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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그다드Cafe Jul 29. 2024

술자리가 고민인 신입사원

바로 적용 ㄱㄱ



“술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하지만 우유도 못한다.” -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나는  잘 마시는 팀장이다. 내 주량을 표현하는 단어는 상대방에 따라 달라진다. 기본 정신은 "고객보다 한 잔 더". 그리고 전 직장이 기름집 베이스라 전 직장에서 주량을 얘기할 때면 "소주 1배럴"을 외친곤 했다.


주로 마시는 술은 테슬라(테라+참이슬 쏘맥). 이것도 2차 전지 배터리 업계로 오고 난 뒤 새롭게 밀고 있는 주종이다.


특기는, 젓가락 한 개로 맥주병 테라 뚜껑을 딴 뒤, 기가 막힌 비율로 쏘맥 말기. 참고로 나는 쏘맥을 말 때는 쏘주잔에 쏘주를 따르지 않는다. 그냥 맥주잔에 꼴꼴꼴 쏘주를 내 마음대로 따른다. 상대에 따라 비율을 달리 하는데, 미운 상대는 특히 쏘주를 더 많이 넣는다. 특히, 내 상사와 마실 때는 상사의 잔에 쏘주를 조금 더 많이 살짝살짝 따른다. 이렇게 쏘맥을 제조하면 상대방은 잘 말았다고 난리다.


나는 구매팀장이다. 영업팀장 아니다. 이쯤 되면 나를 돌I 혹은 꼰대로 알 것이다. 하지만 나는 돌I도 아니고 꼰대도 아니다. 나는 MBTI 극I 성향의 낀대다.


낀대란, 직장에서 요즘 것들과 옛 것(?)들 사이에서 갈등하는 미생 같은 존재를 말한다. 참고로 나는 미생의 배경이 되는 종합상사에서도 10년 가까이 근무했다.


무슨 줄줄이 굴비도 아니고... 이번 글은 말만 하면 글이 된다. 그만큼 술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아서 이기도 하다. 아마 내가 직장 생활 13년 동안, 아니다, 20살 부터 마신 술을 돈으로 환산하면 서울은 아니더라도 지방에 빌라 한 채 정도는 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자랑은 아니다...


술에 대한 나의 20년 에피소드를 갖다 대자면 단행본 한 권 정도는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오늘 이 지면에서 하고자 하는 얘기는 술자리에 대해 고민이 많은 요즘 것들, 즉 20대~30대 초의 젊은 직장인 술에 관한 고민이다.


고민은 단순하다. 젊은 직장인들은 옛날 것들(직장 상사)과의 술자리가 싫다. 싫어도 너무 싫다. 옛날 것들의 술자리에서 하는 소리는 뻔하다. 1) 회사 얘기 2) 골프 얘기 3) 회사일로 골프친 얘기.  하지만 먹고사니즘을 위해 직장 상사와 술자리를 어쩔 수 없이 가져야만 하니, 이를 슬기롭게 잘 견디거나 보낼 수 있는 꿀팁을 궁금해한다. 오죽 답답하면 극I 성향의 나에게도 이런 고민을 토로하며 조언을 구하는 젊은 직장인들이 많을까.  이전 글 일부 참고.


https://brunch.co.kr/@humorist/36



결론부터 말하자면, 꿀팁 같은 거 없다. 그냥 상대방 보고 피할 수 있으면 끝까지 피하고, 어쩔 수 없이 마시게 된다면 그냥 적당히 잘 마시는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안타까운 내 후배를 생각하며, 젊은것들을 위한 술자리 꿀팁을 몇 자 적고자 한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 있으면 과감히 pass 하면 된다. 별 거 없다)


1. 상대방의 술자리 스타일을 알라.


- 공자님은 말씀하셨다. 술자리에서는 상대방을 잘 알아야 한다고. 진짜 공자님이 그런 말씀을 남기셨냐고? 공자님은 워낙 말씀을 많이 남기셨으니깐...


