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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스꾸 Oct 25. 2022

이야기를 담아내는 사람들,

인터뷰어 또트 / 포토 둔재




* 휴스꾸 운영진 인터뷰어 아뵤, 펭귄 / 포토그래퍼 콩알, 봄봄 과의 단체 인터뷰입니다.







휴스꾸에 들어오게 된 계기가 있나요?


아뵤) 인터뷰이가 될 분에게 제가 그분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힘이 되어 드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오만한 생각일 수도 있지만 저는 휴스꾸가 얼굴도 생판 모르는, 지나가는 행인들의 이야기를 담는 게 정말 좋았단 말이에요. 전에 블로그에 일기처럼 이런 말을 쓴 적도 있어요. “나는 왜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을 다 알지 못할까. 요즘은 종종 이 생각으로 슬프다.” “조용히 그러나 성실하게 굴러가는 그 숱한 삶들을 다 헤아릴 수 없다는 게 문득 억울하다.”


그래서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정말 듣고 싶었는데 휴스꾸가 딱 하고 있으니까 우연치 않게 봤을 때 너무 좋았어요. 휴스꾸가 들려주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안도감 같은 걸 느끼기도 했고, 휴스꾸가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어 고맙고 이런 이야기를 들으려고 해서 고맙다는 생각이었어요. 사람 각각의 역사는 뭉클할 정도로 역사적이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디자인도 되게 예쁘잖아요. (웃음) 그래서 지원을 했던 것 같습니다.


펭귄) 저는 계속 글을 써왔고 무언가 창작하는 일을 지금껏 해오고 있는데, 그러다 친구랑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어요. “무언가를 만든다는 게 배설이고, 배설을 하기 이전에는 섭취가 있어야 한다.” 저는 주변이 굉장히 좁은 사람이에요. 그래서 맨날 보는 사람들만 보는데, 이 사람들은 저랑 비슷한 사람들이니까 허구한 날 똑같은 얘기만 하고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아요. 저는 저와 생각이 다르면 잘 안 보는 편이거든요. 오히려 그게 잘못됐다는 걸 되게 나중에 깨달았어요. 제가 사교하거나 인간관계를 넓히는 건 그렇게 좋아하지 않아서요. 그래서 다른 분들의 얘기를 듣고는 싶은데 그럼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하던 중, 인터뷰를 통해 조금 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나중에 뭔가를 만들 때, 인터뷰를 통해 내가 그걸 조금 더 풍부하게 만들 수 있다면 더 좋겠구나라는 생각도 했었죠.





가장 기억에 남았던 인터뷰의
분위기나, 내용이나, 장소가 있나요?


콩알) 저는 대가곱창 사장님이요. 자주는 아니어도 한두 번 간 적이 있는데 그때마다 되게 기분 좋은 기억이 있었거든요. 섭외부터 인터뷰 그리고 인터뷰 이후에도 따뜻하게 잘해주셨던 기억이 나요. 그리고 아직까지도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분이라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제가 얼마 전에 생일이었는데, 제 생일 일주일 전에 갑자기 카톡을 보내신 거예요. 생일 축하한다고. 그때는 날 아직도 기억하시네라는 생각에 마냥 감사했는데 그 이후에 갑자기 전화가 한번 더 왔어요. 무슨 일이지 하고 받았는데, 저녁에 일정이 없으면 밥 먹으러 오라고 연락 주신 거였어요. 그런데 전활 받고 너무 감사하기도 했지만 동시에 죄송스러웠어요. 나는 너무 비즈니스적으로 사장님을 대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에요. 맨날 가야지, 가야지 생각만 하고 인터뷰 이후로 한 번도 간 적이 없네요. 반성하고 있어요. 10월엔 꼭 갈라고요. (웃음)


아뵤) 저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평소에 진심으로 좋아하고 궁금했던 분이라도 인터뷰를 목적으로 연락을 드리고, 인터뷰에서 평소보다 훨씬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끝나버리면 일회성 관심처럼 비칠까 봐 우려돼요. 그 사후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봄봄) 맞아요. 저도 인터뷰한 후에 더 정이 생겨서 자주 간 가게가 있는데, 사장님께서 너무 잘해주셔서 되려 죄송한 마음에 잘 안 가게 되더라고요. 이러면 안 될 것 같은데 말이죠.


아뵤) 이렇게 들어보니 인터뷰가 그분들께는 되게 특별할 것도 같아요. 자기 얘기를 직접 들으러 찾아온 학생이니까요.


- 그렇게 생각해주신다면야, 너무 감사하죠.


봄봄) 그래서 전 휴스꾸 차원에서 이렇게 이야기를 들려주신 분들께 뭘 해드릴 수 있을까 생각해보다가, 인터뷰집을 내서 드리는 게 어쩌면 다른 방식으로 선물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콩알) 그게 브런치 공모전인 건가요?


