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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스꾸 May 11. 2023

단단한 발자국

인터뷰어 해수, 아뵤 / 포토그래퍼 필재



* 유나 과의 인터뷰입니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졸업작품을 만들고 있나요?


    사실 처음에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커서 정말 나의 최대치를 끌어내자는 마음으로 임했거든요. 그런데 디자인이나 상황적인 문제가 제 마음대로 흘러가는 게 아니었어요. 졸업작품은 처음으로 제 디자인을 할 기회라고 생각했는데 교수님들의 취향이 많이 반영되어야 하더라고요. 처음의 마음과는 달라졌지만, 한숨 한번 쉬고 '하자!' 이런 마음가짐으로 하는 거 같아요. 어쨌든 해야만 하는 일이고, 또 해내야만 하는 일이니까요.





작업을 멈추거나 넘어가야 할 때를 판단하는 기준 같은 게 있나요?


    저도 노력하는 거지만, 항상 메타적으로 보려고 해요. 저 자신에서 보는 게 아니라 좀 객관적으로 보려고 하는 편인 것 같아요. 중간에 디자인의 변화가 크게 있었어요. 초반 의도랑은 다르게 중점으로 삼은 모티프 쪽으로만 가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학기를 시작할 때 처음에 리서치해놓은 것들을 다 다시 봤어요. 작업에 몰두한 내가 아니라 이 과정을 아예 모르는 남이라고 생각하고 보니까 한 곳으로, 한 시각으로 너무 깊게 들어갔다는 판단이 들더라고요. 이런 식으로 제가 봤을 때 마음에 드는 게 아니라 메타적인 시각에서 봤을 때 마음에 들면 그때야 아 완성됐다, 하고 멈추는 거 같아요.






작업 과정에서 동력으로 삼는 게 있나요?


    일단 처음에는 '너 이거 해낼 수 없어?'라는 생각으로 마음을 잡아요. 이 마인드가 내재해 있어요. 어떤 일을 시작할 때의 두려움이 큰 편이어서 제가 완벽하지 못하면 시도를 잘 안 하는 스타일이에요. 그래서 저를 계속 움직이게 하려고 '너 이 정도밖에 안 되는 사람이야? 너 할 수 있잖아'라는 생각으로 시작하고, 그 뒤는 항상 루틴화 시키는 것 같아요. 부담감이 크지 않은 정도로요. 만드는 과정 자체가 일상 중 하나가 되는 거예요. 그래서 누군가는 저를 보고 열심히 한다고 할 수 있지만 저는 그런 생각이 잘 안 들더라고요. 이건 그냥 내 일상이고, 완벽하게 작품을 만들기 전까지 계속해서 고민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요즘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주제가 있나요?


    개인적인 것도 그렇고 사회적인 것도 그렇고 사랑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저는 바운더리가 분명한 사람이어서 내 사람은 범죄만 저지르지 않으면 뭐든지 다 괜찮고 그 외의 사람들은 약간 무관심한 감이 있어요. 그래서 제가 바운더리 안의 사람들에게 일방적인 사랑을 주고 있다는 생각이 크거든요. 나는 사랑을 받지 않고 주기만 해도 상관없는데 내가 이렇게 이 사람들을 좋아하고 잘해주다 보면 나에게는 사랑이지만, 그 사람들한테는 좀 부담스럽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요즘 하는 것 같아요.


    사회적으로는, 원래 사회적인 문제에 되게 예민한 사람이었는데 바쁘게 살다 보니 제 일상이나 일이 더 중요해져서 사회적인 문제를 마냥 긍정적으로 못 바라보는 거예요. 이런 마음이 자꾸 들다 보니까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 하면서도 이런 사랑이, 인류애가 식어버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커져가요. 조금 더 예전의 나로, 조금 더 뾰족한 나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앞으로 스스로에게서 보고 싶은 모습이 있나요?


    조금 더 거칠고 무모했으면 좋겠어요. 이걸 시도해도 될까? 이런 생각이 많아서 기회를 놓친 적이 많아요. 그래서 생각을 안 하고 도전해 보고 싶어요. 그러려고 노력은 하는데, 노력하는 것 자체가 생각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그냥 이거하고 싶다! 하면 무모하게 해 보고 실패하면 실패한 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그런 모습을 가지고 싶어요.





지금 좋아하는 본인의 모습이나 상태가 있을까요?


    다른 사람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저는 그때가 가장 좋아요. 저라는 사람 때문이든, 제가 한 행동이나 일 때문이든, 그런 모습이 좋아서 뭔가를 주려고 하거나 그 사람의 생각이나 마음을 조금 더 파악하려고 노력하는 거 같아요.






졸업과 취업 사이에 취업 준비를 할 수 없는 1년이 주어진다면
어떤 일을 하고 싶으신가요?

    완전히 상상이어도 가능한가요? 전남 장흥에 분토리라는 마을이 있어요. 외할머니가 사셨던 곳인데, 가게를 하셨던 곳이 지금은 살짝 폐허처럼 남아있거든요. 거기를 예쁘게 리모델링해서 동네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면서 쉴 수 있는 쉼터를 만들고 싶어요. 제가 좋아하는, 되게 조용한 동네여서 그림도 마음껏 그리고 할머니, 할아버지분들과 이야기도 하는 그런 유유자적한 삶을 살 수 있으면 살아보고 싶어요. 궁극적으로 살고 싶은 모습이기도 하고요. 시골에 들어가서 수채화를 그리는 조용하고 평화로운 삶이요. 나중에 제가 경제적으로 여유롭고 더 이상 일하지 않아도 될 때 자연과 노니는 그런 삶을 살고 싶은데, 이런 1년이 주어지면 한번 해보고 싶어요.






    요새 되게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다들 희망을 놓치지 않고 긍정적으로 살아가면 좋겠어요. 제가 사랑하는 사람이든, 모르는 사람이든 그런 마음이 커요. 너무 힘들 때 '지금 누가 나를 시험하고 있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내가 도대체 얼마나 큰 그릇이 되려고 이렇게 힘든 거야?'라고 긍정적으로 문제를 넘어가거나 해결했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힘들 때마다 저한테 했던 주문 같은 말인데 그러면 뭐든 쉽게 생각할 수 있거든요. 신이든 누구든 나를 시험하고 있다고 보면 어쨌든 지나가겠다는 생각이 들고, 또 한편으로는 ‘나, 더 큰 사람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물론 저한테만 통하는 걸 수도 있지만 다른 사람들도 힘들다면 이렇게 생각해 보는 게 어떨까 싶어요.






인터뷰어 해수, 아뵤 / 포토그래퍼 필재

2023.04.22 유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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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s of skku]
휴스꾸(Humans of skku)는 2013년부터 성균관대학교의 교수, 직원, 학생과 근처 상권까지 인터뷰 대상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장문의 인터뷰 본문, 깊이 있는 사진과 휴스꾸를 꾸려나가는 운영진의 이야기까지 다채로운 휴스꾸의 모습을 담아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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