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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스꾸 Jun 14. 2023

오늘 하루 무사히

인터뷰어 또트, 다올 / 포토그래퍼 밤



* 옥류천 영양사 과의 인터뷰입니다.






    직장인이라면 공감할지 모르겠지만 ‘오늘 하루 무사히’가 있어요. 그 하루를 무사히 보내는 게 정말 쉽지가 않거든요. 드라마 <파스타> 보시면 주방 안이 다 전쟁이잖아요. 저희도 마찬가지거든요. 돌발 상황이 많아요. 식당 같은 경우에는 불, 화기를 다루기 때문에 사고가 안 나는 것도, 더군다나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을 담당하기 때문에 위생 안전도 중요하죠. 오늘 하루 별 탈 없이 무사히 보내는 게 소박하지만 어떻게 보면 어려운 마음인 것 같아서, 아침에 딱 앉으면 ‘오늘 하루도 무사히’, 이렇게 되뇌어요.


    그 밖에도 출근하면서 여기는 예약제라 오늘 어떤 게 있었는지, 어떤 방에 어떤 행사가 있었는지를 다시 되뇌는 편이에요. 그리고 날씨도 계속 체크하게 되죠. 비가 오면 아무래도 멀리 나가지를 못하시니까, 손님이 많이 늘어나는 특성을 타거든요. 이렇게 되게 소소하게 챙기는 것들이 많아요.

     
    저도 사람이다 보니 모든 걸 챙기지 못해서 직원들과 소통을 많이 해요. 제가 놓치는 부분을 다른 분들이 챙겨 주실 수 있고 제가 부탁드릴 수도 있으니까요. 이 한 상차림은 회사 산지의 물류 시스템부터 식품연구소를 거쳐서 오는 품질 보증, 조리사 님의 업무, 발주, 여사 님들의 노고까지 모든 게 합산된 결과물이잖아요. 그게 잘 되려면 나 혼자 잘나서는 안 되는 것 같더라고요.






    옥류천은 학생 식당이 아니라 교수 식당이에요. 그다음에 서빙 방식이기 때문에 보통 영양사들이 겪을 수 없는 좀 특이한 구조긴 하죠. 학생 식당 보시면 키오스크에서 발권해서 식사하는 게 보통 학식의 전형이잖아요. 여기는 앉아 계시면 서버 분이 오셔서 주문받고 한 상차림으로 나가요. 그런 것들은 저도 영양사를 13년 했지만 처음 해본 거죠.


    여기 룸에서도 음식이 제공되는데 보통 회의나 중요한 자리를 위해서 식사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근데 보시다시피 룸이 몇 개 없어요. 선착순이기 때문에 전화를 먼저 하셔야 자리를 선정하실 수 있죠. 아무래도 선착순이어서 그런 건지 아니면 업무적인 것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주 잠시 화장실을 다녀온 사이 부재중 전화가 열세 통 찍혀 있던 적이 있어요. 손님 분들 입장에서는 룸을 잡는 게 중요한 일정이잖아요. 부재중이 되게 불안하실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거를 충분히 공감하기 때문에 실수를 안 하려고 굉장히 노력하고 있죠. 웬만하면 이 예약 장부랑 전화기는 한 몸처럼 끼고 다니는 편이에요.






    하나의 업을 오래 하다 보면 전문가가 되는 것도 있지만 너무 이 업에만 한정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식음이 아닌 아예 다른 분야의 공부를 해봤으면 좋겠어요. 이 분야에서 내가 잘 알고 있는 것도 좋은데, 어떻게 보면 깊지만 좁잖아요. 기회가 되면 또 다른 분야로 공부든 경험이든 해서 시야를 넓혀보고 싶어요. 무언가 다른 거를 결합하고 싶은 욕심도 있고요.


    아무래도 식당이 이상적으로 온전히 영양가만을 생각할 수는 없다 보니까 약간은 경영의 일환인 것 같아요. 식품 영양이 100%가 아니라는 거죠. 식당에서의 일을 굳이 전공으로 나눈다고 했을 때, 식품 영양이 70%면 20%는 경영일 수 있고 10%는 다른 사회 분야의 과일 수도 있다는 거예요.


