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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스꾸 Oct 27. 2022

말을 쓰는 당신, 사진을 그리는 당신

인터뷰어 아뵤 / 포토 콩알




* 휴스꾸 운영진 인터뷰어 졔졔, 하치 / 포토그래퍼 데이, 호호와의 단체 인터뷰입니다.




휴스꾸를 보는 사람들은
왜 휴스꾸를 본다고 생각하세요?


데이) 사람들이 무슨 게시물을 제일 좋아했는지를 보면, 학교에 근무하시는 분들이랑 교내 가게 사장님들 인터뷰에 ‘좋아요’를 많이 누르더라고요. 일상에서 그냥 스쳐 지나갔던 그런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 매력이 있어서 팔로우하는 사람들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하치) 성균관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같은 학교를 다니고 있는 사람들이 무슨 생각하는지 궁금해 하는 것도 같고.

저는 항상 인터뷰할 때 인터뷰이에게, 당신이 당신 인생의 주인공이라는 느낌을 심어주려고 노력하는 편인데요. 독자 입장에서도 읽으면서 생각해볼 수 있잖아요. 내가 이 사람이 되어서, 이 사람이 보는 세상은 어떤지를 느껴볼 수 있어서 저는 인터뷰를 읽거든요. 한 사람의 세상의 주인공이 되어보는 체험. 주인공이라는 그 감각이 저처럼 좋아서 보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요.

데이) ‘모든 사람은 각자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활동하시는 모든 분들이 그렇겠지만, 이 문장이 휴스꾸 활동을 하고 싶은 이유 중 하나였어요. 정말 궁금했던 것 같아요. 다른 사람들은 어떤 생각과 이야기를 가지고 살고 있는지. 그런데 그 호기심의 중심에는 제가 있었던 것 같아요. 저를 중심으로 그려진 관계망 속의 개인들이 궁금했던 거죠. 그런데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점차 제가 없어지고, 인터뷰이 분만 보이게 된 것 같아요. 지금까지 살면서 제가 항상 주인공인 영화가 상영되고 있었는데, 인터뷰를 하는 동안만큼은 그 분이 주인공이 되는 거죠. 각자의 삶을 살아가면서 초점을 온전히 다른 사람에게 두는 순간은 많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소중한 경험이죠.


졔졔) 약간 반성돼요. 내가 인터뷰를 하면서 과연 인터뷰이에게 주인공이라는 생각을 한 번이라도 심어줬던 적이 있는지 반성하게 되네요.


하치) 그래서 저는 인터뷰할 때 그냥 말해요. 인생의 주인공이라는 느낌을 받으셨으면 했다고. 그렇게 말씀 드리면 (진심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충분히 그런 시간이었다고 대답을 해주셔서, 그때 딱 보람이 있는 것 같아요.




인터뷰어들이 생각하기에 ‘좋은 이야기’는?
혹은 본인이 좋아하는 이야기.


졔졔)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좋아해요. 특히 가족, 그리고 사랑 이야기가 그렇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좀 넣고 싶어요. 다양한 연령대의 사랑도 담고 싶고, 20대의 열렬한 사랑도 담아보고 싶고. 다른 사람들의 사랑의 형태가 보고 싶어요. 요즘 연애 프로그램도 너무 많지만 그건 좀 극적으로 연출된, 상업화된 얘기인 것 같고, 우리가 진짜 일반적으로 겪는 상황에 대해서 많이 궁금하더라고요.

- 공감해요. 지극히 개인적이지만, 다 하고 있는 이야기.


하치) 진짜 제일 공감이 쉬우면서도 제일 내밀한 주제잖아요. 연애 프로가 잘 되는 것도 다 그 이유에서인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휴스꾸에서 좋은 인터뷰는, 제 글을 보고 뭔가 감동을 받기를 바라는 것도 아니고, 사람들이 인터뷰이를 이해해 주길 바라는 것도 아니고, 그냥 읽고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구나’라고 알게 됨으로써 자기 주변을 더 이해하고 싶게 된다면 좋은 인터뷰일 것 같아요. 단편적인 인터뷰 글만 가지고 한 사람을 온전히 이해한다는 게 말이 안 되는 일이기도 하고요. 그러니까 그저 다양한 생각이 있다는 걸 깨닫고 ‘내 주변은 어떨까?’ 하고 딱 한 번 더 주변을 돌아볼 수 있게 하는 인터뷰가 좋은 것 같아요.