- 그런 의미도 있죠. 이렇게 다들 보답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으니까 인터뷰집도 만들고 굿즈도 만들고 뭐든 만들어 드려야 한다는 말이 계속 나오는 것 같아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묻고 듣는 것은
본인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펭귄) 저는 신념 없이 살자가 신념이었어요. 어떻게 보면 신념이라는 게 누군가한테는 폭력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왜냐하면 신념이 올바르고 그르고를 떠나서 일단은 잣대잖아요. 누군가가 살아온 삶은 다 다르니까요. 내가 알고 있는 세상은 결국 내가 알고 있는 만큼의 세상인데 그 세상에서 내가 내린 게 답은 아닐 테니까요. 설령 안 좋은 인상을 주는 사람이더라도 그들의 세계를 알지 못하는 이상 우리는 그 사람에 대해 완벽히 답을 내릴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이런 제 신념 때문에 발전이 없나라는 생각이 조금씩 들기 시작해서 요즘은 제 의견을 얘기하고 저랑 반대되는 거 있으면 부딪혀보려고 하고 있어요. 그걸 막 싸우면서 부딪히는 스타일은 아니라 얘기를 듣고 내가 반일 수도 있고 그 사람이 반일 수도 있겠지만, 정이랑 반이 있으면 합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부딪혀서 저 사람 말이 맞으면 내가 생각했던 게 깨졌구나 그러면 내가 또 한 번 확장되는 거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래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묻고 듣는 게 그런 것 같아요. 결국 제 자신을 확장시키는 일.


그래서 듣고 넓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내가 모르는 세계를 배우고 또 들은 것을 생각해서 점점 깊어지는 일이요. 결국에는 내가 확장되면 그만큼 내가 유하고 편해진다고 생각해요. 무언가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힘을 키우면 무언가를 미워하는데 그만큼 힘을 덜 들여도 되니까요. 그래서 사실 저 편하려고 깊고 넓어지고 싶은 거죠.




아뵤) 더불어 살아가고자 하는 의지요. 이야기를 나눈다는 건 곧 인간관계를 맺는 것이고 두 가지 다 어쨌든 노력해야 하는 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나는 나랑만 살면 가장 편하겠지만 그러다 보면 재미도 없을뿐더러 언젠가 이기심 혹은 무지로 남을 해치게 될 테니까요. 그러지 않기 위해서 애써야 하는 것 같아요. 항상 무지가 가장 안타까운 것 같아요.


친구에게 순수한 인류애라는 말을 들을 만큼 사람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사람한테 질릴 때가 있어요. 글도 많이 쓰지만 글도 싫어질 때가 있고 그러니까 어떤 말을 내뱉기도 흡수하기도 힘든, 그래서 완벽하게 혼자이고 싶을 때가 어쩌다가 한 번씩 찾아와요. 이런 시간을 보냄으로써 제 안에서 어떤 위대한 철학을 발견한다면 저한테 필요한 일이겠지만 저한테는 쓸모없게 허비하는 시간이라 느껴져요. 그래서 오히려 이럴 땐 시선을 바깥에 둘 수 있도록 남한테 가야 하는 것 같아요. 타인과 얘기를 하고 교류를 하는 게 어쨌든 세상에서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이잖아요. 이런 시간들을 빨리 깨부수고 저 자신을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저한테는 묻고 듣는 게 필요한 일인 것 같아요.


-그런 시간들을 빨리 헤쳐나가기 위해서요?


그렇죠. 그게 저한테는 정상 루트에서 벗어난 시간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사진을 찍을 때 주의 깊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콩알) 사진을 잘 찍는 사람이라면 아무 장소, 아무 피사체를 갖다 놔도 잘 찍겠지만 저는 제 수준을 알아서 장소 선정을 꽤 열심히 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공간이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중에서 조명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왜냐하면 취향인 부분인데, 제가 노랗고 어두운 분위기를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웬만하면 황색 등이 있는 곳으로 가요. 모닝글로리 인터뷰 같은 경우에는 제가 조명을 조절할 수도 없고 장소도 못 고르니까 그럴 때 되게 아쉬운 마음이죠. 어두운 분위기에서 그림자가 많이 졌을 때가 좋은 것 같아요.


그런데 이렇게 하다 보니까 저 자신을 한정 짓는 느낌도 들었어요. 그걸 언제 깨달았냐면 2인 인터뷰 때, 원래 봄봄이 나가는 인터뷰였는데 사정이 있어서 갑작스레 제가 나가게 됐거든요. 그런데 봄봄이 정해 놓은 그 카페가 되게 화사하고 밝았어요. 그래서 내가 잘 찍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들고 솔직히 찍으면서도 마음에 안 들었단 말이에요. 그런데 그때 제가 정해 놓은 한계를 부시려고 하다 보니 그게 사진 실력에도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이번에 찌미 인터뷰할 때도 낮에 찍어서 화사했는데 이젠 그걸 잘 이용해보자라는 생각이었어요. 마음 가짐이 바뀌었죠. 한계를 짓지 않는 게 좋은 것 같아요.




