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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스꾸 Aug 10. 2022

따뜻한 나의 집, 휴스꾸

인터뷰어 & 포토 호후




* 호후(humans of hongikuiversity)가 진행한 휴스꾸 운영진 인터뷰어 숩, 칠칠, 알라 / 포토그래퍼 찌미, 필재와의 인터뷰입니다.




혜화에서 기억에 남는 장소, 혹은 추억이 담긴 장소가 있으신가요?
있다면 어디이고, 이유는 무엇인가요?


숩 | 휴스꾸의 인터뷰어, 포토 선배와 첫 인터뷰 섭외를 위해 돌아다니던 중에 마주친 장소를 소개하고 싶어요.

섭외를 마치니 저녁 시간이라 밥 먹고 대화하면서 친해질 겸 언니들이 아는 곳으로 따라갔는데 거기가 칵테일 바였어요. 평소에 가보지 못한 이국적인 분위기라서 혼자라면 못 들어봤을 법한 곳이에요. 약간 아프리카풍의 분위기요. 사장님도 되게 개성 있는 분이고 개 한 마리도 누워 있고, 자유롭고 색다른 공간이었어요.

저는 경영학과고, 언니들은 각각 미술학과, 영상학과 학생이라서 평소에 나눠보지 못한 되게 개성적인 독특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평소에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저와 비슷한 성향이나 환경의 친구들과만 얘기하다 보면 일상이 한정된 느낌을 받고 스스로 사고가 갇히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근데 휴스꾸에서 전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니까 새로운 일상의 자극이었어요. 동아리의 순기능인 것 같아요.

처음으로 동아리원들이랑 사적으로 얘기를 해본 장소이다 보니 휴스꾸라는 단체를 좋은 첫인상으로 기억하게 된 계기였어요. 제가 술을 못 마셔서 칵테일도 접해볼 기회가 없었는데 그곳은 논 알코올 칵테일도 주문할 수 있어서 더 특별해요 .(웃음) 지금껏 인터뷰 활동을 해오면서 느낀 휴스꾸의 느낌에 딱 부합하는 장소 같아요. 정말 다양한 색을 가진 단체요.


알라 | 1, 2학년 때 성대 신문을 했어요. 신문사가 있는 건물이 호암관이에요. 호암관 바로 3층에 신문사가 있는데 그곳을 좋아해요. 그 신문사 공간이 되게 기억에 남는 게, 매일같이 밥 먹고, 밤새고, 인터뷰 준비하고, 친구들이랑 이야기하고 그랬거든요. 특히 그 시기 동안 성장을 많이 한 것 같아요. 신문사 활동 이전에는 마냥 어렸는데, 2년 동안 선후배들 그리고 동기들과 기사를 쓰고 인터뷰도 하다 보니까 사람들과 어울리는 방법도 배우게 되고, 깊이 있게 공부하는 법도 배우게 돼서 그 공간이 추억이 담긴 장소예요.

그리고 저희 대학로 쪽에 ‘어쩌다 산책’이라는 책방이 있어요. 들어가면 보이는 일본식 정원이 되게 예뻐요. 또 맛있는 차를 타주시고, 책도 큐레이션이 잘 되어있는 서점인데 거기 가서 친구랑 같이 영화 서적 구경하며 깔깔깔 거리는 거 되게 좋아해요.


필재 | 사실 학교에는 별 추억은 없는 것 같고, 저는 공부를 자취방에서 해서, 방을 작업실처럼 꾸며놨어요. 친한 친구들이 제 자취방 바로 옆 건물에 살고 있어서 심심할 때 걔네들 불러서 만나는 골목이 집에서 바로 30초 거리예요. 바로 그 골목이 추억이 깃든 장소인 것 같아요. 지금도 여전히 그러고 있어서 추억이라고 하긴 그렇지만.


(현재진행형 추억이네요?)


(웃음) 현재진행형 추억 즈음 되겠네요.




인터뷰할 때 많이 신경 쓰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알라 | 항상 잘 웃으려고 노력해요. 저는 평소에도 웃음 장벽에 낮아서 자주 웃는 사람이지만, 인터뷰할 때는 더 신경을 쓰는 것 같아요. 인터뷰 특성상, 인터뷰이 분들이 좀 긴장하실 때가 많잖아요. 그래서, 웃으며 편안하게 친구와 즐겁게 대화한다는 식으로 풀어나갈 때 인터뷰가 잘 진행되더라구요.



사진 찍을 때 많이 신경 쓰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필재 | 아주 기본적인 것부터 잘 지키려 해요. 예를 들어, 화면을 3등분 했을 때 인물의 눈이 3분의 1 지점에 와야 된다는 원칙 같은 거요. 그리고, 일단 최대한 많이 찍고 인터뷰어가 인터뷰를 보내주면 거기에 맞는 분위기의 사진을 골라요. 일단 많이 찍어놓은 후 쓸 수 있는 걸 최대한 쓰는 느낌이에요. 저는 저의 사진 실력을 믿지 않기 때문에 이쯤 되면 그만 찍어야겠다는 생각을 잘 못해요.(웃음)




휴스꾸 활동으로 성장한 점은?

