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짜고 치는 고스톱만 할 줄 알면 이미 유머고수

배우자의 비밀을 아세요?

by 최규상의유머학교

아내는 화장술의 대가입니다. 아침에 잠깐 화장대에 앉으면 순식간에 원하는 모습으로 변장합니다. 얼마 전에도 아내는 온갖 정성을 다해 분장, 아니 화장을 하고선 짠하며 돌아섭니다. 이럴 때는 아내가 원하는 반응을 해줘야 후한 점수를 얻을 수 있습니다.

"우와 이뻐! 정말 이뻐! 딱 하나만 바꾸면 당신 완전 송혜교야!"

"어디? 어디만 고치면 되는데?"

"응... 이름! 이름을 송혜교로 바꿔 봐!"

"호호 맞네. 호호호"

(아내는 실제로 송혜교를 았어요.믿든지 말든지!ㅋ)


서로 함께 낄낄낄! 시시덕! 웃음은 마음의 해독제요, 영혼의 음악이라는데! 아침부터 웃고 나니 영혼에서 신바람이 납니다


저녁때가 되어 아내가 퇴근길에 전화합니다.

"여보, 나 동네 마트에 왔는데 뭐 필요한 것 없어?"

"응.. 우유 한 팩 사 오세요."

"어떤 우유 사갈까?"

"응, 아이 러브 우유로! 하하"

"호호호! 알았어! 아이 러브 우유 사다 줄게. 호호"


집에 들어온 아내는 우유를 내려놓으면서 말합니다.

"여보, 아이가 태어나면 똑똑한 아이처럼 자라라고 아인슈타인 우유를 먹인대. 그리고 초등학교 들어가면 서울대 가라고 서울우유 먹이고, 중학교 들어갈 때쯤에는 연세우유 먹이고, 이후에 건국우유 먹이는데 나중에는 어떤 우유를 주는지 알아?

"모르겠는데..."

"나중에는 공부고 뭐고 그냥 즐겁게 웃으면서 살라고 빙그레 우유를 먹인대. 자.. 여기 아이러브우유!"

"와우! 진짜 웃긴다. 고마워. 아이러브우유 마시고 즐겁게 살게 하하하"


한번 시작된 농담과 유머는 매일 그칠 줄 모르고 반복됩니다 비록 아재 개그일 때가 많지만 그게 무슨 상관입니까? 서로의 눈을 보면서 웃음을 주고받는데 뭐가 더 필요할까요? 게다가 웃고 나서 덤으로 하루 종일 있었던 소소한 일상을 나누고, 감정주파수를 맞추며 서로를 이해하게 됩니다. 하지만 많은 부부들의 대화는 늘 정해진 듯 똑같은 생존대화만 남아있게 됩니다. 회사 갔다올께, 밥줘, 애들은? 등 30여가지의 생존단어만으로 대화가 짧아지면서 어느 순간 부부관계는 무덤덤해집니다. 서로의 마음으로 다가갈 이유도, 방법도 모른채 그저 세월을 따라 흐르게 됩니다. 가끔 오해와 갈등이 생기면 아예 말문을 닫아버리기도 합니다.


10여 년 전에 한 백화점에서 부부의 하루 대화시간을 조사해봤습니다. 놀랍게도 부부가 감정을 나누는 대화가 고작 2분 37초였다고 합니다. 부부가 하루에 서로 눈을 보면서 나누는 대화시간이라는데 짧은 듯하면서도 경험에 비추어보면 생각보다 긴 시간입니다. 솔직히 대화는커녕 눈 한번 마주치지 못하는 날이 많은 게 당시 우리 부부의 생활었으니까요.


어쨌든 대화 부족에서 오는 심각성을 이미 정부에서도 수십 년 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이혼의 가장 큰 원인이 성격차이이고, 성격차이는 대화의 단절을 가져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요. 그래서 제발 부부끼리 대화 좀 하라고 오죽하면 지하철 3호선 끝에 대화역을 만들었겠습니까!


