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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그다드Cafe Sep 21. 2024

다시 쓰는 '베테랑2'

다시보기보다 다시쓰기가 어렵네요...

엊그제 올린 글 <직장인 시선으로 본 '베테랑 2'>나의 부주의로 내가 삭제했다. 덕배 형님의 '나의 옛날 이야기' 에피를 추가하다가 영영 삭제 해버린 것이다. 아... 허망하다. 글린이한테 1글감 1글이 얼마나 소중한데... 다시보기보다 다시쓰기가 어렵다는 것을 깨달으며 부주의한 나를 내가 명존쎄를 하고 싶지만, 참고 다시 쓴다.


해치가 아닌 나를 명존쎄하다.



장안의 화제 '베테랑2'를 봤다. 영화에 대한 평은 대체적으로 엇갈리던데 나의 짧은 지식으로 평론할 수는 없고, 짧게 감상문을 남겨본다.

<베테랑2 감상문 by 바그다드Cafe>

승완 형님의 액션에 대한 감은 여전하시더라. 액션을 훤칠하게 풀어내는 능력은 할리우드 급 아닌가?
아… 차도철 형사님… 정민 형님… 말해 머 합니까? (너는 내 운명 때부터, 형님 영화는 다 챙겨 보고 있습니다. 신세계는 10번 넘게 봤어요오. 남자가 사랑할 때 휘발유 드링킹 장면은 평생 못잊어요오)
그리고 만식이 형님, 달수 형님… 명불허전.
장윤주 님. 이 분 모델 아니에요? 왜 이렇게 연기를 잘해요?
끝으로 맑은 눈의 광인 정해인 님… 액면가 삼촌*인 내가 봐도 잘 생기고 너무 매력적이에요.

*실제 나이는 나와 별 차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세상을 원망했드랬다.  


아마 영화의 가장 근본적인 주제는, ‘사적인 처벌은 정당한가?’ 일 것이다. 다른 영화 <방황하는 칼날>과도 비슷한 주제인데, 매우 어려운 주제인 것만은 알겠다. 기존 형법 시스템과 피해자의 아픔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은 무엇인지 사회 전체가 고민하고 공론화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혹시 극 중에서 특전사 출신의 매력적인 뽕쟁이 민강훈(안보현 역, 이 님도 왜 이렇게 멋져요)을 기억하시는지? 뽕쟁이가 이렇게 매력적이어도 되는지? 그리고 민강훈의 버려진 차 안에 있던 책 2권도 기억하시는지? 그 2권은 바로 법전과 마이클 샌들의 <정의란 무엇인가>.


<정의란 무엇인가>는 20년 전에 출간되었다. 대학 신입생일 때 나도 봤는데, 그때는 어려서인지 혹은 세상을 잘 몰라서인지 생각보다 가볍게 읽었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 다시 책을 들춰보니 결코 쉬운 주제와 문제는 아님을 새삼 깨달았다. 시스템으로 존재하는 정의와 실제 피해자의 정의는, 같은 정의이지만 그 간극은 매우 클 것임으로. 그 간극만큼이나 어려운 주제이다.


영화에서 던지는 심오한 주제 말고도, 나는 2가지가 더 인상 깊었는데 그중 한 가지는 영화 배경 음악이다. (이 부분 추가해서 쓰다가 글을 날려 먹었다. 명존쎄…)


승완 형님의 지난 영화 ‘밀수’ 때도 느꼈는데, 이 형님 요즘 7080에 빠진 게 틀림없다. 밀수에서 최헌 님의 ‘앵두’라던지 윤희상 님의 ‘연안부두’라던지 너무 좋은 옛 음악들을 다시 살려내는 감이 기가 막히다.

베테랑2는 또 어떤가? ‘밀수’는 배경이 70년대여서 7080 가요무대를 배경음악으로 넣었다고 쳐도, 베테랑2는 2024년이 배경이 아닌가! 그런데 (조)덕배 형님의 ‘나의 옛날 이야기’는 머란 말인가! 지금도 나의 옛날 이야기를 들으면서 쓰고 있다. 나의 옛날 이야기는 <정의란 무엇인가>를 보여주던 그 장면, 뽕쟁이 소굴에서 깔리던 배경음악이다. 영화를 보면서 이렇게 낭만적인 뽕쟁이 소굴이 있나?라고 생각했는데, 다 덕배 형님 노래 덕분이다.

(참고로 덕배 형님께서도 뽕흡입으로 빵살이를 하셨다… 읍…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인가… 승완 형님 알고 계셨어요?)


다시 한 번 들어본다. 나의 옛날 이야기


다음으로는 직장인으로서의 경찰관이다. 베테랑1 때는 안 그랬던 거 같은데(혹은 내가 기억을 잘 못하거나) 유독 경찰을 직장이라고 표현한 부분이 마음에 와닿았다. 가령, 차도철 형사가 학교에서 상담받는데 직장(경찰서 강력반)에서 전화가 오면서 ‘죄송하지만, 직장에서 전화가 와서요.’라고 하는 장면.


