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마음을 캐는 마인드 마이너(Mind Miner) 송길영 선생님을 흠모한다. 워낙 유명한 분인지라 방송과 유튜브와 같은 미디어에서도 송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미디어를 통해서 만나는 송쌤도 좋지만 그분의 책을 통해 만나는 것을 더 좋아한다.
작년에 발간된 <시대예보: 핵개인의 시대>도 재미있게 그리고 유익하게 읽었드랬다. 주위 친한 지인들에게 단순 추천을 넘어 내가 직접 사서 선물로도 보낼 정도로 매우 훌륭한 책이었다. 그랬던 송쌤이 1년 만에 후속작 <시대예보: 호명사회>로 돌아오셨다. 하지만 정식 출간은 9월 25일인지라 예약만 해놓고 9월의 크리스마스를 두 손 모아 기다리고 있다.
아이돌의 컴백을 바라는 마음이랄까? 소시대신 송쌤.
아이돌의 컴백을 기다리는 마음이랄까? 새 책 <시대예보: 호명사회>를 기다리며, 그전 책 <시대예보: 핵개인의 시대>를 조신히 다시 읽었다. 마치 아이돌의 컴백을 기다리며 그전 앨범을 듣는 팬*처럼.
*나의 아이돌은 소녀시대로 종결했고, 노래는 'Gee'가 마지막이었다. 하지만 송쌤께 덕질 중이다. 소시를 대신하는 송쌤.
<시대예보: 핵개인의 시대>에서 대기업과 학벌에 대해 논평한 부분이 나의 관심을 다시 끌었다. 분명히 읽은 책, 읽은 대목인데도 새롭게 와닿았다. 아마도 요즘 나의 주된 관심사 중 한 꼭지가 '변화무쌍한 시대 속의 대기업과 학벌의 의미'이기 때문일것이다.
잠시 대기업과 학벌에 대한 송쌤의 견해를 살펴보자.
하지만 세상은 순식간에 방향을 틀었습니다. 수능이 마지막 시험도 대기업 입사가 마지막 관문도 아닌 세상으로
우리 사회에서도 교육과 일자리를 연결하는 국가 주도의 시스템 속에서 학벌은 인생 전체의 등급을 결정하는 막강한 기준이 되고 말았습니다. 50대가 훌쩍 넘어서도 어느 대학을 나왔는지 학력을 나열하는 관행, 다닌 고등학교까지 언급하며 한 개인의 출신을 규정하려 드는 습성은 새로운 시대로의 진입을 가로막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경계할 것은 학력만이 전부인 이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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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벌을 성취라 생각하고 안주하는 이들도 있지만 이내 그것을 잊고 겸허하게 끊임없는 노력을 경주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권위의 명패를 벗어던지고 일신하며 나아가는 이들에게 학위의 끝인 졸업은 새로운 시작을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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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사회에는 ‘사축社畜 인간’이라는 신조어가 있습니다. 사축은 회사와 가축을 합친 말로, 자의와 무관하게 회사의 가축처럼 길들여져 일에 온몸을 갈아 넣는 직장인을 가리킵니다. 한국에서도 ‘회사 인간’의 삶을 돌아보는 것이 새로운 변화의 흐름입니다. 코로나 이후 ‘대퇴사’는 새로운 물결이 되었고, 퇴사자들은 ‘직장인에서 직업인으로’라는 구호를 외치며 각자의 정체성 재정립을 도모하였습니다. 대기업이라는 소속이, 회사원이라는 정체성이, 자기 삶의 종점이 아니라는 걸 자각한 것입니다.
<시대예보: 핵개인의 시대> 중에서.
이놈의 학벌 콤플렉스 ㅠ
송쌤 덕분에 학벌 콤플렉스는 많이 벗어날 수 있었고 내 머릿속으로도 학벌의 시대가 종결되었음을 이해하고 있다. 동시에 이제는실력의 시대가 왔음을 끊임없이 속으로 외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SKY 특히 서울대는 나에게 넘을 수 없었던 무언가로 자리 잡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양가적인 감정이다.
30년도 더 된 이야기다. 어린 시절 아버지를 따라 서울의 친척집을 방문했다. 친척집 방문을 마치고 부산의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서울역으로 가기 전, 아버지는 어린 나의 손을 잡고 굳이 서울대를 찾아가셨다. 아버지도 지방에서만 평생을 살았기 때문에 서울의 지리가 익숙하지 않으셨으리라.
중학교를 중퇴한 아버지가 10살도 안된 아들을 데리고 굳이 사서 고생해 가며 서울대를 왜 찾아갔는지 그때는 헤아릴 수 없었다. 그리고 어떤 말로 아들을 구슬려 서울대로 데려갔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2호선 지하철역에서 서울대는 엄청 멀었던 기억은 남았다. 분명 서울대입구 역에서 내렸는데, 서울대입구는 없었다.그 후로도 학창 시절 내내 그런 기분이 계속되었다. 서울대라는 존재는 알겠는데 너무 멀리 있어 가닿을 수 없는 기분.
내가 다녔던 대학교는 서울대와 물리적으로 상당히 떨어져 있었던지라 학창 시절에는 서울대생들과 교류할 기회는 없었다. 하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꽤 많은 서울대 출신을 알게 되었다. (보통의 한국사람처럼 나도, 상대방이 서울대를 나왔다고 하면 조금 더 대단하게 보는 편이다)
그중에 사회에서 만나 친해진 W라는 형님이 있다. 나보다 나이는 3살 많고, 현재 대기업에서 팀장으로 근무 중이다. 그리고 서울대를 졸업했다. W형님도 경북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해서 나와 말이 통했다. 사투리가 통하고, 비슷한 연배라 고민도 통했다. (형님의형수님도 아기를 늦게 봤다)
W형님을 초밥집에서 만나 초밥을 먹으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했다.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배울게 많은 형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생활, 가정생활 그리고 아빠로서의 다정다감함을 배우고 싶었다. (서울대도 나오고 사람도 겸손하고 회사에서 인정받고 좋은 남편이고 좋은 아빠이고... 아놔)
그런데 그런 형님도 고민이 있는 듯했다.
고민은 화두는 바로,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10년 뒤에도 경제적으로 이런 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까? 지금이야 형수님도 일을 하느라 아이 1명을 키우는데 경제적으로 문제가 없지만 10년 뒤는 장담할 수 없겠더라고 토로했다. 이제 40대 중반에 들어서니 그런 질문을 하게 되더란다.
(아... 이 형... 진짜 멋진데... 서울대 나오고 능력도 있는 형이 이런 고민도 선제적으로 하다니...)
그래서 나도 형님과 비슷한 고민을 한다고, 아기가 어려서 더 그런 고민을 하는 거 같다고 같이 공감했다. 그리고 보잘것없지만 내가 미래를 준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ChatGPT 유료 버전을 어떻게 내 일에 접목하는지, 브런치에서 어떻게 글을 쓰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공부를 하고 어떤 주제를 톺아보고싶어 하는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