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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그다드Cafe Jul 31. 2024

이직 성공을 위한 마지막 확인 사항

메타인지 그리고 테스형

내 나이 40.

꼰대라고 불리기 딱 좋은 나이 40. 

스스로 꼰대가 아닌지를 경계해야 하는 나이 40.


나만의 독특한 꼰대 감별법이 있다. 바로 '시선'이다. '시선'을 과거에 두고 주로 옛날 얘기만 하는 사람은 10중 89 꼰대일 확률이 높다. 라떼는... 괜히 나 온 얘기가 아니다. 과학이다.


그래서인지 나는 과거 얘기를 하는 사람보다 현재와 미래 얘기를 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걔 중에 뻔하지 않는 본인만의 콘텐츠가 담기면 더할 나위 없다.


나 스스로도 시선을 앞에 두고 나만의 콘텐츠를 담기 위해 많은 노력 하며 조심조심 자연 노화와 같은 꼰대 화를 늦추고 있다. 그러나 가끔 내 과거 얘기를 할 때가 있다. 내 과거를 궁금해하는 사람들을 만났을 때다. 하지만 내 과거 얘기도 원칙이 있다. 나보다 어린 친구들에게만 해당된다는 것. 나보다 나이 드신 분들께는 내 과거 얘기를 안 한다. 이유는... 나보다 나이 드신 분들의 대부분 속내는 내 과거와 미래에는 관심이 없다. 오직 본인의 과거와 영광에만 관심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조금만 얘기가 복잡해질라 치면 관심도가 확 떨어진다. 예를 들어, 미얀마 시멘트 노동자 얘기를 하고, 노동 가치 불평등에 대한 이슈로는 넘어가지 못한다. 한계다. 대신에, 자연스레 그들만의 이야기로 넘어간다. 1) 회사 얘기 2) 골프 얘기 3) 회사에서 골프 친 얘기 + 자기 자랑


남의 얘기인지라 별로 흥미 없을 거라는 거 알기 때문에, 아주 신속히 내 과거를 요약하면,


- 아주 어렸을 때, 부모님 이혼. 어렵게 고등학교 졸업. 


- 20대의 절반을 아프가니스탄(파병)에서 이라크(노동자)에서 돈을 범. 20대 절반의 절반을 단란주점 노동자로 근무하며 돈을 . 꽤 많이 .


- 운 좋게 대한민국 3대 종합상사에 입사해, 미얀마 시멘트 공장에서 노동자로 2년간 근무함.


- 종합상사에서 10년 가까이 근무하고, 갑작스레 퇴사를 결심함. 그리고는 훌쩍 S대기업 배터리 계열사로 이직. (여담으로 상사 동기들은 지금 한창 잘 나감... 해외 지사장으로도 많이 나가 있음)


- S대기업 1년 만에, 스스로 박차고 나와 중견기업 구매팀장으로 이직함.

https://brunch.co.kr/@humorist/62


- 이직한 중견기업에서 처음 1년은, 적응과 육아와 뜻밖의 불행이 겹쳐 너무 힘들었음. 우울증과 수면장애를 심하게 앓고 현대 의학의 힘으로 견딤. 지금은 꽤 괜찮은 상태임.


- 얼마 전... 팀원 중 한 명의 사직을 권고함.


인생을 곧잘 바다와 파도에 비유하는데, 이렇게 쭉 펴서 보니 지금까지 나만의 인생 바다와 파도는 대단하지는 않지만 조금은 특이하거나 특색은 있는 것 같다. 아르헨티나에 위치한 플레이아 그란데(Playa Grande)처럼. 다양한 크기와 특색있는 파도를 볼 수 있는 그곳 말이다.


파도가 다양한 아르헨티나의 그 해변. 출처: 구글지도

Hoya(32개월 된 글쓴이 자녀)가 태어나기 전, 즉 본격적으로 맞벌이 육아에 입문하기 전, 회사를 마치면 꽤 다양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물론, 나보다 어린 친구들 위주로. 왜냐하면 나는 나이 든 친구보다 어린 친구들을 통해서 더 자극을 받고, 함께 있는 시간 자체를 즐기기 때문이다. 내 시간은 소중함으로. 당연히 타인의 시간도 소중하고.

https://brunch.co.kr/@humorist/13

나는 주로 젊은 친구들을 통해 트렌드를 배우고 새로운 자극을 받는다. 젊은 친구들은 나를 통해 인생의 다양한 관점을 배우고, 고민을 상담한다. 그러다가 가끔씩 어떤 영감을 얻어간다. (내 생각이다)


젊은 친구들의 고민 중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 중 하나는, 성장과 커리어 개발에 대한 것이다. (내가 볼 땐 이런 고민을 하는 친구들은 대게는 괜찮더라... 내 걱정이나 해야지) 그리고는 결국 지금의 직장이 맞는지 아니면 이직을 해야 하는지 묻곤 한다. 아마도 나의 이색적인 경험과 몇 번의 이직을 알고 있기에 물어보는 것이리라 짐작된다.


나보다 7살 어린, B친구는 5년 사이에 5번 입사를 했다. 4번 이직했다는 얘기다. 종합상사(나와 같이 다녔던) 신입 사원을 시작으로 XX투자증권, XX은행, 회계법인, 그리고 지금의 자동차 회사까지.


B친구와 나이는 꽤 차이나지만, B친구의 인생 고비마다 나와 함께 시간을 나눴다. (물론, 지금은 나보다 훨씬 정신적으로나 커리어적으로 낫다고 생각한다) 특히 그 친구의 이직 순간마다 나와 상의했더랬다. 그리고 현재 직장에서 알게 된 후배까지.


