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어 동하, 희주 / 포토그래퍼 영랑
* 혜리 님과의 인터뷰입니다.
대학에 들어오면서 꼭 이루고픈 목표가 있었다면서요?
첫째, 대학 6년 다니기. 둘째, 친구 졸업 스냅 찍어주기. 셋째, 자취해보기. 이 세 개가 조금 유치해 보이기도 하지만 이건 사실 21살에 성균관대 합격증을 받았을 때부터 생각한 거예요.
전 독학 재수 학원에서 1년 동안 심신이 지쳐 있었던 터라, ‘나는 무조건 6년 다니면서 대학생으로 누릴 수 있는 건 다 누려야겠다!’ 라는 의지가 있었거든요. 또 중고등학교 시절에 아이돌 홈마로 활동하면서 사진 찍는 걸 좋아했는데, 언젠가 내 친구들의 소중한 순간을 내가 직접 담아주고 싶다는 로망이 있었어요. 마지막으로, 수많은 20대의 이유 없는 로망인 자취도 꼭 해보고 싶었고요. 그렇게 농담처럼 하던 말이었는데 따지고 보면 다 이루긴 했네요. (웃음)
대학교를 5년도 아니고 꼭 6년 다니고 싶다고 생각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요즘 다들 대학 5년 다니지 않나요?
고3 생활을 마치고 2월부터 대치동에 있는 독학 재수 학원에 다녔어요. 매일 새벽 6시에 일어나 7시까지 학원에 도착해서 밤 10시까지 공부하거나 수업을 들었어요. 그러면 딱히 밥을 제대로 먹을 시간도 없고, 가족들과 얘기할 시간도 없어요. 물론 지금 나랑 같은 학원에 있는, 혹은 대치동에 있는 수많은 사람도 다 똑같은 삶을 살고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필요하게 고생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보상 심리를 굉장히 강하게 가졌던 것 같아요.
또, 대학교 졸업하고 취업을 하면 1년에 12일의 휴가를 가질 수 있잖아요. 그럼 ‘졸업 후의 내 인생은 일로서 묶여있는 삶을 살아야 하는구나, 이 자유를 누릴 수 있을 때 대학생 신분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다 누리고 졸업해야겠다’ 이런 마음도 있었어요.
아이돌 홈마 경험과 친구 졸업사진은 어떤 연관이 있는지 궁금해요.
제가 어떤 아이돌 그룹을 좋아해서 신곡 쇼케이스를 보러 간 적이 있었어요. 그때 3명을 랜덤으로 뽑아서 멤버들과 롯데월드 데이트를 갈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이벤트가 있었어요. 그런데 중학교 2학년인 제가 당첨이 돼버린 거예요!
롯데월드에 도착했을 때 저만 미성년자였어요. 제가 워낙 어려서 그런지 멤버들이 저를 기억해 주고 잘 챙겨 줬어요. 그전까지는 팬으로서 느끼는 감정이 그렇게 행복한 일인지 몰랐는데 이 일을 계기로 알게 된 거죠. ‘그러면 언제 또 이 사람들과 대화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찾아보다가 팬 사인회라는 게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때부터 팬 사인회에 가서 사진을 찍고 영상을 찍고 포토샵도 배우고 하면서 처음으로 인물 사진에 관심을 가졌어요. 성인 돼서는 그들이 활동을 잘 안 하니까 친구들을 찍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친구들 찍는 게 재미있었고 일단 친하잖아요.
편하게 '야 거기 보지 말고 이렇게 해봐 저렇게 해봐' 하면서 사진에 애정이 좀 더 가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졸업 사진은 꼭 내 손으로 찍어주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대학교에서 가장 친한 친구들이라고 할 수 있는 성대방송국 동기들이 있어요. 저 포함 네 명인데, 세린이라는 친구가 졸업할 때 세린이를 찍어주려고 졸업식 날 카메라를 챙겨 갔어요. 그런데 세린이 삼촌분이 정말로 사진을 제대로 하시는, 말 그대로 '프로'이신 거예요. 제 카메라도 그렇게 싸지 않거든요? (웃음) 그런데도 기가 죽어서 그날은 카메라를 못 꺼냈어요. 그다음에 두 번째로 졸업한 친구 유진이는 열심히 찍어줄 수 있었어요.