오랜 세월 동안 저희 부부가 유머로 시시덕 거리는 것을 보면서 사람들은 신기해합니다. 대화를 잃어버린 부부들이 지천에 깔린 상황에서 허접한 유머를 주고받으며 웃을 수 있다니! 결혼 20년 차 부부가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러면서 어떻게 아내를 즐겁게 할 수 있느냐고 묻습니다. 솔직히 지난 15년 동안 이런 질문을 대략 534,829번 정도 받아왔습니다.


오늘은 그 질문에 대한 완벽한 비법을 나눕니다. 이것만 알아도 가정에 본격적으로 유머를 입양할 수 있게 될 겁니다.


그 비법은 바로 고스톱을 짜고 치듯 상대의 유머에 그냥 웃어주는 것입니다. 마치 재미있어 죽겠다는 표정과 손짓, 몸짓으로 연기를 하라는 것입니다. 별로 어렵지 않죠? 유머는 하나의 놀이입니다. 놀이이기 때문에 계속 진행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규칙이 있습니다. 규칙은 딱 하나! 바로 재미가 있든 없든 상관없이 웃어주는 것입니다. 웃어줄 거라 기대하고 유머를 던졌는데 웃지도 않고 시큰둥하다면 두 번 다시 유머를 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그래서 먼저 약속을 해야 합니다. 짜고 치는 고스톱처럼 상대가 유머를 하면 무조건 웃어주기로!


사실 처음에 어쭙잖은 유머를 하면 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똑같이 뻘쭘해집니다. 솔직히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헷갈립니다. 또 평소에 우스개 소리를 전혀 하지 않았던 사람이 갑자기 유머를 던진다면 온 몸에 닭살이 돋아날 겁니다. 그리고는 유머 체질이 아닌가 봐 하면서 한두 번 해보고 포기해버립니다.


저도 하마터면 포기할 뻔한 일이 있었습니다. 처음으로 아내에게 유머를 해 준 지 보름 정도 지났을까?

아내가 이젠 안 해도 된다면서 그동안 애썼다고 말합니다. 이런! 나는 한참 막 재미를 붙이려는데 아내는 들어주는 것이 어색하고 힘들었나 봅니다. 등 돌리는 아내가 괜히 미웠습니다. 인생 뭐 있나? 그냥 웃고 살면 좋잖아! 그것도 못 웃어주다니 당신 너무 하는 거 아냐?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솟구쳤지만 억눌렀습니다.


고민했습니다. 그러다 선물같은 뇌물이 최고라는 생각이 갑자기 떠올랐습니다. 그날 저녁 그동안 고이 숨겨놓은 비상금 10만 원을 털었습니다. 하얀 봉투에 현금을 넣고 퇴근하자마자 봉투를 아내에게 건넸습니다.

"여보! 이 돈 당신 용돈 써!"


봉투를 보자 순식간에 아내 얼굴에 웃음꽃이 핍니다. 평소에 파란색을 좋아하는 아내는 늘 세종대왕을 흠모해왔던지라 세종대왕을 세는 아내의 손길이 행복해 보였습니다.

"와! 10만 원이네. 그런데 갑자기 왜 주는 거야? 무슨 조건 같은 거 없어? "


하기야 평생 처음으로 아내에게 용돈이라고 건넸으니 의심의 눈초리는 당연했습니다.

"응, 조건 같은 건 없어! 그냥 써!

아.. 참! 딱 하나 있는데 말이야.

앞으로도 계속 유머를 할 테니깐 재미없고 이미 알고 있어도 크게 웃어주기로 우리 약속해! 약속할 수 있지?"


이미 세종대왕 할아버지를 만지작거리면서 돈맛을 본 아내는 대수롭지 않게 말합니다.

"응 알았어! 그까짓 거 별거라고! 알았어! 웃어줄게"


그렇게 아내는 웃어주기로 약속하면서 본격적으로 유머 놀이가 시작되었습니다. 이후에 아무리 썰렁한 유머를 던지더라도 저는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아내가 웃어줄 테니까요! 이렇게 짜고 치는 고스톱처럼 유머 놀이가 계속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가 미용실에 다녀오더니 슬금슬금 앞으로 다가옵니다.

"여보 있잖아! 미용실 원장님은 손님이 아줌마인지, 아가씨인지 딱 한마디만 들어도 알 수 있다고 하네요. 어떻게 아는지 궁금하지?"