 

알라 | 저는 원래는 좀 되게 강박적인 성격이었어요. 한번 무언가를 해야겠다고 정하고 원하는 대로 풀리지 않으면, ‘이거 아니면 안 돼’ ,’이거 못하면 어쩌지’라는 생각을 많이 하면서 살았어요.

그런데 휴스꾸를 통해 인터뷰를 하며 다양한 삶의 케이스들을 듣고 나서 삶에 대한 태도가 유연하게 바뀌었어요. 어떤 사람이 이런 어려움에 처했을 때 어떻게 그걸 빠져나갔는지에 대한 다양한 사례들을 접하면서, 나한테도 저렇게 힘든 상황이 오면 이렇게 빠져나갈 수 있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이를 통해 제가 스스로를 좀 더 편하게 대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필재 | 저는 휴스꾸 활동을 하면서 성장했다기보다는, 저의 집 같은 곳을 찾은 느낌이에요. 제가 휴스꾸 활동 전에 단체들 몇 개 들어갔었는데, 잘 맞는 곳이 없었어요.

그래서 들어갔다가 2주 있다가 나온 단체도 있고, 길게 활동하더라도 다른 분들과 잘 못 친해지거나 그런 일들이 많았어요. 여기에 들어오니까 저랑 비슷한 결인 분들이 많아서 잘 맞았던 거죠. 잘 맞는 사람들이라고 생각되니까, 제가 더 진실되게 대하려고 노력하게 된 것 같아요. 그러던 와중에 저의 고쳐야 할 점 혹은 상대방의 본받을 점 이런 거를 조금씩 깨달은 거죠.

사소한 단점일 수 있지만, 예를 들어서 저는 원래 제가 할 말을 끝내고, 대화 상대방에게 다시 되묻는 걸 잘 안 하는 습관이 있었어요. 이런 부분을 저의 고쳐야 할 점이라고 생각해서 많이 신경 쓰게 되고, 고치게 된 것 같아요. 이런 식으로 저의 성격적인 부분이 활동을 하며 많이 성장하게 됐어요.




찌미 | 두 번째 인터뷰에서 장애인 인권위원회 준비위원회에서 일하시는 분을 접했어요. 포토로서 촬영에 집중했지만, 되게 인터뷰 내용이 재밌어서 들었던 시간이 많았던 인터뷰였거든요. 들으면서 진짜 학교생활에서도 그렇고, 개인적으로도 그렇고 아직 모르는 점, 부족한 점이 많구나 했어요. 전혀 생각을 못 하고 있던 지점이 많아서 머리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었어요. 장애인에 대한 것 뿐만이 아니라 그냥 사람이 함께 살아가면서 필연적으로 생기는 갈등과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겠다 싶더라고요. 편하게만 살아가고 있었는데 각자의 불편함에 대해 좀 더 생각해볼 수 있었어요. 인터뷰의 장점이 그거인 것 같아요. 내가 모르는 상황이나 사람에 대해서 들을 수 있다는 점이요.


숩 | 한 학기 동안 인터뷰를 진행하며 든 생각이 있어요. 인터뷰를 마친 후에는 글로 편집해서 독자분들께 보여드려야 하잖아요. 근데 제가 어떻게 정리하느냐에 따라 인터뷰이의 의도가 왜곡될 수도 있겠다고 느꼈어요.

 인터뷰이가 업로드된 인터뷰 게시물을 딱 봤는데 '난 이런 의도로 말한 게 아닌데'라는 반응이라면 그분의 진솔한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 인터뷰의 취지가 흐려진 거죠. 인터뷰를 잘못한 거고요. 인터뷰도 크게 보면 대화의 한 종류이고, 대화에서 청자는 단순히 본인이 느껴지고 들리는 대로 받아들이면 되잖아요. 하지만 그 대화를 정리해서 제3자인 독자에게 전달하는 '인터뷰어'라면 모든 단계에서 보다 신중히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개인적인 주관을 누르고, 이 사람이 어떤 말을 하는지를 객관적으로 받아들이는 것도 중요하겠더라고요.

 인터뷰본을 편집, 구성하는 단계에서도 방대한 전문에서 간결히 핵심만 잡는 게 어려웠어요. 인터뷰 분량이 제한되어있다 보니 글 편집적인 면에서도 문제점을 느꼈고, 좀 더 고민이 필요하겠다고 생각한 점에서 성장한 거 같아요.


칠칠 | 두 번 인터뷰를 끝내면서 교류란 무엇인가, 그리고 교류의 방식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좀 많이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첫 번째 인터뷰이는 제가 원래 알고 있던 분이었지만 두 번째는 지인에게 소개받아서 완전 초면인 분이었어요. 그분과는 친분이 없었기 때문에 사전 질문지를 드릴 때도 도대체 어디까지 물어봐야 하는지가 되게 난관이었어요. 교환학생으로 다른 나라에서 우리나라로 왔고 전공은 무엇인지 같은 그분의 기본 정보는 알고 있는데, 그 기본정보에서 어디까지 꼬리 질문을 뽑아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리고 그분이 어디까지 대답해줄지도 전혀 예상이 안 됐어요. 그분이 제게 감추고 말하고 싶지 않은 부분이 있을 수 있잖아요. 질문으로 그걸 건드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그 교류의 방식에 있어서 고민한 것 같아요.

