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어 범범 / 포토그래퍼 조안나, 영랑
* 킹스커피 사장님과의 인터뷰입니다.
킹스커피를 창업하시기 이전까지의 사장님 인생에 대해 들어보고 싶어요.
내가 어떻게 살아왔나 돌아보게 되네. 97년도에 IMF가 왔잖아. 취업자 절반이 반년 만에 잘리고 집값도 반 토막 나던 어마어마하게 힘든 시절이었지. 그때 우리 집도 힘들어져서 내가 돈을 벌어야 했어. 뭘 할지 고민하다가, 그 당시에 내가 컴퓨터 조립을 할 줄 알았거든. '직접 40~50대 조립해서 PC방을 열면 되겠다.' 싶어 98년도에 바로 창업했어. 원래 장학금 받던 대학생이었는데 매장 신경 쓰느라 학사경고를 받았지. 그게 집으로 날아와서 엄마가 당장 매장 팔아버린다고 난리가 났지만, 어떡해. 먹고살려니 계속 운영했지.
그러다 회사 생활이 해보고 싶더라고. 원래 자영업자는 직장인의 월급을, 직장인은 자영업자의 자유를 부러워하잖아. 나도 딱 그랬지. 삼촌을 도와 대전에서 삼성전기 협력업체를 다녔는데, 주말도 없이 아침 8시 출근에 새벽 2시 퇴근인 ‘월화수목금금금’이었어. 근데 회사 생활은 한계가 있더라고. 비용 얼마 들지도 않는 기계 업그레이드 결재 하나 받는 데 6개월이 걸리더니, 결국 안된다는 거야. 난 해야겠다 싶으면 곧장 밀고 가야 하는 성격이라 남 밑에선 못 있겠더라고.
그래서 다시 올라와서 킹스커피를 열게 된 거지. PC방을 오래 해서 24시간 운영에 대한 거부감도 없었고, 그때는 체력도 자신 있었거든. 지금은 아냐. (웃음)
한때 여러 지역에서 매장을 크게 운영하셨다고 들었어요.
성대 앞 매장을 남긴 이유가 있으신가요?
한창때는 홍대, 연남, 신림, 경복궁 등 8개까지도 매장을 운영했지. 그런데 최저임금도 한 번에 오르고, 주휴수당에 4대 보험, 퇴직금까지 겹치니까 인건비가 50% 가까이 훅 뛰던 시기가 있었어. 나 같은 자영업자가 도저히 버틸 수 없는 구조가 된 거지. 각 매장들 수익 계산해 보니까 싹 다 적자가 나게 생긴 거야. 그래서 결국 다 접고 성대 앞이랑 은평구 매장 딱 이렇게만 남겼지.
당연히 돈이 되니까 남긴 거기도 하지만, 이곳 성대 앞은 나한테 좀 특별하긴 해. 우리 아버지가 성대 법대를 나오셨고, 어쩌다 보니 내 딸아이도 성대에 입학해서 다니고 있거든. 그리고 건물주분도 참 좋은 분이셔. 코로나 때 내가 손해를 엄청나게 봤는데, 건물주분이 임대료를 거의 1억 가까이 깎아주셨어. 걱정 안 하게 해주겠다면서 말이야. 내가 여기서 버티고 학생들을 계속 만날 수 있는 건, 어떻게 보면 다 건물주분 덕분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지.
카페는 회전율이 중요하잖아요.
학생들이 오래 머물도록 배려해 주시는 이유가 궁금해요.
아까도 말했지만 난 먹고살려고 이거 하는 사람이야. 그렇지만 카페 와서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 보면 참 예쁘잖아. 나도 와서 공부는 안 하고 막 왔다 갔다 하면서 떠들기만 하는 애들한테는 뭐라고 해. 근데 여기 보면 과제 하러 오는 몇몇 동아리 애들이나, 우직하게 앉아서 공부하는 친구들이 있거든. 그런 애들은 계속 토론하면서 ‘이걸 어떻게 풀까, 저렇게 해볼까.’ 밤새워 고민하잖아.
심지어 축제 날에도 오더라고. 연예인 보러 가고 싶을 텐데도 자기한테 주어진 미션이 있으니까, 그걸 완수하려고 꾹 참고 앉아 있는 모습이 얼마나 대견해. 난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게 태도라고 생각하거든. 그런 태도를 가진 애들을 보면 예뻐서 뭐라도 챙겨주고 싶은 거지.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냥 눈치 안 보고 편하게 있다 갈 수 있게 해주는 거야.
들어보니까 다른 지역 카페들은 전기 많이 쓴다고 콘센트를 막아버리기도 한다더라고. 홍대나 다른 번화가면 그럴 수도 있지. 근데 여긴 대학로잖아. 그래서 난 애들 편하게 쓰라고 전 좌석에 콘센트가 배치되도록 공사까지 했어. 얼마 전에 와이파이 기계도 새로 바꿨지. 엄청 빨라졌어. (웃음)
24시간 카페 특성상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오갈 텐데,
특별히 기억에 남는 손님이 있으신가요?
