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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스꾸 Sep 17. 2022

집소성대 대가곱창

인터뷰어 윪 / 포토 콩알



* 대가곱창 박태임님과의 인터뷰입니다.


이름은 원체 이상한 힘을 갖는다. 명칭에 불과했던 것이 어느새 모든 것을 한 폭에 담아낸다.
 
클 대(大), 집 가(家).

대가곱창은 안방만 한 좁은 공간에 옹기종기 테이블과 의자를 모아뒀다. 손님들이 꽉 차면, 부엌에 있는 사장님과 마주 앉는 거리다. 가게 위치도 쪽문 오르막길 줄지은 가게들 사이에 있다.

자칫하면 지나칠 작은 공간에서 만난 박태임 사장님은, 그 조그마한 것들을 모아 大를 잇고 계셨다.


   

‘대가곱창’ 시작 계기가 궁금해요.

내가 이 동네에서 30년 넘게 살았거든. 처음에는 지인 도움으로 분식집을 하다가 사정이 생겨서 그만뒀어. 그렇게 잠시 쉬고 있는데, 가만히 못 있겠더라. 내가 사는 곳도 이곳이고 학생들이랑도 정들어서 그런지 떠나기 싫은 거야. 근데 마침 곱창집 자리가 나서, 내가 했던 분야는 아니지만 해보자 한 거지. 2009년이었으니까 벌써 10년이 훌쩍 넘었네. 그때 이름도 새로 지었어. 큰 집, ‘대가곱창’이라고.


이모집은 보다시피 작잖아. 그냥 앉아 있으면 학생들이랑 마주 앉는 거리란 말이야. 내가 다른 거 뭐 크게 못 해주지만, 집 안의 엄마 방처럼 편히 있다 가면 좋겠어. 우리집이 오르막길에다가 큰 도로변도 아니잖아. 그게 불편하니까 내가 대가를 해줘야 한다고 생각하거든. 재료 값이 오르니까 가격도 똑같이 올리기보단, 이 가격으로 여기까지 와서 잘 먹고 갈 수 있을까 고민해. 우리집을 찾아오는 게 고마우니까. 마음으로 보고 들으면 다 식구 같아.

 

사장님의 하루가 궁금해요.


가게 문은 4시에 열고 12시에 닫지. 홀은 9시까지인데, 간혹가다 밤에 포장 손님들이 오곤 해서열어둬. 요즘 밥집들 일찍 닫잖아, 근데 또 늦게까지 밥을 안 먹는 학생들이 있단 말이야. 야식이나 반찬으로 종종 싸가니까 기다리는 거지. 오전에는 교회도 가고 친구들도 만나. 휴일은 명절 때 말고 딱히 없어. 내가 피곤하다고 하루 쉬거나 12시 전에 닫아버리면 헛걸음할까 봐 시간은 잘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어.


옛날에는 종종 여행도 가곤 했지. 소꿉친구들이랑 1박 2일 정도. 우리 다섯이서 마지막으로 간 게 여수였어. 여수 밤바다 보고, 케이블카도 타고, 야경 보면서 방 안에서 수다 떨고, 노래방 가고. 함께 하는 건 그래서 좋은 것 같아. 혼자 재밌는 건 순간인데, 오래오래 남는 건 사람들과의 추억이거든. 나하고 영원히 갈 사람들… 나한테는 철없을 적에 몸 비비면서 정든 친구들.


장사하며 가장 행복했던 때와 힘들었던 때는 언제였나요?


코로나 막 시작됐을 때 찾아왔던 학생이 있어. 선물을 갖고 와서는 힘내시라고 그러더라. 너무, 너무 따뜻했지. 내가 학생들 앞이라고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로 우리 학생들은 점잖고 교육도 잘 받은 멋있는 사람들이야. 내가 친구들만 보면 우리 집 오는 성대 학생들 진짜 엘리트들이라고 자랑하거든. (웃음) 내가 우리 학생들을 세 번째로 사랑해. 첫째는 식구들, 둘째는 내 업이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인 우리 가게. 그 다음으로 우리 학생들이지.


확실히 코로나 이후로 찾아오는 수가 줄긴 했어. 나도 학생들을 많이 못 보고 있지만, 학생들도 친구도 못 보고 여러 가지로 힘들잖아. 우리는 더불어 살아가는 건데 말이야. 옛날에 3월 즈음이었나, 한 선배가 신입생들 우르르 데리고 와 밥 사주면서 “1학년 때는 놀아라. 노는 것도 공부야.” 하는데 공감되더라고. 여러 사람이랑 어울리면서, 행동으로 말로 배우는 게 분명 있거든. 다양한 모습들을 익히면서 섞여 살아가는 연습을 해야지.


-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씀 있으세요?

손님들 때문에 그만두고 싶었던 적은 한 번도 없어. 늘 좋았거든. 이모는 이제 저물어가는데, 이렇게 젊은 학생들 보면 마냥 행복하니까. 그래도 언젠가 은퇴하게 된다면, 건강이 허락하는 한 봉사에 참여하고 싶어.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지금은 뭐, 우리집 와서 배부르게 맛있게 먹고 갔으면 좋겠다는 게 다야.




가게 곳곳엔 사장님의 정이 묻어 있다.

한 번 본 것도 인연이라며 볼 때마다 챙겨 주시는 요구르트. 벽에 붙은 코로나 전 시기의 동아리 공연 포스터들. 오는 학생 헛걸음하지 않게 언제나 지키는 영업시간 안내 문구 등.

애정은 사장님의 삶을 향한 성실과 진정에서부터 나오고 있었다. 사장님에게 건네받은 마음은 나를 비롯한 ‘우리 학생들’에게 드넓게 퍼져 간다. 인생은 이름 따라간다고, 결국 大를 이룬다.




인터뷰어 윪 / 포토그래퍼 콩알

2022. 02.10 대가곱창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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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s of skku]
휴스꾸(Humans of skku)는 2013년부터 성균관대학교의 교수, 직원, 학생과 근처 상권까지 인터뷰 대상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장문의 인터뷰 본문, 깊이 있는 사진과 휴스꾸를 꾸려나가는 운영진의 이야기까지 다채로운 휴스꾸의 모습을 담아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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