언론사 공채를 준비하다 유학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무엇이었을까요?
제가 올해 2월에 수료했거든요. 그러고 같은 달에 학과 지원을 받아서 미국 시애틀에 다녀왔어요. 현지에서 졸업하고 그곳에서 일하고 계신 현직자분들과 얘기하면서 ‘나 여기서 일하고 싶다!’고 생각을 한 거죠. 원전공인 문헌정보랑 복수전공인 데이터 사이언스 공부를 진짜 열심히 했는데 그게 지금 생각하면 참 다행이에요.
근데 수료하고 7월 초까지 큰 생각이 없었어요. 둘 다 준비하다가 먼저 되는 걸 하자고 생각했지만, 유학은 제쳐두고 언론사 공채 준비를 조금 더 많이 했었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도 데이터 분석으로 유학을 간다면 일단 내 포트폴리오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포트폴리오 준비, 그리고 언론사 입사 시험 준비를 같이하고 있었어요.
해외 대학에 지원하려면 진짜 늦어도 8월부터는 준비해야 해요. 7월 31일까지는 결정을 내리겠다고 다짐하면서도 크게 생각을 못 하고 있었어요. 하루하루 지내다 보면 큰 계획은 잊기 마련이잖아요. 그러다 31일에 우연히 인스타그램에서 한국 노동 문화에 관한 콘텐츠를 보게 되었어요. 거기서 큰 충격을 받고, 한국에서는 일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결국 유학을 결심했어요. 또 저는 남들처럼 전공을 살리기 위해 미리 준비한 게 많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커리어를 완전히 전환하는 시점에 부스터가 필요하겠다 싶어 유학을 결심한 것도 있어요.
목표한 바를 다 이루고 졸업하는 대학 생활에 대한 만족도는 어떤가요?
전반적으로 만족해서 후회는 안 남는데 사실 지금도 더 놀아야 했나 싶은 생각은 들어요. (웃음)
저는 여행을 진짜 좋아하거든요. 이제 일주일 정도 가는 건 여행이라고 부르기 좀 아쉬울 정도로요. 한번 여행을 가면 2주 3주 4주 있고 싶어요. 그래야 뭔가 사람들이 사는 진짜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거든요. 근데 이젠 그게 안 되니까 ‘방학 때 그냥 방에 누워 있는 게 아니라, 진짜 아무 데라도 놀러 다녀야 했었구나’ 하는 아쉬움도 남아요.
평소 중시하던 가치들을 뒤로 하고 새로운 길을 떠나게 되면서 나는 어떤 사람인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때로는 겉모습에 신경을 많이 쓰는 사람인 것 같다가도 ‘사실 중요한 건 지식이야’라고 생각하기도 하면서, 제 안에 너무 다양한 모습이 공존한다는 걸 느꼈어요. 스스로 굉장히 혼란스러웠죠. 그런데 어느 날 지인분께서 “생긴 대로 사는 게 편하다”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그때부터 ‘아, 나는 여러 모습을 동시에 지닌 사람이구나’ 하고 조금은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어요.
돌이켜 보면 그때그때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성균관에서의 6년을 보냈으니, 만족하지 않을 이유가 없더라고요.
인터뷰어 동하, 희주 / 포토그래퍼 영랑
2025. 09. 17. 혜리 님 인터뷰
*휴스꾸를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Humans of skku]
휴스꾸(Humans of skku)는 2013년부터 성균관대학교의 교수, 직원, 학생과 근처 상권까지 인터뷰 대상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장문의 인터뷰 본문, 깊이 있는 사진과 휴스꾸를 꾸려나가는 운영진의 이야기까지 다채로운 휴스꾸의 모습을 담아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