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기점으로 가을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매년 맞는 가을이지만, 올해 가을은 더 반갑게 느껴진다. 아마도 올해 여름이 유난히 덥고, 힘들었기 때문이리라.
가을바람이 불면서 즐거운 경험을 했다. 바로 나의 지난 글 <직장인, 중국 냉면을 먹는 이유>가브런치 메인에도 걸리고, 조회수도 급등한 것! 더 재미있는 점은 내가 이 글을 게시한 날짜가 9월 7일인데 9월 22일을 기점으로 조회수가 급등했고 브런치 메인에도 22일과 오늘까지 걸리고 있다. 특히, 식사 시간 즈음에는 조회수가 폭발한다. 놀랍다.
하지만 이제 중국 냉면 혹은 중화 냉면은 더 이상 먹기 힘들게 되었다. 계절 한정 메뉴이기 때문이다... 아쉽지만 내년 여름을 기약하련다.
중화 냉면의 품절 소식... 아쉽지만 내년 여름을 기약한다.
이번 경험을 통해 음식 관련 콘텐츠는 역시 옳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조회수를 부르는 마법이다. 거기다가 계절 관련 콘텐츠를 입히면 더 완벽해진다.
내가 누군가? 브런치 입문 3개월된 브린이 아니던가. 조회수가 머라고 조회수에 모든 것을 거는 브린이. 재빠르게 또 다음 음식 관련 콘텐츠를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을을 덧입혀서.
그래서 가을을 대표하는 음식들을 조사했다. 사실 내 가슴이 기억하고 있었다. 맛있는 것들.
가을전어
가을대하
가을밤
가을감
가을배
가을무
...
집 나간 비행 청소년도 컴백홈하게 만든다는 가을전어부터, 알레르기가 아니라면 싫어하는 사람이 1도 없을 것 같은 가을대하, 한 입 베어 물면 수분 폭탄이 터지는 가을배, 가을무로 만든 밥도둑 무생채 등등. 밥경찰은 도저히 찾아볼 수 없는 가을 음식들이다. 가을에 생각나는 음식들이 많아즐겁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많은 음식 중 어떤 음식을 골라서 한 편의 글을 써야 조회수 폭탄을 맞을수 있을까? (조회수 폭탄 이거 심각한 중독이다) 여름 중국 냉면처럼. 심각하게 고민 되었다. 중국 냉면을 뛰어넘는 대작이 나와야 하는데... 전편을 뛰어넘는 속편이 되어야 할텐데... 베테랑2가 되면 안 되는데...
대작에 대한 고민이 거듭되어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일은 언제 하누?) 그래서 회사 점심시간에 잠깐 밖으로 나와 야커(야장 커피)를 한 잔 했다.
가만히 야장 커피를 마시며 생각해 보니, 브리니는 가을 음식 대작을 뽑고자 정작 중요한 무언가를 놓치고 있었다. 바로 이 가을이다.
점심시간만 즐거운 직장인. 가을에 야장 커피를 마시면 더 즐거워 지는 직장인.
주위를 둘러보니, 목에 출입증을 메고 있는 동료 직장인들의 표정이 무척 밝았다. 대한민국의 3대 착각 중 하나가 생각났다. 대학생들이 점심시간에 표정이 밝은 직장인을 보면 직장생활이 할 만하다고 착각한다는 것이다. 이런 날씨, 그리고 사무실을 벗어났는데 당연히 표정이 좋을 수밖에… 지금만 딱 표정이 좋은 거다.
이 가을에 어울리는 4자 성어가 있다.
목하야장目下野帳. 내가 방금 만든 말이다.
목하目下는 한자 그대로 해석하면 ‘바로, 지금’이다. 목하열애 중이라고 하면 지금 열렬히 사랑하는 중이라는 뜻이다.
야장野帳의 사전적 의미는 '밤에 장사를 함.' 이지만 요즘에는 '야외에서 장사하는 곳' 이라는 의미로 많이 사용된다.
그렇다면, 목하야장은 무슨 뜻일까? 내 맘대로 해석해 보면, 바로 지금 밖에서 가을을 즐겨라 정도의 뜻이 된다. 사실은 내가 전하고 싶은 말이다.
가을은 전어도 아니고, 대하도 아니다. 가을 무생채 비빔밥도 아니다. 가을은 목하야장이다. 지금, 가을을 가을로써 오롯이 즐기자.
p.s. 오늘따라 아내도, 맑은 가을 하늘을 보며 싱숭생숭 해졌는지 외근 중에 사진 한 장을 보내줬다. 그리고 나는 아내에게 목하야장이라고 답했다. 아내는 먼 소리냐고 되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