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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스꾸 Oct 05. 2022

진실한 마음과 모습으로

인터뷰어 윪 / 포토 찌미




* 성균관대학교 재학생 아리나 김 님과의 인터뷰입니다.



러시아에서 한국 온 지 4년 정도 됐어요. 고등학교 때 대학 진학을 준비하며 외국 유학을 고민했어요. 여러 이유로 한국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아버지가 한국에서 일하고 계셨고, 전 민족으로는 한국 사람이니까요. 한국에 와서 2년 동안 입시 준비를 했고, 작년에 심리학과로 입학했어요. 원래 심리학에 관심이 많았어요. 심리학이 인간의 마음을 다루는 학문이라 끌렸어요. 어느 전공을 공부해도 심리학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결국 다 마음에 대한 일이니까.

 

실제 전공 수업을 들어보니 생각보다 어렵지만 그래도 재밌는 것 같아요. 진학 전에 읽었던 심리학 도서들은 대부분 전문적인 내용은 아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논문도 많이 읽으면서, 심리학은 정말 ‘학문’이라는 걸 새삼 실감해요. 그리고 심리학을 통해 다른 사람들의 마음뿐만 아니라 내 마음도 들여다볼 수 있어서 제게 큰 도움이 돼요. 지난 학기에는 ‘이상심리’, 이번에는 ‘임상심리’ 수업을 들으며 정신적 장애에 대해 배우고 있어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정신적 장애를 겪고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더라고요. 제가 활동 중인 심리학과 학회 ‘치유’에서도 ‘임상심리’를 공부하고 있어요. 10월 말에 학회 최종 발표가 있어서 요즘은 논문 쓰느라 바빠요.





한국에 처음 왔을 때, 한국에서 공부 중인 같은 러시아 사람한테 한국어 과외를 받았어요. 석사 과정에 있거나 TOPIK 6급인 분들한테 배웠죠. 한국에 처음 왔을 땐, 한글은 읽을 수 있었고 ‘안녕하세요’ 정도 말할 수 있었어요. 같은 한국 학생들과 대학 수업을 들어야 하니까 열심히 공부했어요. 이젠 제가 러시아에서 온 친구한테 한국어를 가르쳐요. 저도 한국어를 아주 잘 하진 못 하지만 친구 부탁으로 하고 있어요.  





지금은 학기 중이라 쉬고 있지만, 모델 일도 꾸준히 해왔어요. 3년 전쯤 서울 패션위크에서 친구 소개로 여러 작가님들과 모델분들을 소개받으면서 이쪽 일을 접하게 됐어요. 처음에는 친구들과 취미 정도로 작업하다가 점차 전문적인 촬영을 하게 됐어요. 처음에는 카메라 앞이 부끄러웠어요. 어떤 포즈를 취해야 할지 모르겠고, 어떤 표정을 지을지 고민돼 눈을 감아버리곤 했죠. 근데 경험이 쌓이다 보니까 그런 부담은 사라진 것 같아요. 오히려 촬영할 때 마음이 편해져요. 아무 생각 없이 내 자신을 표현할 수 있어 좋아요.


작가님마다 스타일이 달라서 매번 다른 느낌이에요. 어떤 작가님과는 간단하게 산책하며 찍고 어떤 작가님과는 스튜디오에서 촬영하죠. 또 어떤 작가님과는 구체적인 컨셉을 정하고 작업하는 편인데, 최근에 심인보 작가님과 한 촬영이 그랬어요. 아는 작가님 소개로 작가님의 사진 수업에 모델로 초대된 적이 있어요. 수업 후 작가님의 작업물을 보며 얘기하다가 개인 작업까지 이어졌어요. 지난 8월부터 매주 작업했죠. 처음 테스트 촬영을 하며, 작가님은 제가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자라왔는지에 대해 물어보셨어요. 그 내용을 바탕으로 장소를 정하고 컨셉을 정했어요.


이는 어머니 속에 있는 아기를 형상화한 모습이에요. 지금은 다 큰 성인이지만 여전히 엄마와 연결된 부분이 남아있다는 느낌이요. 너무 좋았어요.





러시아 사람들은 진실을 많이 얘기하는 편이에요. 직설적인 편이에요. 반면 한국 사람들은 예절을 지키는 편인 것 같아요. 돌려서 말하는 느낌. 이는 문화 차이인데 좋은지 나쁜지 판단하기 어렵죠. 그냥 다른 점이에요.


러시아는 토지가 넓어서 집들이 다 커요. 큰 주택 안에 오이나 토마토를 키우는 공간도 있으니까 넓은 공간에서 노는 데에 익숙했죠. 제가 한국에 왔을 때, 아버지가 큰 집을 구했다고 말해줬어요. 그런데 러시아 부엌 크기더라고요. 집이 그렇게 작을 수 있는 줄 몰랐어요. 근데 이제 시간이 지나니까 익숙해졌어요. 다른 유학생 친구들 얘기에 의하면, 더 작은 집에 사는 친구들도 많더라고요. 그래서 전 지금 만족해요.





한국에 처음 왔을 때, 거리가 깨끗해서 놀랐어요. 러시아에는 몇 미터마다 쓰레기통이 있는데도 곳곳에 쓰레기가 있었어요. 근데 한국은 길거리에 쓰레기통이 거의 없잖아요. 그런데도 사람들이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거리를 깨끗하게 지키는 게 신기해요. 한국 사람들은 규칙을 잘 지키는 편이라고 생각해요. 등산하다 보면 강이나 산이 깨끗하게 유지되는 모습을 볼 수 있죠. 항상 규칙에 따라 사는 게 힘들 수도 있지만 우린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니까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또 복지가 좋아요. 건강보험 제도가 잘 되어있고, 공원, 병원, 도서관 등이 많아요. 젊은 세대가 열심히 공부할 수 있도록 지원도 많은 것 같아요.


한국에 오고 나서 러시아에 한 번도 간 적 없어요. 엄마랑 여동생, 할머니가 러시아에 있어요. 항상 공부하느라 시간이 없어서 못 가다가 올해는 꼭 가려고 했었어요. 비행기 표도 샀었어요. 서울에서 두바이, 두바이에서 제 도시로 가는 비행기 표 2장. 근데 전쟁 장소가 저희 집과 가까워 도시 공항이 닫혔어요. 그래서 두바이행 비행기 표만 남았죠. 이번 겨울방학에도 갈 수 없을 것 같아요. 전쟁이 시작됐을 때 심히 걱정했어요. 지금은 조금 나아졌긴 하지만 여전히 걱정돼요. 그리고 그리워요. 집에 가면 가족들, 친구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간단하게 말하자면 일단 대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원을 갈 예정이에요. 다른 외국 대학원에 가고 싶은데, 그러지 못한다면 심리학 전공으로 한국 대학원으로 갈 것 같아요. 그때는 인턴을 하거나 심리학에 대한 경험도 더 쌓았으면 좋겠고, 그 후에는 취업을 할 것 같아요.



주변 사람들한테 어떻게 기억되고 싶어요?


밝은 사람으로 남고 싶어요. 기억에 남는 사람, 부끄럽지 않고 진실한.














인터뷰어 윪 / 포토그래퍼 찌미

2022. 09. 26. 아리나 김 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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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s of skku]
휴스꾸(Humans of skku)는 2013년부터 성균관대학교의 교수, 직원, 학생과 근처 상권까지 인터뷰 대상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장문의 인터뷰 본문, 깊이 있는 사진과 휴스꾸를 꾸려나가는 운영진의 이야기까지 다채로운 휴스꾸의 모습을 담아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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