처한 위치와 나이, 경력 모든 게 다르지만 꽤 많은 후배들이 여러 고민을 나와 상의했었고, 그중에서도 이직 관련 고민도 많았다.

https://brunch.co.kr/@humorist/25


후배들의 이직 관련 고민을 들어보면,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1. 현재 직장에서 상황이 ~~ 한데, 혹은 커리어를 이렇게 저렇게 쌓고 싶은데, 이직을 해야 할까요? 


2. 이직을 한다면, 잘 적응할 수 있을까요?


첫 번째 질문은 이직의 당위에 대한 고민이고, 두 번째 질문은 이직 후 새로운 직장에서의 적응 고민이다. 나는 첫 번째 질문에 대해서는, 들어주는 역할만을 선호하고 가급적 직설적인 답변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 왜냐하면 1번 질문에 가장 적절한 답변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본인이기 때문이다. 주변 사람들은 그저 경청하고 도움이 될 법한 얘기를 일부러 가볍게 하는 것이 상책이다. 결혼만큼 중요한 타인의 이직에 대해 함부로 입대는 거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직 고민 중에 내가 가장 잘 대답할 수 있고, 가장 직선에 가까운 방법을 제안해 줄 수 있는 질문은 2번이다. 바로 '이직을 한다면, 잘 적응할 수 있을까요?' 나도 복수의 이직을 하며, 나에게도 똑같이 적용한 방법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지금 직장에서 내가 인사팀이 되어 질문하면 된다. '나를 진심으로 잡을 것인가?' 즉, 나를 냉정하게 회사  타인의 시선으로 평가하면 된다. 회사 입장에서 나를 진심으로 잡는다면 다음 직장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반대로, 지금 직장에서 잡지 않는다면 다음 직장에서 실패할 확률이 높아진다.


너무 쉬운 거 아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게 생각보다 쉬운 게 아니다. 왜냐하면 '나의 일'이기 때문이다. 그럼 나의 일이지 남의 일이냐고? 그렇다. 남의 일 아니고 나의 일이라서 어렵다. 원래 훈수는 잘 둔다. 하지만 나의 일은 내가 잘 평가할 수 없다. 그래서 어려운 것이고, 새로운 직장에서 적응 실패 사례가 블라인드앱에 폭주하는 것이다..


인간은 합리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불합리한 면도 많다. 만약 인간이 무조건 합리적이라고 한다면 세상의 모든 마케팅은 필요가 없게 된다. 소비 심리학은 인간의 불합리한 면을 공부하고, 이를 마케팅에 적용하는 학문이다. 인간은 참 모순적인 존재다. 소비자 입장에서나 이직 준비를 하는 입장에서나.


그래서 내가 가장 잘 알 것 같은 나를 알기가 참 어렵다. 내가 나를 객관적으로 알려는 메커니즘을 조금 있어 보이는 용어로 표현하면 '메타인지'가 된다. 메타인지가 어렵다면  쉽게 표현할 수도 있다. 바로 테스형의 그 거, '너 자신을 알라'이다.  눈에는 메타인지나 테스형이나 똑같다. 뜻만 찰떡같이 이해하면 되지 않는가?


다음 직장에서 이직에 성공해서 인간관계에 잘 적응하고, 성과를 내는지 궁금하면 지금 직장에서 인간관계 잘하고, 성과를 내는지 객관적으로 보면 된다.


한반도의 지혜로운 조상들이 남긴 말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당연히 샐걸?'


물론, 지금 직장에서 나를 괴롭히는 빌런 때문에 이직을 결심할 수도 있고, 도저히 성과를 낼 수 없는 환경 때문에 이직을 단행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사람의 평판은 단기적이고 지엽적인 요소에 의해 좌지우지되지 않는다. 나도 놀랐던 사실인데, 내가 거친 직장의 인사팀에서는 나를 정확하게 평가하고 있었음에 놀랐다. 대기업은 물론 이거니와, 지금 근무 중인 중견기업에서도 나를 입체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을 안다.


그런 사람이 있다. 나를 인사팀으로 가정한다는 자체가 너무 힘들다는 사람. 그래서 나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없다는 사람. 충분히 그럴 수 있다. 누구나 쉽게 할 수 있으면 테스형이 그렇게 유명했겠는가? 그런 사람들을 위해 실전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꿀팁 3가지를 전한다. 지금 이직을 준비 중인 K직장인은 반드시 참고!


(이직을 결심하고, 지금 직장에 공식적으로 오픈했을 때를 가정하고)


1. 지금 직장에서 내가 만날 수 있는 가장 높은 사람이 나를 개인 면담하면서 붙잡을 때. 만약 대표이사가 직접 불러서 나를 간곡히 붙잡는다? 붙잡으면서 술을 사준다? 술 맛있게 먹고, 바로 이직해라. 다음 직장에서 바로 에이스역 ktx탄다. 


2. 내가 예상한 퇴사일보다 한참 뒤로 퇴사일이 잡혔을 때. 다음 직장에서 입사일이 늦어져 겉으로는 눈치를 줄 수는 있겠지만, 다음 직장 사람들은 속으로 쾌재를 부를 수 있다. 괜찮은 사람을 뽑았기 때문이다.


3. 진심으로 아쉽다며 술 먹자는 사람이 혹은 무리가 많을수록. 다음 직장에서도 술 많이 마셔가며 사람들과 잘 지낼 수 있다.


파타고니아 창립자인 이븐 쉬나드 선생께서는, '파도가 치면 서핑을'이라고 말했다. 창립자도 아니고 머도 아닌 조선의 직장인 비그다드Cafe 선생께서는 '인생의 파도가 치면 이직을. 그러나 마지막 질문은 꼭 던져보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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