크게 들었어요. 또, 교수님은 언제나 저에게 ‘꿈을 따라가라’라고 말씀하시면서 응원해주셨어요. 그래서 제가 정말 가고 싶은 나라를 한국이라고 결정할 수 있었어요.



바꾸고 싶은 사회적 인식


 진짜 많아요. 어릴 때 조부모님이 제가 ‘여자아이'처럼 자라길 바라면서 오빠들 뒤를 따르게 시켰어요. 또, 부모님께서 핑크색 옷만 사주기도 했죠. 제가 초등학교 때 야구와 축구를 좋아했는데, 초등학교 때 만난 친구들과 달리 사립 중학교에서 만난 친구들은 저를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햇볕에 피부가 까무잡잡해지는 것도, 옷차림도요. 그때 제가 다르다는 것도 느꼈고 자존감도 낮아졌어요.

 

 그런데 고등학교로 진학할 때 단기 호주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어요. 그곳에서 호주와 일본의 교육이 많이 다르다는 걸 알았죠. 제가 선생님께 질문하면 이상한 눈으로 보던 일본과 다르게 호주에서는 학생들이 선생님에게 자유롭게 질문하면서 열려있고 환영하는 모습이었어요. 그때 교육 방법이 다양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 경험과 방탄소년단의 노래를 들으며 무언가 제 안의 상식이 깨지는 걸 느꼈어요. 방탄소년단을 통해 한국을 알게 됐고 한국의 다양한 모습을 배워나가며 제가 알고 있던 한국의 인식이 바뀌었거든요. 제 부모님 세대는 아무래도 한국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고, 저도 부모님으로부터 무의식에 그렇게 배웠어요. 하지만 직접 한국을 알아보고, 한국 친구들도 사귀면서 그런 이미지가 깨졌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문화의 다양성도 알게 됐고, 제가 극복하고 싶은 여러 규범이 있다는 걸 자각한 것 같아요.

 


한국에 와서 사랑한다는 말을 하는 게
더 자연스러워졌나요?

 

 일본에서는 사랑한다는 말을 많이 하지 않아요. 약간 ‘너도 알고 나도 알고 있지’ 같은 느낌이거든요. 특히 저한테는 그 의미가 되게 무겁고 크기 때문에 쉽게 말할 수 없는 말이에요. 그리고 일본 사람들은 대부분 개인주의라 가족처럼 가깝지 않으면 그런 말을 하지 않아요. 하지만 한국은 좀 더 공동체를 중요시해 우정이나 가족 간의 유대감처럼 모든 관계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만큼 더 표현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도 한 학기를 한국에서 보내며 사랑한다는 말에 자연스러워졌어요. 아마 남은 학기를 보내며 더욱 자연스러워지겠죠. (웃음)



한국이 낯설었던 순간

 

 정말 많아요. 그중 하나는 공공기관에서 필요한 서류를 발급받을 때예요. 제가 이곳에 올 때 서류 때문에 조금 일찍 와야 했거든요. 그럴 때마다 제 사정을 담당관에게 설명하면 진짜 빨리 처리해주셨어요. 그게 너무 좋아요.

 

 친구들끼리 약속 잡고 나서 약속 변경할 때 답장을 빨리해야 하는 순간은 늘 낯설어요. 빨리빨리 답장해야 하거든요. 그리고 제가 읽지 않거나 읽고 답장하지 않으면 미안한 마음에 스스로 스트레스받기도 해요. 동시에 저도 이미 잡아놓은 약속이 있어서 그걸 빠르게 바꾸는 게 쉬운 게 아니기도 하고요. 한 번은 일주일 전에 약속을 이미 잡았는데 그 약속 전날에 제가 잠깐 일했던 곳에서 내일 나와줄 수 있냐는 부탁을 받기도 했어요. 좀 곤란했죠.

 

 또 다른 낯설었던 순간은 한국의 강한 공동체 의식이에요. 저는 친구들이 바쁘면 그냥 저 혼자 밥을 먹거든요. 그럼 친구들이 놀라면서 왜 밥을 혼자 먹었냐고 물어요. 여행 일정도 맞지 않으면 저 혼자 떠나기도 하는데, 혼자 놀러 가면 저처럼 혼자 있는 사람이 없고 다 커플이나 친구랑 오더라고요. 물론 친구랑 있으면 확실히 재미있지만, 전 가끔 혼자 있고 싶은 시간이 필요해요. 그런데 혼자 왔다는 거에 놀라는 모습을 보면 한국 사람은 뭐든 같이 하는 걸 좋아하는구나 싶어요.

 

 

스스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제 호기심과 꿈을 따라가는 게 가장 중요해요. 왜냐하면 전 ‘내가 내일 당장 죽는다면 어떡하지?’라고 종종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오늘이 내 삶의 마지막 날이라면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걸 하고 싶어요.

 

 어쩌면 원하는 걸 정하는 기준이 두려움일 수도 있어요. 정말 내일 당장 죽는다는 가정이 가장 커다란 두려움이잖아요. 저는 어렸을 때,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절에 자주 간 적이 있어요. 그때 돌아가신 분들을 보면서 ‘저 사람은 살아 계셨을 때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했는가?’라는 생각을 자주 했어요. 그리고 저는 비교적 안전한 나라에 태어나서 내 삶을 온전히 향유할 수 있다는 게 정말 운이 좋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친구들이 제게 왜 이렇게 열심히, 바쁘게 사냐고 물어보면 정말 내일 죽으면 어떡하냐는 네거티브적인 생각을 하기 때문이라고 대답해요. 저는 무섭거든요. 지금 하고 싶은 게 정말 많은데 내일 죽으면 후회할 것 같아서요. 저는 제 삶에 항상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영어로 진행하는 대화로는 자신의 문화권을 표현하는데 한계가 있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한국어와 일본어로 각자의 뉘앙스를 표현하고, 이해했다.
너도? 나도! 분위기가 형성되는 순간이었다.

그 끝에는 '우린 제대로 말하고 있나?'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우리의 관계를 깊이 맺기 위해서는 말이 제대로 통해야 하지 않을까.




인터뷰어 칠칠 / 포토그래퍼 둔재

2022. 07. 02. 교환학생 아야카 Ayaka 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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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s of skku]
휴스꾸(Humans of skku)는 2013년부터 성균관대학교의 교수, 직원, 학생과 근처 상권까지 인터뷰 대상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장문의 인터뷰 본문, 깊이 있는 사진과 휴스꾸를 꾸려나가는 운영진의 이야기까지 다채로운 휴스꾸의 모습을 담아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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