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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스꾸 Sep 21. 2022

건강한 그 모습 그대로  혜화에 있어주길

인터뷰어 칠칠 / 포토 봄봄





* 학교 정문에서 혜화역으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건강한빵, 배현철 님과의 인터뷰입니다.



학교 정문에서 올사거리로 가는 길 정면에 식빵 로고가 시야를 가득 채운다.
건강한빵. 안에 들어가면 내 방만한 크기의 가게가 빵 냄새로 가득 차 있다.
어째서 빵 냄새는 맡아도 맡아도 행복해지기만 할까?
아마 그건 이 ‘건강한빵’을 만드는 배현철 사장님의 웃음 때문일 거다.





    

    제가 지금 마흔이고 제빵 일을 15~16년 정도 했는데, 그 당시에는 빵 일을 남자들이 잘 안 했어요. 할 것 없는 사람들이 하는 직업이라고 많이들 생각했던 것 같아요. 저는 대학생 때 실습 나갔던 호텔에서 크루아상을 처음 먹었는데 너무 맛있는 거예요. 그래서 시작했어요. 제가 시작하고 난 이후로는 제빵왕 김탁구나 내 이름은 김삼순 같은 드라마도 나오고, 빵빵 뜨더라고요.


    가게 이름 건강한 빵이요? 솔직히 이야기하면 제가 건강해 보이잖아요. (웃음) 이름을 뭘로 지을까 하다가 제가 건강해 보이니까 건강한 빵 어떨까 해서 상표 검색을 해 봤더니 없더라고요. 그래서 했죠. 그 이후로 비슷한 이름이 많이 나오더라고요.





코로나 이후로 건강한빵 사장님으로서,
개인으로서 달라진 점이 있으신가요?


    코로나 시국에는 매출이 진짜 많이 줄었어요. 한 50%에서 60% 정도 떨어졌어요. 그 당시에는 계속 버티는 시기였죠. 학교가 쉬니까 2년 동안 쭉 방학이더라고요. 근데 저번 학기부터 오프라인 수업이 시작됐잖아요. 그때부터 확실히 매출이 올라가기는 했는데 코로나 전만큼은 아니에요. 여전히 20%는 떨어진 것 같아요. 코로나 전으로 완전히 돌아가기는 힘들 것 같아요.


    그래서 택배 배송을 하려고 해요. 코로나 기간에도 배달 같은 걸 알아보기는 했는데, 중간 수수료가 너무 많이 발생하더라고요. 네이버 쇼핑에 올리는 게 가장 저렴해서 그곳을 통해 시작하려고요. 제가 직접 사진도 찍어야 하고 업로드도 해야 하지만 그게 제일 나아 보여요.


    택배로는 양과자를 판매할 계획이에요. 빵은 당일 생산해서 당일 판매하기 때문에 택배 배송이 안 돼요. 주문량을 맞추기도 어렵고요. 빵은 반죽부터 구워서 나오는 데까지 9시간 정도가 걸려요. 만약에 1시에 주문한 고객들은 적어도 3일 뒤에 받으시는 거죠. 그래서 빵은 택배로 어렵고, 대량으로 만들어서 보관에 용이한 과자 종류로 택배 배송을 시작하려고 하죠. 피칸 파이, 호두 파이, 무화과 파이 3가지랑 초콜릿 수플레, 녹차 수플레 2가지를 준비하고 있어요.


    사장이 아닌 저로서는 결혼을 했어요. (웃음) 2년 전에 했는데, 코로나 덕에 결혼을 준비할 여유가 생겼죠. 코로나가 좋은 점도 있었고 나쁜 점도 있었어요. 그래서 저는 너무 속상하다는 마음은 없는 것 같아요. 이 동네 상권 중에서는 매출이 나오지 않아 문을 닫을 지경까지는 아니었기도 하고. 그동안 바뀐 곳이 되게 많잖아요.





건강한빵 하면 앙버터가 가장 유명한데,
 이런 인기를 예상하고 출시하신 건가요?


    원래 앙버터 이름이 소프트앙인데 다들 앙버터로 알고 계세요. (웃음) 원래 앙버터가 우리나라에 유행을 탄 적이 있었어요. 우리 가게 바게트가 맛있으니까 우리도 바게트로 앙버터를 시도했는데 반응이 좋았죠. 근데 문제는 사 가셔서 몇 시간 뒤나 다음 날 드시면 눅눅해지는 거예요.. 그 단점을 보완할 만한 방법이 뭐가 있을까 생각해서 아예 바게트를 부드럽게 만들어봤어요. 그래서 소프트앙을 출시했고, 지금은 저희 건강한빵을 대표하는 효자 상품이죠. 그리고 그걸 스콘에다가도 적용해서 앙스콘도 만들었는데 소프트앙만큼 인기가 많진 않지만 잘 나가긴 해요.


    그러니까 조금 걱정도 돼요. 왜냐하면 한 품목만 인기가 많으면 그 품목의 인기가 사라질 때 리스크가 크잖아요. 사실 앙버터를 출시한 이유도 그 리스크 때문이었어요. 원래 저희 가게 오픈하고 10개월 만에 생활의 달인에 밤식빵이 방송을 타면서 유명해졌어요. 다들 밤식빵만 찾으시니까 그 인기를 분산하려고 앙버터를 출시한 거예요. 근데 지금은 밤식빵 인기가 다 사그라들고 소프트앙만 오래 찾으시네요. 다행이고 감사한 일이지만 다음 인기 품목을 계속 찾고 있어요.