그렇다. 경찰관도 직장인이고 경찰서 강력반 강력팀도 직장이다. 하지만 아주 별로인 직장이다. 생각해 보자. 자주 야근(밤샘 근무, 잠복)을 해야 되고, 목숨을 진짜로 걸고, 하지만 월급은 짜디짠… 사명감으로만 직장생활을 하기에는 너무나 열악하고 고생인 게 사실이다. 특히, 극 중에서 차도철 형사가 생명 수당으로 1달에 5만 원인가 6만 원으로 받는다고 했는데, 마음이 아팠다. 나도 17년 전에 군인 신분으로 아프가니스탄 파병 임무를 수행할 때 생명수당을 받았었다. 그때는 1달에 200만 원 가까이 생명수당을 받았다. 물론, 아프가니스탄은 전시 지역이라 더 위험 하기는 해도, 베트남전 이후로 해외 파병으로 인해 실제로 목숨을 잃은 우리나라 군인은 별로 없다. 내가 기억하는 1명 윤장호 하사를 제외하고는… (윤장호 하사 이야기가 궁금하면 아래 글을 참고)


https://brunch.co.kr/@humorist/12


오히려, 해외 파병된 군인보다 순직하는 경찰관이 훨씬 많다는 걸 경찰관 원도 작가님의 책 <경찰관속으로>를 통해 알았다. 잠깐 이 책을 엿보자.



언니, 경찰관으로 일하면서 사람들의 죽음을 많이 보게 됐지만 그중에는 같은 경찰관의 죽음도 많았어. 일하다가 죽은 사람, 자살한 사람, 죽진 않았어도 혼수상태에 빠지거나 크게 다친 사람까지 합하면 셀 수도 없을 거야.


포항의 어느 파출소에서 젊은 경찰관이 야간근무 대기 도중 사망한 일이 있었어. 사망 직전 그는 폭행 현장에서 용의자를 제압하다가, 용의자가 자신을 향해 주먹을 휘두르고 침을 뱉는 일 등을 겪으면서 “내가 이러려고 경찰이 됐는지 모르겠다.”라는 말을 동료에게 했다고 해. 그 절망감이 그를 무너뜨렸던 걸까? 해당 사건 처리 후 새벽 1시, 코피를 흘린 채 쓰러진 그를 동료가 발견해서 병원으로 후송했으나 끝내 죽고 말았어. 공무원연금공단은 이 사안에서 그를 순직으로 인정해주지 않았고, 그의 유가족은 청와대 국민청원 온라인 게시판에 글을 올렸지. 그 후 재심을 통해 죽은 지 반년이 지난 뒤에야 순직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어.


작년엔 같은 지역에서 한 달 새 경찰관 3명이 자살한 적도 있었어. 그리고 달이 바뀌자마자 또 누군가가 자살해서, 그 지방청은 크리스마스트리 대신 장례식 화환을 더 많이 설치해야만 했을 거야.


최근 5년간 자살한 경찰관이 통계에 기록된 것만 116명이래. 난 그들의 죽음이 자살을 가장한 타살이라고 생각해. 나도 서서히 죽음을 향해 가는 것만 같아서 자꾸 내 발밑을 쳐다보게 돼. 현재 내가 걸어가는 곳이 어디인지 보기 위해. 그리고 어떻게든 살아내 보려고 언니에게 편지를 쓰게 된 것이고. 힘들지 않은 일은 없지만 굳이 이렇게까지 힘들어야 할 필요도 없을 텐데 현실은 정말 녹록지 않아.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고향 친구 BY가 생각났다. BY는 20대 중반부터 10년 간 경찰 공무원 시험에 매달려 결국 3년 전에 경찰관이 되었다. 지금은 우리의 고향 김해를 지키고 있다. 김해의 한 지구대에서.

처음에 BY는 내 전화를 받지 않았다. 몇 시간 뒤에 BY로부터 다시 전화가 왔다. 취객을 상대하느라 정신없어 전화를 못 받았다며 미안해했다. 내가 전화한 시각은 오후 4시였다.


내가 취객이 젤 힘들지 않냐며 어설프게 아는 척 위로의 말을 건넸다. BY는 취객 말고도 힘들 일 많다고 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경찰관답게 씩씩하게 대꾸했다.


BY가 다음에 김해에서 만나면 자기가 소주를 사겠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박봉인 거 다 안다며 내가 산다고 했다. BY는 누가사던 상관없으니 김해 내려오면 연락이나 하라고 했다.


차도철 형사님! 힘내세요. 내 경찰친구 BY도 힘내라. 형이 다음에 소주 사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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