    식품 영양이랑 경영이랑 결합하면 시너지가 날 거고 뜬금없이 체육이나 미술이랑 결합해도 뭔가의 다른 시너지가 있을 거잖아요. 식품 영양은 내가 잘하는 거니까 그걸 버리지는 않되 뭔가 다른 걸 결합하면 또 다른 결과물이 나올 수 있으니까요. 좋은 경험이지 않을까 싶어요.






    사실 캠핑을 가게 된 지는 얼마 안 됐어요. 처음엔 신랑한테 끌려갔죠. 끌려갔는데 불멍이라고 하잖아요. 그게 지친 일상을 확 잊어버릴 수 있는 전환점이 되더라고요. 정말 분위기가 다르잖아요. 공간과 시간과 느낌이. 거기에 빠져서 평일에 힘들었던 거를 잊고 리프레시할 좋은 기회가 된 것 같아요. 그리고 많이 먹어도 죄책감이 없는 게 캠핑이지 않을까 싶어요. 원 없이 먹을 수 있으니까요.
 


주로 어떤 음식들 드셨어요?


고기죠. 고기 먹어야죠. 아침, 점심, 저녁 고기 먹어야죠.

먹을 수 있는 거는 다 먹습니다. (웃음)
너무 좋아요. 먹는 거랑 멍 때리는 거, 이 두 개 때문에 가요.
 
 

    익숙한 캠핑장으로만 다니고 있어요. 가평 쪽으로 다니고 있는데 보면 정말 좋은 곳들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위치라고 해야 할까요? 그런 장소의 영역을 좀 더 넓혀보고 싶어요. 한 곳만 저희가 주구장창 가고 있는데 조금 여유가 생기면 다른 곳도 가보고 더 멀리도 가보고요. 이렇게 장소를 바꿔보고 싶네요.
 
 




    아이가 크다 보면 아프기도 하잖아요. 예전에는 엄마가 당연히 나를 걱정하는 건 알지만, 가슴이 절절해지는 마음을 감히 헤아릴 수 없었던 것 같아요. 아무리 우리가 이해하려고 해도 어른들이 하는 말이, 낳아봐야 안다고 하잖아요. 처음에는 그 말이 꼰대 같고 마냥 싫고 그랬는데, 제가 나이를 먹어가면서 보니까 어른들 말이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아요. 할머니들이 지나가면서 그러더라고요. “엄마들이 이렇게 노력해서 키우는데, 본인들은 그냥 큰 줄 알아.”라고요. 아이가 한 인간으로 살아가려면 정말 많은 사랑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아요. ‘내가 나 잘나서 그냥 크지 않았구나. 정말 많은 사람의 희생이 필요한 거구나.’ 이런 걸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특히 아기가 아플 때, 그러신가 봐요.
 
 제가 가슴이 절절하면 엄마도 마찬가지였을 거고,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자식이 뭔지. (웃음)

 
 

자녀분께 바라는 점이 있다면요?

    

    감기가 요즘 유행이에요. 얼마 전에 좀 아파서, 지금 심정은 ‘아프지만 말고 잘 커라. 행복하게 커라.’ 예요. 요즘에 사실 공부도 그렇고 예전에 비해서 퍽퍽하잖아요. 그래서 어쩔 수 없지만 그 와중에 좀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그게 공부든, 다른 길이든 간에 그냥 인격체로서 좀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아프기 전에는 생각 없이 ‘여기 너무 좋다. 공부 열심히 해서 성대 오면 좋겠네.’ 막 이랬는데 ‘아프지만 말아라. 좋은데 안 가도 돼.’ 이렇게 겸손해지더라고요. 욕심을 버리려고 하고 있죠. (웃음)






인터뷰어 또트, 다올 / 포토그래퍼 밤

2023.05.25 옥류천 영양사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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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s of skku]
휴스꾸(Humans of skku)는 2013년부터 성균관대학교의 교수, 직원, 학생과 근처 상권까지 인터뷰 대상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장문의 인터뷰 본문, 깊이 있는 사진과 휴스꾸를 꾸려나가는 운영진의 이야기까지 다채로운 휴스꾸의 모습을 담아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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