- 직장에서의 술자리 상대방이라고 하면, 그 자리에서 가장 높은 사람이다. 가장 높은 사람이 무슨 술과 안주를 좋아하는지, 술버릇은 어떤지, 술 취하면 노래를 찾는 사람인지 등등 알아두면 좋다.


- 고객처는 당연히 알아야 하고, 직장 상사의 이러한 술버릇을 미리 알면 꽤 도움이 된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3일 뒤에 삼겹살과 쏘주와 노래를 좋아하는 T전무와 술자리가 있다면, 삼겹살을 며칠간 참고, 요즘 유행하는 노래를 한 곡 정도는 미리 출퇴근 시간에 듣고 흥얼거려 보는 거다. 삼겹살을 며칠간 참는 이유는, 며칠간 삼겹살을 참다가 술자리에서 만나면 꽤 반갑고 기분이 좋아진다. 달갑지도 않은 술자리에서 안주라도 반가워야지 덜 억울하지... 실제로 그날 술자리에서 막내의 기분이 좋으면 대체로 그날 술자리는 괜찮다.


2. 너 자신의 주량을 알라.


- 테스형은 말했다. 반드시 너 자신의 주량을 알라고.


- 이 주량을 아는 게 너무너무 중요하다. 지금은 좀 덜하지만 대게 신입사원들이 본인의 주량을 잘 모르고 술을 많이 마시다가 본인의 흑역사를 스스로 작성한 경우를 많이 봤다. (나도 그랬다)


- 본인의 주량을 아는 것. 본인의 업무 역량을 아는 것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


3. 술자리에서 침묵은 금까지는 아니지만 본전치기는 된다.


- 고려시대 최영 장군님은 술자리에서 침묵은 금까지는 아니지만 최소한 본전치기는 된다고 말씀하셨다.


- 어색한 술자리 분위기를 살리고자 막말 던지다가 막가는 사람 많이 봤다.


- 술자리여서 어느 정도 막말은 용서될 수 있지만, 술자리여서 사소한 막말이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점 기억하자.


4. 시대가 요구하는 술자리에서의 스킬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러니 걱정하지 말자.


- 앞에서 밝혔듯이, 나는 술자리에서 분위기를 띄우는 소소한 기술 몇 가지를 알고 있고, 분위기에 맞게 잘 구사한다.


- 젓가락 '한 개' (반드시 한 개로 해야 효과가 크다)로 맥주병 따기. 쏘주병 회오리 만들기(정말 크고 화려하게 만든다). 쏘맥 담긴 맥주컵을 휴지로 막고 쉐이킷 쉐이킷 하기. 그리고 그 젖은 휴지를 아뵤! 하며 뒤로 날려서 벽에 붙이기. 등등


- 그리고 MBTI 극I 이긴 하지만 술만 들어가면 그렇게 사람이 재밌어진다. 나는 구매팀장이긴 해도 왠만한 영업사원 못지않게 화려한 언변으로 술자리를 즐겁게 만들 수 있는 능력 보유자다.


- 이런 내가 보기에는 술자리에서의 스킬과 능력은 옛날 같지 않다고 본다. 마치 15년 전에 영어 메일 쓰기 능력이라고나 할까?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요즘은 챗GPT 사원이 영어 메일을 제일 잘 쓴다) 도움은 좀 되지만 시대가 요구하는 그런 능력은 아니라는 게 내 결론이다.


따라서, 절대 무리하게 회사에서 술 마시지 말고, 그 시간에 집에 가서 육아를 한다든지, 책을 본다든지, 수영을 한다든지, 아내의 직장 뒷담화를 들어준다든지, 다른 일을 해도 된다는 게  생각이다. 그러니 술자리에서 주량을 넘기고 투혼을 발휘할 생각은 절대 하지 말자. 술 잘 마시는 구매팀장의 간곡한 부탁이다. 왜냐하면 예나 지금이나 술은 결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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