차근차근 준비하는 꿈이 있으신가요?


    양과자를 전문으로 파는 카페를 차리고 싶어요. 카페 구상은 꾸준히 하고 있어요. 만약에 카페를 차리면은 가운 데다가 쇼케이스를 제작해서 두고 싶어요. 손님의 시선이 가장 중요해요. 백화점 1층에 고급 브랜드가 다 들어가 있는 것처럼요. 손님이 백화점에 들어오면 무조건 1층을 거쳐서 가잖아요. 그때 에스컬레이터 위치가 고객이 조금이라도 더 그 브랜드를 보게 만들어요. 스타벅스에 가도 주문하고 텀블러 보라고 뒤에 있잖아요.


    그런데 카페에서는 메뉴판은 위에 있는데 케이크는 밑에 있으니까 디저트에 시선이 잘 안 가요. 주문하고 나서야 케이크를 봐서 사 먹을까 말까 고민하잖아요. 근데 처음부터 케이크를 보면 그런 고민도 덜하겠죠. 던킨도너츠가 입구부터 도넛을 배치해서 카운터에 가져오게 하는 시스템처럼요.


    그래서 저만의 디저트 전문 카페를 차리면 쇼케이스를 카페 가운데에 두고 싶어요. 문이 가게 양쪽에 있고, 문 사이에 쇼케이스를 둬서 카운터에 올 때까지 먹고 싶은 디저트를 골라 계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거예요. 쇼케이스에는 프랑스어로 작은 과자를 뜻하는 ‘쁘띠뽀’를 진열하려고 해요. 잉글리시 블랙퍼스트에 들어가 있는 작은 마카롱 같은 과자가 다 쁘띠뽀예요. 그래서 쇼케이스에 쁘띠뽀를 두고, 나만의 3단 금색 트레이에 담아 오는 거죠. 그럼 보는 재미도 있고, 꾸미는 재미도 있잖아요. 한 개당 가격은 최저 700원에서 비싸면 1,500원 정도 되겠죠. 3단 트

레이에 채우고 나면 2, 3만 원 나오겠지만요. (웃음)


    음료는 티 종류를 많이 하고 싶어요. 티에는 깊이가 있어요. 원래 양과자에 잘 어울리는 게 티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티를 마시면 디저트의 끝 맛이 정리돼서 다음 디저트 맛을 다 느낄 수 있어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디저트에 무조건 커피를 마시잖아요. 디저트의 그 달콤한 맛을 오래 느끼고 싶어서 먹는 건데 커피를 마시면 그 맛이 커피 향과 섞여버리니까 맛을 알 수가 없어요. 그래서 티를 하고 싶은 건데, 잘 먹힐지는 모르겠어요.





그런 배치에 대한 지식을 공부하신 건가요, 경험으로 얻으신 건가요?


    솔직하게요? 유튜브, 팟캐스트에서 주워듣는 거죠. (웃음) 저는 직원들이   만들고 오후에 판매만 하시는 시간에 이어폰을  한쪽에 끼고 있어요. 그걸로 유튜브를 계속 들어요. 요즘엔 내가 원하는 공부를 하기에 너무 좋아요. 경제, 부동산, 세계사처럼 듣는 분야가 많아요. 그럼 트렌드가  보이죠.





아직도 성대/혜화 상권을 키우고픈 마음이 있으신가요?


    그럼요. 아직도 갖고 있어요. 그때 인터뷰에서도 도스타코스 사장님이랑 생각했다고 했는데, 여전히 얘기하고 있죠. 그때 상권 이름을 은행나무 길이라고 했나요? (웃음)


    저는 코로나 이후여도 혜화 상권을 충분히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해요. 레트로가 다시 유행하는 것처럼, 소비 파워가 큰 제 세대가 다시 혜화로 돌아올 거라 믿거든요. 신문에서 봤는데, 제 나이대 사람들이 전 세대 중에 소비 파워가 가장 크대요. 그래서 예능 출연진의 나이대가 높아지는 것도, 소비 파워가 큰 제 세대가 예전을 그리워하니까 그 추억을 향유할 수 있는 연예인을 출연시키다 보니 그렇게 됐다고 하고요. 제 세대가 점점 나이를 먹으면서 예전 향수를 찾으러 마로니에 공원으로 오지 않을까요?




선물로 주신 다쿠아즈와 오랜만에 사 먹는 소프트앙을 욕심껏 다 먹었다. 그래, 맨날 딱딱한 바게트 속에 갇힌 앙버터만 먹다가 학교에 입학하고 처음 만난 이 부드러운 빵이 얼마나 반갑고 신기하던지.

그래서 나는 건강한빵이 혜화에서, 그리고 혜화 아닌 곳에서 얼마나 나 아닌 다른 사람들을 행복하게 할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혜화에서 볼 수 있는 건강한 모습을 오랫동안, 많은 곳에서 볼 수 있길.




인터뷰어 칠칠 / 포토그래퍼 봄봄

2022. 08. 29. 건강한빵 배현철 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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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s of skku]
휴스꾸(Humans of skku)는 2013년부터 성균관대학교의 교수, 직원, 학생과 근처 상권까지 인터뷰 대상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장문의 인터뷰 본문, 깊이 있는 사진과 휴스꾸를 꾸려나가는 운영진의 이야기까지 다채로운 휴스꾸의 모습을 담아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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