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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그다드Cafe Aug 17. 2024

대기업과 권고사직 그리고 질문

10~15년 차, 나를 냉정하게 돌아봐야 할 시간

https://v.daum.net/v/20240813174802682?x_trkm=t

대기업大企業

자본금과 시설, 사원 따위의 수나 규모가 아주 큰 기업

(출처: 다음 어학사전)


취업 시장에서 대기업을 목표로 하는 취준생과 직장인(이직을 목표로)이 많다. 앞서 언급한 기사와 같이 채용 방식*만 예전과 바뀌었을 뿐 대기업의 인기는 절대 식지 않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공채(공개 채용)  수시 채용


그 이유는 무수히 많을 것이다. 임금, 복지, 시스템, 사회적 인식 등등. 따라서 오래 다닐 수만 있다면 대기업에 계속 다니는 게 낫다.


하지만 대기업도 결국 인력 구조상 피라미드형 조직이어서 연차가 쌓일수록 내가 원한다고 해서 계속 다닐 수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앞으로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 피라미드의 기울기는 더 가팔라질 것이다. 즉, '평생 대기업 직장'은 없다.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특히, 나는 중간의 저 빨간 동그라미를 주목한다.

가팔라지는 기울기에서 가장 취약한 연차 혹은 세대는 어디일까? 각 연차마다 세대마다 할 얘기는 넘치겠지만 내가 생각할 땐, 이도저도 아닌 낀세대가 가장 취약할 가능성이 높다. 연차로 치면 10년 ~ 15년 차 정도. 나이로 치면 70년 대 후반 ~ 80년 대 중반 생.


왜냐하면 살아남은 그 윗세대는(60년대 ~ 70년대 중반 생) 자기들끼리 뭉쳐서 끌어주고 당겨주고 밀어주고 할 사회적 지위와 힘이 있다. (22대 국회위원 당선자 평균 나이를 보라) 그리고 20년 이상 대기업을 다녔으면, 자녀들도 어느 정도 키웠을 것이고, 재산도 어느 정도 모았을 것이다. 하지만 낀세대는 매우 애매하다.

젊은 세대는? 물론, 그들도 할 말이 많겠지만 낀대인 내가 봤을  세대가 똑똑하다. 전반적으로 교육 수준도 높고, IT에도 강함으로 시대가 변한다고 해도 경쟁력을 유지할 것이다. 아니, 시대의 변화를 주도할 것이다.


나는 가장 취약한 낀세대고, 운이 매우 좋아 처음 사회생활을 대기업에서 시작해서 10여 년 경력을 쌓았다. (L과 S) 그래서 주위에 대기업 다니는 지인들이 꽤 많다.


하지만 요즘 이상한 징후가 느껴진다. 그것은 바로 나와 비슷한 또래나 세대의 권고사직 소식이다.

https://brunch.co.kr/@humorist/60

답답한 마음에 나를 찾아와 고민을 상담하는 지인이 꽤 있다. 왜냐하면 나는 몇 번 이직을 해봤고, 무엇보다 2년 전에 대기업에서 걸어 나와 중소견 규모의 회사로 이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에게 고민을 상담하는 내 또래 지인들에게 내가 실질적인 도움이 될 만한 조언을 해줄 수는 없다. 그저 이직할 때 준비해야 할 것들과 새로운 회사에서 적응하는 얘기 정도가 내가 해줄 수 있는 얘기다. 왜냐하면 10년 ~ 15년 차를 회사에서 사직을 권고한다면 1) 회사에서 더 이상 성과를 기대하지 않거나 2) 중간 관리자로서 부적합한 성격이나 성향 문제일 텐데, 냉정하게 말해 회사 규모와 상관없이 같은 이유때문에 다른 회사에서도 적응이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나와 같은 10년 ~ 15년 차가 직장인으로서 매우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특히, (능력 있는 친구들 말고) 대기업에 다니면서 애매한 내 또래의 친구들은 더더욱 조심해야 할 시기다. 각종 대출에, 생활비에, 돈 들어갈 때는 많은데 덜컥 사직을 권고당한다면... 생각만 해도 슬프다.


이런 애매한 포지션의 내 또래 대기업 다니는 친구들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조언은 딱 한 가지다. 주기적으로 아래 질문을 스스로 던져보라는 것.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내일 회사에서 사직을 권고한다면, 나는 지금 받는 연봉을 이직 후 다른 회사에서도 받을 수 있는가?(보통 저연차는 이런 질문을 받으면 YES일 확률이 높다. 그래서 쉽게 이직할 수 있는 거다)


YES라고 한다면, OK. (당신은 잘하고 있다)

하지만 얼버무리거나 대답에 자신이 없다면... 미래와 본인의 경쟁력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해야 하고 경력 포트폴리오를 재점검해야 할 시점이다.


마지막으로 세이노 씨가 지은 <세이노의 가르침>에서 대기업을 피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한 부분을 발췌했다. 물론 세이노 씨의 모든 생각을 찬성하거나 찬양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래 내용 중 특히 '더군다나 인원이 많기 때문에 대부분은 피자 조각과 같이 토막 난 일만 배울 뿐이며(대단히 중요한 사실이다) 정말 특출 나지 않는 한 고속 승진이 어렵다' 이 부분은 열렬히 찬성한다.


사장이 오너라고 할지라도 돈주머니를 가진 그 오너를 직접 대면하지 못하는 곳은 피하라. 오너 대신 상사들이 겹겹으로 늘어서 있는 곳에서는 일하지 말라는 말이다. 대기업이 대표적으로 그런 곳이다. 부자가 되려면 사장의 마음을 배워야 하는데 사장과 거리가 너무 먼 조직 내에서는 사장의 눈높이를 배울 수가 없다. 게다가 육체와 시간을 헌신하며 제아무리 노력하여도 봉급표가 서류로 확정되어 있기에 수입이 올라가지는 않는다. 능력별 연봉제라고 할지라도 적어도 아시아에서만큼은 연공서열이 완전히 무시되고 있는 상황이 아직 아니다. 때로는 당신이 세운 공을 상사들이 차지한다. 그들이 임의적으로 당신의 몸값을 올려 주지도 못한다. 당신이 아무리 열심히 일하고 밤잠을 설치며 능력을 배가시킨다고 하여도 당신의 월급을 결정하는 사람은 당신을 모르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인원이 많기 때문에 대부분은 피자 조각과 같이 토막 난 일만 배울 뿐이며(대단히 중요한 사실이다) 정말 특출 나지 않는 한 고속 승진이 어렵다. 결국 부자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권유하는 직장은 중소기업 이하 규모의 회사 혹은 가게로, 돈주머니를 쥔 사장과 자주 접하며 일하는 곳이다.



P.S. 내가 대기업을 다니다 중소견으로 이직해보니, 내 또래의 중소견 직원들은 나의 질문 '내일 회사에서 사직을 권고한다면, 나는 지금 받는 연봉을 이직 후 다른 회사에서도 받을 수 있는가?'에 대부분 YES라고 대답하더라. 물론, 임금의 차이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도 처음부터 중소견에서 혹독하게 버티면서 일한 또래들은 내가 봐도 확실히 경쟁력이 있더라. 나도... 노력 많이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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