 이번에는 운이 좋게도 개인적인 생각이라든지 신념을 드러내는 데에 거리낌이 없는 분이어서 저 역시도 편하게 푹푹 들어갈 수 있었어요. 하지만 만약에 그런 거를 좀 감추고 싶어 하거나 닫아 두고 싶은 분을 만났을 때는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지, 좀 더 세련되고 유하게 다가갈 수 있는지에 관련해 제 자세를 고민해 볼 수 있었어요. 이런저런 고민을 하게 만드는 점에서 휴스꾸를 통해 좀 더 성장하게 되는 것 같아요.



휴스꾸의 정체성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알라 | 따뜻함이라고 생각해요.

한번 조회 수가 많이 나온 게시물이 있었는데, 댓글에 ‘이 인터뷰를 보면서 너무너무 따뜻했어요’라는 말이 있었어요. 그런 반응을 볼 때마다 휴스꾸가 사람들에게 따뜻함이라는 이미지를 준다는 걸 느껴요.

그리고 저희가 인터뷰이의 스토리를 이끌어내기 위해서 만드는 섬세한 질문들도 휴스꾸의 정체성을 만들어준다고 생각해요. 저는 질문을 그렇게 잘 만들지 못하지만, 친구들이 만드는 거 보면 어떻게 질문을 이렇게 정성스럽고 좋은 질문들은 만들까 생각을 하는 순간들이 있어요.


칠칠 | 단어로 표현하면 '확장'인 것 같아요.

그러니까 이 확장을 인터뷰어인 저에게 적용하면, 인터뷰이로 접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삶을 보고 들으면서 이런 삶도 있구나, 이렇게 살아가는 방법도 있구나 하고 제 인식을 확장하게 되더라고요. 또 인터뷰이의 인터뷰 후기를 들어보면 자신의 삶을 좀 정리하고 다시 돌아볼 기회를 얻어서 좋다고 해요. 인터뷰이들에게 이 확장의 개념을 적용해 보면, 인터뷰로 정리한 생각들을 자신의 삶에 적용함으로 인해 자기의 삶이 어느 방향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지, 방향성을 알 수 있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휴스꾸가 존재함으로 인해서, 휴스꾸를 운영하는 사람들과 휴스꾸와 인연을 맺게 되는 사람들이 각자 자기의 세계를 넓혀 나갈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다고 생각해요. 인터뷰라는 형식을 매개로 그 사람 자체를 담음으로써요.




숩 | 저도 단어로 표현하자면 '분위기'인 것 같아요.

 휴스꾸에 지원하게 된 계기가 "모든 사람에게는 각자의 이야기가 있다." 인스타와 브런치에 박혀 있는 슬로건 때문이었거든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 말이에요. 분위기란 이야기나 말을 통해 전해지는 것도 있지만 뭔가 표현할 수가 없는 느낌이라고 생각해요.

 지금 인터뷰어분들께도 느껴지는 것 같고, 인스타나 브런치의 글을 봐도 분명 그냥 글자로만 쓰여 있는데도 인터뷰이가 이런 분위기의 사람일 것 같다고 언뜻 느껴지기도 하고요. 또 포토 분들의 사진을 봤을 때 누구의 사진이라고 쓰여 있는 게 아닌데도 촬영한 사람에 따라 분위기가 엄청 달라지더라고요.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요. (웃음)

 저희 휴스꾸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라가는 인터뷰는 순서가 차례대로 이어지는 연속적인 구성이 아니에요. 게시글 자체도 대화의 흐름과 내용을 명확하게 전달한다기보다는, 각 꼭지마다 단편적인 인사이트와 순간을 담고 있는 것 같아서, 인터뷰이가 가진 각자의 분위기를 전달하는 것이 휴스꾸의 취지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독자분들도 읽으면서 또 다르게 그 분위기를 느끼실 거고, 그렇게 다채롭게 해석될 수 있다는 점에서 휴스꾸 활동이 의미 있는 것 같습니다.





인터뷰어, 포토 호후 (Humans of Hongik)

2022. 08. 01-03. 따뜻한 나의 집 휴스꾸




*휴스꾸를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휴스꾸 인스타그램

-휴스꾸 페이스북 페이지


[Humans of skku]
휴스꾸(Humans of skku)는 2013년부터 성균관대학교의 교수, 직원, 학생과 근처 상권까지 인터뷰 대상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장문의 인터뷰 본문, 깊이 있는 사진과 휴스꾸를 꾸려나가는 운영진의 이야기까지 다채로운 휴스꾸의 모습을 담아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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