봄봄) 저는 휴스꾸 인터뷰 사진에 한정해서 생각했는데 두 가지 원칙 같이 생각하고 있는 게 있어요. 첫 번째는 인터뷰를 뒷받침해 줄 것. 그리고 두 번째는 인터뷰 글에서 보여줄 수 없는 것을 드러내 보여줄 것. 이렇게 어렴풋이 생각하고 있어요. 일단은 사진을 찍을 때 사전 질문지를 통해 어떤 이야기인지 알고 있으니까 그 이야기에 맞추어 찍으려 하는 것 같아요. 이것도 어떻게 보면 프레이밍을 하는 거지만 이게 휴스꾸 사진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흐름에 맞춰서 찍으려고 하되 말에서는 보여줄 수 없는 걸 찍는 거죠. 예를 들면 주로 손 인서트를 많이 찍잖아요. 말을 할 때 인터뷰이들이 손동작을 많이 활용하곤 하는데, 만약 이런 손 인서트 사진과 어떤 인터뷰 글이 있으면 저는 그게 합쳐져서 새로운 의미를 만든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글에서는 볼 수 없는 걸 사진으로 보여주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






휴스꾸에 들어와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모든 사람은 각자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라는 모토에 대해
새로이 느껴진 지점이 있다면?



콩알) 새로이 느껴졌다기보다 원래 갖고 있던 생각이 더 확실해진 것 같아요. 조금은 비슷할 순 있지만 결코 같은 이야기를 가진 사람들은 없다는 것. 그리고 포토로 활동하면서 이에 대해 느낀 점을 얘기하자면, 사람마다 다들 자신만의 사진 스타일이 있다는 거예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그게 사진이라서가 아니라 사진이든 글이든 그림이든 뭐든, 한 사람의 생각과 마음과 시간을 담아 만들어낸 것들에는 누구든 자신의 개성이 있는 것 같아요. 휴스꾸가 말하는 모든 사람은 자신의 이야기가 있다는 문구와도 상통하는 이야기라 생각해요.


봄봄) 모든 사람은 각자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데, 거기서 말하는 ‘각자의 이야기’가 결국은 연결돼 있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사람들이 남의 이야기를 듣고 위로받기도 하잖아요. 그게 타인에게서 자기를 찾기 때문이라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이 외부의 이야기를 궁금해하는 것도 같아요. 저희가 영화를 보든 뭘 보든 간에 결국 거기서 자기를 발견했기 때문에 그걸 더 좋아하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본인한테 공명한 무언가를 발견했기 때문에. 나한테도 누군가가 발견하고 싶은 무언가가 있을 거고 나도 저 사람한테 발견하게 될 뭔가가 있을 테니까 각자의 상황과 이야기가 굉장히 다르지만 모두 연결되어 있다고 휴스꾸 하면서 많이 느낀 것 같아요.


아뵤) 저도 브런치 운영도 하고 편집도 하면서 옛날 인터뷰를 많이 읽어보니까 같은 주제인데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이야기들이 많더라고요. 저는 원래 팔랑귀 기질이 심해서 이 얘기를 듣든, 저 얘기를 듣든 모두 맞다고 수긍하는 편이거든요. 그런데 여러 인터뷰를 한꺼번에 읽어보니까 그럼 내 의견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되면서 이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가 같은 궤도 안에서 턴테이블처럼 돌고 있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러면서 예전보단 이야기들을 조금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펭귄) 사람을 사람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이요. 친구나 지인은 우리가 그들의 이야기를 적당히 알고 있으니까 사람으로 인지하는데, 만약 그렇지 않으면 그 사람들을 사람으로 크게 인지 안 한다고 생각해요. 지나가다가 그냥 외부인, 말 그대로 전혀 관심 없는 타인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도 그 사람들한테 이야기가 부여되는 순간 나한테 사람이라는 존재가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예를 들어 회사 사람이면 회사 사람, 학교 사람이면 학교 사람, 이렇게 나와의 관계로만 묶일 수 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알게 되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으려나 하고 궁금해질 수 있으니까요.


이옥섭 감독님이 정말 어떤 사람이 싫으면, 그 사람을 내 영화의 주인공처럼 생각한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그 사람한테 서사를 부여하면 밉지 않다는 의미인 것 같아요. 저도 사람을 그렇게 좋아하진 않지만, 이런 식으로 봤을 때 “나도 그렇게 좋은 사람이 아니다. 저 사람도 그렇게 좋은 사람이 아니지만 사랑할 수도 있겠구나. 그냥 어떻게 서사를 부여하면 저 사람도 내가 그렇게 미워할 필요는 없겠구나.”라는 생각들을 하게 되면서 사람을 조금 더 사람으로 느끼고 있는 것 같아요.






인터뷰어 또트 / 포토그래퍼 둔재

2022. 09. 26.  휴스꾸 운영진 봄봄, 콩알, 펭귄, 아뵤 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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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s of skku]
휴스꾸(Humans of skku)는 2013년부터 성균관대학교의 교수, 직원, 학생과 근처 상권까지 인터뷰 대상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장문의 인터뷰 본문, 깊이 있는 사진과 휴스꾸를 꾸려나가는 운영진의 이야기까지 다채로운 휴스꾸의 모습을 담아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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