- 인터뷰는 다른 단체에서도 많이 하니까, 그들과 휴스꾸가 차별화되는 게 뭘까 저는 고민했었어요. 인터뷰이를 구성하는 객관적인 정보들을 빼고, 그 사람의 주관적인 생각들을 위주로 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졔졔) 저랑 반대되네요. 저는 최대한 객관적인 사실들에 약간의 스토리를 넣고 싶은 입장이고.

하치) 스타일도 달라서 재밌어요.

-맞아, 스타일이 다 달라요. 객관적인 것들을 분명히 담아야 될 때도 있으니까.






인터뷰어, 인터뷰 전에 내용 구상을 미리
하시는 편인가요?



졔졔) 딱 한 번 구상을 하고 간 적이 있어요. 확실히 구상을 하면 대화가 결국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더라고요. 내가 원하는 방향과 내가 듣고 싶은 말을 결국 듣게 되는데, 단점은 휴스꾸의 취지와 안 맞는다는 거예요. 모든 사람은 각자의 이야기가 있다는 그런 전제가 이미 깨져서, 양심이 찔려요(웃음). 근데 한 번 구상하고 그대로 끌고 갔을 때 확실히 편집하기에는 편하고 좋아요.


하치) 구상을 하고 갔는데도 편집이 어려울 때도 있어요. 인터뷰이에게서 되게 의외인 대답이 나오기도 하니까요. 그럴 때 오히려 좋아요.

졔졔) 사실 재밌게도, 인터뷰이 중에도 어떻게 답변을 할지를 미리 구상하고 오시는 분들도 계세요. 오셔서 ‘아, 나 이렇게 대답해도 되나?’ 이런 말을 하시는 것 자체가 인터뷰이 스스로가 말을 하고 싶어 하는 방향이 있었다는 거잖아요. 그래서 인터뷰 끝나고 밥 먹으면서 ‘근데 졔졔야, 내가 생각했던 거랑 너무 다르게 된 것 같아,’ 이러세요(웃음). 결국 서로 쌍방이 조금은 생각해 온다.

하치) 인터뷰이가 답변하기 어려워하거나, 말해도 되나 망설일 때가 오히려 훨씬 좋은 것 같아요. 예상외의 뭔가를 대답하고 있다는 거니까. 그게 좀 더 그 사람 같고, 다행이다 싶어요.

-말해도 되나 고민을 하는 부분이라는 건 통용되는 어떤 좋은 말과는 다소 다른 이야기라는 거니까요. 그것들을 담아내고 싶다는 오히려 반대된 욕심이 생기기도 해요. 누구나 아는 얘기 말고, 그런 특별한 얘기.






포토, 혹시 인터뷰 전 구상을 하시나요?
사진 편집은 어느 정도로 하시나요?


데이) 사전에 생각을 해가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요. 보통 인터뷰어가 인터뷰이 섭외를 많이 해서, 포토는 인터뷰이를 거의 인터뷰 날 처음 보는 경우도 많고요. 인터뷰이분을 어떻게 담으면 잘 나오겠다, 하는 건 현장에서 많이 생각이 나서, 인터뷰 당시에 즉흥적으로 분위기가 잘 담기게 찍으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촬영 대상을 솔직하게 찍는 걸 좋아해요. 인물이라면 그 인물이, 공간이라면 그 공간이, 직접 만나지 않고 가보지 않아도 사진을 보고 ‘이 분은 이런 분이구나’, ‘이 공간은 이런 느낌을 가진 공간이구나’라고 알 수 있게끔이요. 그래서 최대한 저도 그 대상도 사진에서 가장 자기 자신일 수 있도록 찍으려고 노력해요.