예전에 어떤 청년 손님이 있었어. 아침에 혼자 노트북 들고 와서 맥주를 20병씩 시키는 거야. 학생 나이는 좀 지난 것 같은데 왜 저럴까 싶었지. 그래도 편하게 있으라고 잘 챙겨줬는데, 나중에 가면서 그러더라고. 자기가 여기서 게임을 만들어서 앱스토어에 올렸는데 그게 대박이 났다고. 오래 있어도 눈치 안 주고 편하게 해줘서 고맙다고 인사하러 왔더라고. 그럴 땐 진짜 보람 있지. 옛날에 밤새우던 애들이 취직하고 찾아와서 “사장님, 잘 지내셨어요?” 할 때도 참 좋고.
근데 이상한 손님도 많아. 인터넷 밈으로나 떠도는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주세요’는 양반이야. 자몽에이드를 시켜놓고 “왜 따뜻한 에이드가 아니냐”라고 화를 내는 손님도 있었어. 자몽차랑 헷갈리신 거 아니냐고 해도 기어이 따뜻한 에이드가 있다며 소리를 지르더라고. 아침 7시에 와서 도시락 까먹길래 안 된다고 했더니 “내겐 먹을 권리가 있다”라며 화내면서 바닥에 침을 탁탁 뱉는 사람도 있었고. 24시간 하다 보면 별의별 일이 다 있어.
킹스커피에서 나오는 음악에 대해서도 학생들 사이에서 말이 많아요.
음악을 트는 사장님만의 기준이 있으신가요?
하도 그걸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아서 말해줄게. 처음 카페 창업했을 때는 음악에 대한 손님들 요구사항이 다 달랐어. 누구는 재즈, 누구는 클래식, 팝송, 밴드 노래… 그리고 누구는 조용하게 틀어달라, 누구는 소리 좀 더 키워달라 아주 제각각이었지. 한 명을 맞춰주다 보면 다른 사람이 피해를 볼 수도 있잖아. 그래서 그냥 제일 무난하게 멜론 탑 100을 틀기 시작한거지.
그러다 몇 년 전에 대한민국에 트로트 열풍이 불었잖아. 탑 100을 트는데 갑자기 뽕짝이 나오는 거야. 한두 곡이면 넘기겠는데 "찐찐찐찐 찐이야~" 막 이러면서 계속 나오니까 이건 좀 아니다 싶더라고. 그래서 그 트로트 열풍 때 잠깐 팝송들 모아둔 다른 플레이리스트를 틀기도 했어. 요즘엔 탑 100에서 트로트가 많이 빠졌길래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어. 다 사연이 있는 플레이리스트야. (웃음)
학생들 학번에 따라 킹스커피를 부르는 이름이 다 다르다는 거 아시나요?
다 알지. 우리가 예전엔 킹스빈이었어. 그래서 고학번 애들은 킹스빈이라고 많이 부르고, 요즘 2, 3학년 애들은 킹스커피를 줄여서 ‘킹커’라고도 부르더라고. 난 이제 애들이 가게 문 열고 들어올 때 표정만 봐도 몇 학년인지 딱 견적이 나와. 신입생들은 “우와, 전설의 24시간 카페 킹스커피다!” 하면서 눈을 반짝이며 설레는 표정으로 들어와. 근데 3학년, 4학년쯤 되면 벌써 죽을 것 같은 표정으로 “아, 내가 여길 또 왔네...” 하면서 들어오지. 밤새우는 게 확정이니까.
그만큼 다양한 학생들이 찾아온다는 방증인 것 같아요.
킹스커피가 찾아오는 학생들에게 어떤 공간이 되길 바라시나요?
난 우리 가게가 학생들한테 ‘레벨업’하는 공간이었으면 좋겠어. 언제든 편하게 와서 공부하고, 치열하게 고민해서 다들 멋지게 성장해서 나갔으면 해. 지금은 밤새우는 게 죽을 만큼 힘들어도 나중에 취직해서 사회생활 해보면 ‘아, 그때 킹스커피에서 친구들이랑 으쌰으쌰 밤새우던 때가 진짜 좋았구나’ 할 날이 올 거야. 20대 특유의 반짝반짝하는 눈빛으로 자기 미션에 집중하는 모습, 나도 그거 보면서 에너지를 많이 받아. 다들 여기서 레벨업해서 나중에 훌륭한 사람 됐으면 좋겠어.
인터뷰어 범범 / 포토그래퍼 조안나, 영랑
2026. 03. 04. 킹스커피 사장님 인터뷰
*휴스꾸를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Humans of SKKU]
휴스꾸(Humans of SKKU)는 2013년부터 성균관대학교의 교수, 직원, 학생과 근처 상권까지 인터뷰 대상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장문의 인터뷰 본문, 깊이 있는 사진과 휴스꾸를 꾸려나가는 운영진의 이야기까지 다채로운 휴스꾸의 모습을 담아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