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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스꾸 Jun 22. 2023

사랑받고 싶은 건 나쁜 게 아니야

인터뷰어 지민 / 포토그래퍼 풀잎



* 우경 과의 인터뷰입니다.






어떨 때 행복한가요?  
   

    저는 관계 지향적인 사람이어서 좋아하는 사람이랑 함께하는 순간 자체가 행복해요. 특히 같은 걸 즐거워하고 있구나, 상대방도 나처럼 신나 있구나, 느껴질 때 행복하다는 느낌이 극대화되는 것 같아요. 얼마 전 시험 기간이었잖아요. 친구 집에서 함께 공부했는데 학기 끝 무렵이다 보니 다들 많이 지쳐있었어요. 잠시 쉬려고 옥상에 올라가 비눗방울을 부는데 그 순간이 너무 즐거운 거예요. 다 같이 깔깔 웃고 나니까 다시 힘이 나기도 하고 같이 에너지를 나누고 있구나 싶었어요. 그럴 때 행복해요.          





    

성인이 된 이후로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나요?     

    좀 더 넓은 세상을 얻은 것 같아요. 성인 이전엔 학교가 내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성인이 되고 나니 더 큰 세상이 있는 거예요. 가질 수 있는 시각도 많고, 가볼 수 있는 장소도 많고,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요. 제 전공도 이런 시각을 가지는 데 도움이 많이 된 것 같아요. 하나의 정답을 찾기보다는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보는 방법을 배울 수 있고, 어떤 선택을 내렸을 때 소외되는 사람은 없는지 고민하게 되고. 세상을 이렇게 바라볼 수 있게 된 게 가장 큰 변화인 것 같아요.

  대신 안정감을 잃어버렸어요. 성인이 되기 전, 고등학생 때는 독방에 갇혀있는 채로 창문에 목만 내놓고 있는 것 같은 괴로움이었다면 대학생 때는 망망대해에 던져져서 서핑을 해야만 하는 것 같은 막막함이 있더라고요. 그런데 이게 변화의 시작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저는 안정감을 워낙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인지라 어떤 걸 해야 할지,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모르는 건 불안하고 힘들어요. 그렇지만 이건 삶에서 엄청 중요한 고민이잖아요. 이런 고민을 해 보고 삶을 살아가는 것과 해보지 않고 삶을 살아가는 건 많은 차이가 있지 않을까요.       





  

사랑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사랑을 표현할 수 있을까요?     

    스포트라이트를 비춰줄 것 같아요. 사랑의 종류는 다양하잖아요, 성애도 있고 우정도 있고. 이 모든 건 상대방을 주목하는 데서부터 시작되는 것 같아요. 또 조명은 대상을 주목하는 것 말고도 그 자체로 품어주는 따뜻한 빛 같은 느낌도 있잖아요. 그래서 따뜻한 주목을 할 수 있는 게 사랑이라고 하고 싶어요. 

 

최근에 사랑을 경험한 적이 있나요?     


    종강하기 직전에 시험도 그렇고 이런저런 일 때문에 힘들었어요. 그때 친구가 제가 너무 안 행복해 보인다며 저를 집으로 불러서 식사를 만들어주었어요. 친구가 예전에 사두었던 리본 모양 파스타로 요리를 해주었을 때 그때 사랑받는다고 느낀 것 같아요.

  또 하나 생각나는데, 저는 공부할 때 폐쇄적인 곳을 안 좋아해요. 얼마 전 밤늦은 시간에 친구랑 어디서 공부하지, 중도 노트북 열람실밖에 없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친구가 제 마음을 알고 할리스에서 공부하자며 먼저 저를 이끌어주었어요. 그때도 사랑받는다는 느낌이 들었던 것 같아요.   





    

모든 건 변하기 마련인데, 그럼에도 지키고 싶은 자신의 모습이 있나요?     

    

    포용력이요. 저한테는 이해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받아들여진다는 느낌이 든다는 이야기를 주변 사람들에게 종종 들어요. 저 스스로도 그러려고 하고요. 다른 사람들을 더 많이 이해하고 더 넓게 포용하고 싶어요. 이렇게 하는 게 저한테도 좋은 것 같아요. 저와 다른 부분에서 하나하나 이유를 찾고 싫음을 느끼는 건 감정 소모가 크더라고요. 받아들이고 포용하는 게 세상 살기에 유리한 방식이 아닌가 싶어요. 앞으로 세상을 더 많이 경험하고 더 많이 느끼면서 이런 마음의 여유를 안 잃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어떤 마음으로 상대방을 즐겁게 해주시나요?     

    단편적으로 말하자면 개그 욕심이 있어요. 내가 한 말로 사람들이 즐거워하면 그때 되게 사랑받는다는 느낌이 드는 것 같아요. 내가 필요한 존재가 된 것 같더라고요. 사랑받고 싶다는 마음을 숨기지 않고 건강한 방식으로 풀어나간 게 사람들에게 웃음을 준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어요.    

 

사람에 따라서 그런 마음을 숨기고 싶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저는 종종 미움받기 싫은 마음에 이타적인 행동을 하기도 하거든요.     


    저는 여기에 대해서 강한 주관을 가지고 있는데, 어떤 의도가 되었든 그 행동을 평생 하면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사랑받고 싶어서, 혹은 미움받기 싫은 마음에 착한 척을 평생 한다면 그 사람은 착한 사람이라는 거죠. 의도가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아니지만, 사랑받기 위해, 미움받지 않기 위해 할 수 있는 행동으로 다른 것들도 많잖아요. 어리고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방향으로요. 그런 것들을 선택할 수도 있었는데도 이타적인 방법을 선택했다면 그 사람은 결국 선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이런 의도는 좀 티가 나기 마련이잖아요. 그렇지만 나쁜 게 아니니까요. 행동의 의도가 완벽하게 타인만을 향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런 게 실존하긴 할까요? 선함을 판단할 때 의도의 순결함을 검열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이타적인 행동의 의도가 어디서부터 출발했는지 생각하는 건 의미가 없을 뿐더러 오히려 자기 학대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었어요. 그래서 오히려 숨기지 않고 건강하게 풀어나가는 게 더 좋은 것 같아요.






인터뷰어 지민 / 포토그래퍼 풀잎

2023.06.21 우경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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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s of skku]
휴스꾸(Humans of skku)는 2013년부터 성균관대학교의 교수, 직원, 학생과 근처 상권까지 인터뷰 대상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장문의 인터뷰 본문, 깊이 있는 사진과 휴스꾸를 꾸려나가는 운영진의 이야기까지 다채로운 휴스꾸의 모습을 담아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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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사람은 각자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는 모토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성균관 공동체 속 스쳐 지나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다채로운 이야기,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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