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인터뷰 TMI

나의 혜화동 북극성

인터뷰어 칠칠

by 휴스꾸

<인터뷰 TMI>는 인터뷰어들의 속마음을 담은 에세이 형식의 콘텐츠입니다.

인터뷰어의 자취를 따라가면 인터뷰의 내용과 구성이 더 와닿을 수 있습니다.




코로나 전만 해도 길거리 곳곳에 놓인 작은 상점에 대한 내 애정은 프렌차이즈 지점보다 조금 높은 정도였다. 그 조금의 차이는 딱 이렇다. 잘 알고 있는 디저트집이 어느 순간부터 보이지 않는다. 그 디저트집이 정확히 어떤 디저트를 팔고 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혀 한 번 차는 걸로 아쉬움을 표현하고 가던 길을 간다. 지금은 없어지면 눈부터 최대한으로 치켜뜨고 지도 어플리케이션에서 정말로 폐업한 것을 확인한 뒤에 최대한 비슷한 맛을 팔던 곳을 며칠이고 찾는다. 그리고 그 비슷한 곳에 방문할 때마다 원조를 그리워한다. 그만큼 코로나 이후 ‘그 자리에 그대로’가 얼마나 어려운지 새삼 깨달은 셈이다.


2년 반만에 혜화에 도착했을 때. 사실 그때 내가 자주 가던 가게들 근처를 가기가 조금 싫고 꺼렸다. 소리소문도 없이 사라져 있을까봐, 그걸 내가 확인하는 게 싫었다. 내 추억이 몽글몽글 깃든 장소가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하는 게, 내 기억을 페인트로 무질서하게 덮어버리는 것 같아서.


그래서 건강한 빵이 그 자리 그대로 남아있고, 배달도 시작하신다는 말이 너무나도 반가웠다. 그대로 계셨구나. 빵 종류도 추가하셨네. 빵 맛은 그대로야. 코로나도 버티셨으니 여긴 정말 오래오래 혜화에 있겠다. 인터뷰를 하며, 마치고 산 소프트앙을 우물거리며 그런 생각을 했다. 여긴 혜화 속 나만의 북극성 같은 장소구나, 하고.


IMG_8669.JPG 배현철 사장님과 인터뷰어 칠칠


인간에게 1만 2천 년은 영원처럼 느껴질테지만, 북극성은 바뀐다고 한다. 현재 북극성은 작은곰자리의 알파별이다. 1만 2천 년 후에는 거문고자리 알파성인 직녀성(베가)이 북극성이다. 1만 2천 년까지는 아니더라도, 내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오랜 시간이 흐르면 나의 혜화동 북극성은 분명 바뀔테다. 그때도 빵집일지, 아니면 밥집일지 카페일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북극성이 아주 오랫동안 그 자리를 지키며 ‘북극성’으로 불릴 것처럼, 나의 혜화동 북극성도 그 자리에 그대로, 오랫동안 남아있어주길.







<건강한 빵 배현철 사장님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인터뷰어 칠칠 / 포토그래퍼 봄봄

2022. 09. 23. 나의 혜화동 북극성





*휴스꾸를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휴스꾸 인스타그램

-휴스꾸 페이스북 페이지


[Humans of skku]
휴스꾸(Humans of skku)는 2013년부터 성균관대학교의 교수, 직원, 학생과 근처 상권까지 인터뷰 대상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장문의 인터뷰 본문, 깊이 있는 사진과 휴스꾸를 꾸려나가는 운영진의 이야기까지 다채로운 휴스꾸의 모습을 담아내려 합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오랫동안 간직할 여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