"잘 모르겠는데...빨리 말해줘!"

"아가씨는 예쁘게 해 주세요라고 말하는데, 아줌마는 무조건 오래 가게 해주세요라고 말한대!"

"그래? 하하하.. 정말 그럴듯하네. 웃긴다. 정말 재미있다! 하하하"

"응.. 호호호... 재미있어?"

"응... 내가 좋아하는 박미선 씨만큼 재미있는데! 하하하"


늘 듣기만 했던 아내가 유머를 해줄 것으로 기대하지 않았는데 처음으로 아내는 미용실에서 들은 아줌마 유머를 해줬던 겁니다. 나의 유쾌한 반응에 아내는 자신감을 가졌는지 이후에도 아무런 두려움 없이 유머를 막 던지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넷이나 책에서 유머를 보면 메모해놓았다가 밥상머리와 침대 머리에서 나누는 기쁨을 누리게 된 겁니다. 웃음판을 깔아놓으니 언제든지 웃게 된 겁니다.


처음에는 당연히 가장 단순한 이행시나 삼행시부터 시작하더군요.

"여보.. 거미 이행시 해줄게 운 띄워봐!

거: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내가 제일 예쁘지?

미: 미친 것 또 시작이네! 호호.. 재밌지?"


점차 유머에 익숙해지더니 어느순간 수준있는 위트까지 소화해내기 시작합니다.

어느 날 아내가 어깨를 손으로 감싸면서 연기하기 시작합니다.

"여보! 나 어깨죽지가 좀 아프네.."

"왜, 어깨 다쳤어?"

"아니, 당신이랑 결혼할 때 떼어냈는데.. 날개가 다시 나올려나 봐! "

"응.. 그럼 큰 일이네.. 날개 나오면 하늘나라로 다시 올라갈 거야?""

"아니.. 당신 두고 내가 어딜 가?"


아내와 잠깐 천사놀이를 한 것인데 이해가 되시죠?

네.. 이렇게 우리 부부는 유머로 놀고 있습니다.


그동안 저는 많은 남편들에게 제 경험을 말해주면서 유머로 대화의 문을 뚫어보라고 합니다. 대부분은 언감생심 자신은 웃기는 능력이 없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유머감각을 가지고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진짜 한 번뿐인 인생을 한 번이라도 더 웃으면서 살고 싶은 간절함이 있느냐가 문제입니다. 저는 힘들었기 때문에 더더욱 웃음이 그리웠고, 웃음이 배고팠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가장 가까이에 있는 아내와 유머 하나라도 나누려고 노력했습니다. 놀랍게도 15년이 지난 지금은 썰렁했던 저도 아내도, 함께 유머코치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대한민국 남편들에게 유쾌한 부부관계를 만드는 지혜를 알려주는 "아내감동전문가"가 되기 위해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아내에게 종종 말합니다. 가찮게 생각했던 유치한 유머 하나로 인생이 뒤집어졌다고! 이 비밀을 알게 된 것이 인생에서 가장 큰 행운이라고요.


부부를 서로 배우자라고 부릅니다. 서로에게 '가르치자'만 하지 말고 서로 하나라도 '배우자'라는 마음으로 살라고요. 그런데 저는 부부란 평생 행복을 연출하고 사랑을 연기하는 배우, 즉 사랑배우라고 믿습니다. 남편은 남주, 아내는 여주가 되어 서로의 인생과 사랑을 연기합니다. 주연배우인대 하루에 고작 한번 웃기고 웃어주는 연기쯤이야 기본의 기본이 아닐까요? 그것도 서로 웃어주기로 약속하고 짜고 친 듯 웃어주는 신나는 연기를 하는데 유머는 그냥 누워 떡먹기인 셈이죠 어때요? 자신감이 생겼나요? 그럼 당장 나가서 비상금 10만 원부터 준비해보세요. 유머는 위에서 제가 나눈 몇 개를 잘 연습해보시고요. 오늘 밤 침대머리에서 함께 나눠보세요. 그리고 신혼때처럼 꽃잠에 빠져보심은 어떨까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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