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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그다드Cafe Jul 29. 2024

퇴사한 대기업 공통점

외부 컨설팅 글쎄...

나의 이전 글 <S대기업 퇴사 결정적 이유>가 많은 관심을 끌었다. 모바일 다음 직업in에 며칠 동안 메인에 걸려있어 놀랐다.

많은 직장인의 관심을 끈 S대기업 퇴사 결정적 이유

https://brunch.co.kr/@humorist/62

<S대기업 퇴사 결정적 이유>에서 나의 결정적인 퇴사 이유로 쓸데없는 보고에 진심인 기업 문화를 꼽았다.


전에도 고백했지만 나는 가끔씩 블라인드를 통해 전 직장의 게시판에 들어가 보곤 한다. 표면적으로는 직장 관련 글쓰기를 위한 소재 탐색이 목적이긴 하지만 대기업을 박차고 나온 것에 대한 나만의 찌질한 정신 승리 방식인지도 모르겠다.


최근에 전 직장 블라인드 게시판에서 읽은 글을 소개하고자 한다. 바로 끝없는 경영 개선을 위한 외부 컨설팅에 대한 비판 글이다. 요약하면, 큰 돈(수 억 또는 수 십억)을 들여 경영 개선을 위한 외부 컨설팅을 진행하지만, 결국 내부 직원의 인터뷰를 기반으로 컨설팅이 진행되고, 결론도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전직장 블라인드 게시판에 걸린 외부 컨설팅 비판 글

나는 S대기업과 L대기업에서 10년 넘게 근무했다. L대기업 상사 계열에서 10년 가까이 근무했으니, 대부분의 커리어는 L대기업에서 보낸 것이다. L대기업에서는 컨설팅 관련해서, 전설적인 얘기가 아니, 팩트가 존재한다. 바로 스마트폰 관련 전설적인 팩트다.



L전자에 남사장이 재직하던 시절(성이 남 씨다), 매킨지앤컴퍼니에 컨설팅을 의뢰했다. 아마도 아이폰이 처음 나온 2007년 경이었을 것이다. 당시 L전자는 스마트폰 시장이 급성장하는 상황에서 매킨지의 조언을 받아 스마트폰보다 저가 휴대폰과 노트북에 집중하는 전략을 채택했다. 매킨지는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을 제한적으로 예측하고, 기술보다 마케팅에 투자하라는 조언을 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L전자가 스마트폰 시장에 늦게 진입하게 되는 주요 원인이 되었다. 이후 L전자는 스마트폰 사업에서 지속적인 적자를 기록하게 되었다. 특히, 2015년부터 2021년까지 무려 23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누적 적자만 5조 원에 달했다. 이러한 실패는 내부적으로도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결과적으로 L전자는 스마트폰 사업을 철수하게 되었다. 매킨지의 잘못된 컨설팅 조언과 함께, 경영진의 의사결정도 문제로 지적되었다. 스마트폰 사업 초기부터 잘못된 판단과 실행으로 인해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게 되었고, 결국 사업 철수라는 결정을 내리게 된 것이다.


사실은 아닐 수도 있으나 스마트폰 관련 어처구니없는 컨설팅을 받은 L전자는 매킨지에 수십 억 원을 지불했다고 한다.

아직도 기억난다. L그룹에 다닐 때, 연수원에서 L전자의 MC사업부(핸드폰 사업부) 동기급 사원이 한숨을 푹푹 쉬며 불안한 미래를 걱정하던 모습을.


L전자와 계열사가 다르긴 했지만, 내가 다닌 L상사에서도 틈틈이 외부로부터 경영 컨설팅을 받았다. 매킨지의 스마트폰 망언이 있고 나서도... 그때 나는 대리급이었기 때문에 별 비판 의식 없이 컨설팅을 하는 컨설턴트의 작업을 도와주기 위해 인터뷰에 참여했다. 그리고 내가 하고 있는 일, 내가 업계를 바라보는 시선, 인사이트 등을 들려줬다. 지금 생각해 보니, L상사에서 진행된 외부 컨설팅도 큰돈을 썼지만 별 도움은 되지 않았던 것 같다.


L상사에서 이직하여 S대기업으로 이직했을 때도, 외부 컨설팅을 진행했는데, 무려 <미래 사업 방향>이라는 주제로 진행되었다. 하지만 제목만 거창하지 진행되는 방식은 비슷했다. 내부 직원들 인터뷰 빡세게 하고, 그럴듯해 보이지만 결국 실속 없는 두꺼운 보고서가 발행된다. 그때 같이 인터뷰에 참석했던 S대기업 동료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아니... 이 보고서를 수 억 주고받았단 말이야? 내가 인터뷰 시켜주고, 공부 시켜주고 다 했는데. 내가 오히려 돈을 받아야 되는 거 아닌가?"


그리고 S대기업에서도 여전히 비슷한 일이 계속 진행되고 있음을 블라인드 게시판을 통해 알 수 있었다.


나는, 인사이트도 부족하고 경력도 미천하기 때문에 컨설팅 회사에 입사할 수도 없고, 컨설팅을 할 수도 없다. 그리고 대기업의 높은 분들이 왜 컨설팅에 높은 돈을 주고 목메는지 그 메커니즘을 알 수도 없다.


하지만, 한 가지에 대해서는 과감히 내 의견을 말할 수 있다.


미래는 뷰카VUCA 시대란 것. 


뷰카는 네 가지 용어의 영문 머리글자를 조합한 단어로, 불안정Volatility,   불확실Uncertainty, 복잡Complexity, 모호Ambiguity를 의미한다. 세상이 점점 불확실하고 불안정해지면서 미래가 어떻게 변화해 나갈지 꿰뚫어 보기란 거의 불가능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논리적이고 합리적으로 기업의 미래에 대해 컨설팅을 하는 것 또한 거의 불가능해졌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또 다른 질문. L대기업과 S대기업을 박차고 나와 지금의 직장(대기업은 아님)에서는 컨설팅에 의존하는가? 정답은 '의존하지 않는다'이다. 매킨지나 KPMG 등등 컨설팅에 큰돈을 들일 재정도 넉넉하지 않기 때문에...


(물론, 가끔씩 경영진에서 유튜브 누가누가 그러던데, 라고 시작하면 가슴이 먹먹해져온다...)


끝으로, 유발 하라리 작가님의 주옥같은 멘트를 적고 이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비록 지금으로서는 세부 내용을 확신할 수는 없지만, 변한다는 것만큼은 유일하게 확실한 미래의 진실이다.
...
멕시코나 인도, 앨라배마 어느 동네의 구식 학교에 묶여 있는 15세 소년에게 지금 내가 해줄 수 있는 최선의 조언은 이것이다. “어른들에게 너무 의존하지 말라.” 대부분은 나름 선의를 갖고 하는 말이겠지만, 사실은 어른들 자신이 세계를 이해하지 못한다. 과거에는 어른 말을 따르는 편이 상대적으로 안전했다. 왜냐하면 어른들이 세상을 아주 잘 알았기 때문이다. 그때만 해도 세계는 천천히 변했다. 하지만 21세기는 다를 것이다.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어른들의 말이 시간을 초월한 지혜인지 시대에 뒤떨어진 편견에 불과한지 결코 확신할 수 없을 것이다.



P.S. "어른들에게 너무 의존하지 말라"는 조언이 마치 "컨설팅 회사에 너무 의존하지 말라"라고 읽히는 것은 내 기분 탓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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