호호) 대부분의 인터뷰는 구상이라는 게 사실 불가능하고 의미도 없는 것 같아요. 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에. 빛도 그날 빛이 어떨지 알 수 없고요.

보정을 원래 제 사진에서는 정말 많이 해요. 한 장에 2시간 넘게 하기도 하고. 사진을 더 좋아보이게 하려고 보정을 했었어요. 휴스꾸에 들어와서는 휴스꾸가 가지고 있는 톤에 맞춰야 되니까, 최대한 밝기 정도만 조절을 했어요. 되게 놀랐던 게, 휴스꾸의 거의 모든 포토가 보정을 거의 안 한, 생(raw) 사진에 가까운 사진을 올리는데, 그게 제가 보정을 엄청 한 사진보다 낫다고 느낀 적도 있어요. 휴스꾸 피드에 올라온 사진을 처음 보고 진짜 깡패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보정을 거의 안했는데, 이렇게도 할 수 있구나.

졔졔) 깡패 같다는 게 어떤 의미예요?

호호) 이런 사진을 싣는 걸 본 적이 없거든요. 저도 그렇고 다들 사진을 더 좋아 보이게 하려고 온갖 수단을 동원하는데. 사실 사진 보정이 꾸며내는 것, 왜곡이라고 생각을 안 하거든요. 다 사진을 완성해가는 필수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육안으로 본 것과 카메라가 보는 것이 다르고, 보정을 안 한 사진이라고 해서 진짜에 더 가까운 건 아니거든요. 그럼에도 보정이 거의 없이 이렇게 미적으로 뛰어나게 사진을 완성을 시키는 건 진짜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을 하고, 그래서 충격을 받았었어요.





사진을 더 좋아보이게 만들고 싶다고 하셨잖아요.
데이, 호호가 생각하기에
‘좋은 사진’이란 무엇인가요.



호호) 한 사람의 서사나 정체성을 표현할 수 있는 사진을 찍는 방법에 대해서 고민을 하고 있었어요. 휴스꾸에 사진 잘 찍는 사람이 많은 걸 보고, 동아리에 들어와서 사람들과 교류를 하면 사진에 있어서 성장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 같았어요.


그런데 특히나 처음 만난 사람을 찍으면서 그 사람의 정체성을 표현한다는 게 사실 말도 안 되고 오만한 생각이라는 걸 활동하면서 느꼈어요. 그래서 지금은 좀 내려놓고, 현장이나 그 사람의 분위기를 제가 느낀 대로 전달한다는 선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목표가 바뀌었어요.

좋은 사진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기본적으로 구도, 색감, 빛이나 톤이 균형 잡히고, 봤을 때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저희가 서너 장으로 인터뷰이를 표현하잖아요. 각자 다양한 방식으로 인터뷰이의 어떤 모습을 담을지 취사선택을 하는데, 그 과정에서 각자의 주관이 들어가기도 하고요. 그래서 있는 그대로 어떤 대상을 표현한다는 건 불가능한데, 대상이 너무 편향되거나 왜곡되는 걸 조심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데이) 사진 찍을 때 제가 좋다고 생각한 걸 찍게 되는데, 제가 어떤 점이 좋아서 사진을 이렇게 찍었는지가 조금이라도 전달되면 좋은 사진이지 않을까 생각해요. 사진을 보고 사람들이 서로 다른 감상을 하는 것도 좋지만, 제 시선을 비슷하게 느낄 수 있다면 그것도 좋다고 생각해요.









인터뷰어 아뵤 / 포토그래퍼 콩알

2022.10.06. 휴스꾸 운영진 데이, 졔졔, 하치, 호호 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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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s of skku]
휴스꾸(Humans of skku)는 2013년부터 성균관대학교의 교수, 직원, 학생과 근처 상권까지 인터뷰 대상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장문의 인터뷰 본문, 깊이 있는 사진과 휴스꾸를 꾸려나가는 운영진의 이야기까지 다채로운 휴스꾸의 모습을 담아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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