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어 윪
<인터뷰 TMI>는 인터뷰어들의 속마음을 담은 에세이 형식의 콘텐츠입니다.
인터뷰어의 자취를 따라가면 인터뷰의 내용과 구성이 더 와닿을 수 있습니다.
현장의 인터뷰를 인터뷰 글로 옮길 때마다 인터뷰어의 몫에 대해 생각합니다. 아리나님의 글을 적으며 특히 그 간극을 고민했습니다. 이번 에세이에서는 인터뷰이와 현장이 아닌 인터뷰어와 편집을 다뤄보고자 합니다.
휴스꾸 인터뷰는 크게 세 단계를 거쳐간다. (1) 인터뷰이의 언어를 듣고 (2) 원문 그대로 정리하고 (3) 인터뷰어의 언어로 편집해 완성한다. 인터뷰이의 언어를 인터뷰어의 언어로 변환하는 일. 매 인터뷰마다 두 언어의 비율을 고민한다. 조금 더 나은 글을 위해 내 식대로 언어를 고쳐도 될지, 그 모습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말맛을 포기하고 사실을 전할지에 대한 답은 글로 구현된다. 나는 보통 내 언어 30, 인터뷰이 70의 글을 썼던 듯하다. 나는 인터뷰이의 모든 표정, 손짓, 시선, 목소리, 속도, 머뭇거림 등 이야기를 보충할 생생한 정보를 제공받는 반면, 독자들은 오로지 글과 사진으로 이야기를 접하기 때문이다. 내 언어는 나와 독자의 정보 격차를 해결하기 위한 일종의 도움말이 된다.
이번 인터뷰에서 그 몫을 더 고민했던 이유는, 한국어가 본국어가 아닌 인터뷰이였기 때문이다. 한국어로 전공수업을 들을 만큼 한국어 실력이 뛰어났지만, 배운 지 4년 된 언어보단 평생의 러시아어 혹은 영어로의 대화가 편한 분이었다. 그래도 인터뷰는 수월했다. 듣고 싶은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을 들을 수 있었다. 문제는 편집이었다. 단어의 취사선택, 문장의 정제, 문단의 유기성. 내가 어느 정도 개입해야 할까.
처음엔 최대한 깔끔하게 정리했다. 주어와 서술어의 뼈대가 드러나는 문장을 적었다. 애초에 인터뷰이의 문장 또한 그랬다. 머뭇거림은 있지만, 전하고자 하는 바는 확실했다. 행복, 슬픔, 진실 등 순수하고 묵직한 단어를 썼고, 중복되지 않은 짧은 문장을 뱉었다. 길지 않은 문장이 좋았다.
그후로 말맛을 살리기 위해 단어를 첨가했다. 수식어구가 없는 문장이 많아 자꾸 내 언어가 들어갔다. 내가 자주 쓰는 단어, 좋아하는 단어들이 나도 모르게 들어갔다. 이를 인식하자 언제나처럼 두 기로에 놓이게 됐다. 물론 이번엔 더 고민됐다. 인터뷰는 인터뷰어의 글인가 인터뷰이의 말인가. 그러나 언제나처럼, 글이 멋없더라도 같은 선택을 했다. 인터뷰는 인터뷰이의 말이 우선이다.
다시 내 단어를 뺐다. 대신에 인터뷰의 인상을 녹여냈다. 인터뷰이의 말이 깔끔하게 느껴진 주된 이유 중 하나는 그가 문어체를 구사했기 때문이다. 논문과 책을 많이 읽어와서 그런지, 줄글 같은 문장을 구사했다. 특히 ‘이는 ~했습니다’의 문장을 자주 사용했다. 이 표현을 그대로 옮기기엔 인터뷰는 말과 글 중간 언저리에 있어 부자연스러웠다. 이에 문어체 특유의 느낌이 실리게 문장 정돈에 신경 썼다. 그래도 아쉬워 한 문장은 그대로 담았다.
그렇게 이번에도 하나의 인터뷰를 완성했다. 내 언어와 그의 언어가 오가고, 그의 말과 내 글이 공존한다. 함부로 내 몫을 넘지 않기, 그렇다고 직무유기 하지 않기. 이 물렁한 기준이 최선의 이야기를 담을 수 있게 이번처럼 매번 고민할 테다.
<인터뷰이가 pick한 아리나님의 아쉬운 한 문장이 궁금하다면>
인터뷰어 윪 / 포토그래퍼 찌미
2022. 10. 07. 아리나 김 님과의 인터뷰 中
*휴스꾸를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Humans of skku]
휴스꾸(Humans of skku)는 2013년부터 성균관대학교의 교수, 직원, 학생과 근처 상권까지 인터뷰 대상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장문의 인터뷰 본문, 깊이 있는 사진과 휴스꾸를 꾸려나가는 운영진의 이야기까지 다채로운 휴스꾸의 모습을 담아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