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남강 가까운 곳에 삽니다.
집에서 10분만 걸으면 남강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이런 자연 속에서 강둑길을 산책하다 보면 때때로 강의 흐름 앞에 마음이 멈춰 서곤 합니다. 변하지 않는 강의 흐름은 마치 무언가를 말없이 들려주는 듯합니다.
어제, 외손녀 재은이 이름에 대해 쓴 글(‘상선약수, 그 이름처럼’)을 브런치에 올렸습니다. 이름은 아빠가 지었지만, 의미를 우리 가족은 더 넓게 해석하여 ‘흐르는 강물’이라는 별명을 붙였습니다.
‘재은’이라는 이름을 입에 올릴 때마다 나는 한 편의 영화를 떠올립니다. 바로 로버트 레드포드 감독의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입니다. 그 영화는 볼 때마다 마음속에 다른 풍경이 떠오르지만, 변하지 않는 건 마지막 장면에 흐르는 내레이션입니다.
"결국, 모든 것은 하나로 합쳐지고, 그 중심을 강이 흐른다."
"나는 그 물가에 사로잡혀 있다.“
그 문장은 마치 오래된 시 한 구절처럼 내 마음에 고요히 내려앉습니다. 영화 속 강은, 인생의 유한함과 자연의 영원함 사이에 흐릅니다. 노먼이 노년이 되어 홀로 강가에 서 있을 때, 그는 이미 가족을 떠나보냈지만, 강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습니다. 사랑했던 사람들은 떠났지만, 강은 어제처럼 흐릅니다. 강은 시간이 아닙니다. 시간을 안고 흘러가는 것— 그것이 강입니다.
나는 가끔 재은이를 바라보며 생각합니다. 이 아이가 자라고, 나이 들어가는 모습을 오래도록 지켜볼 수 있다면 좋겠다고. 그러나 삶은 그렇게 길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더욱 강이 고맙습니다. 내가 떠난 뒤에도, 강은 흐를 테고, 재은이도 언젠가 이 흐름을 따라 걷게 될 테지요.
강은 사랑과 기억을 헛되이 흘러보내지 않습니다. 말없이 품고, 말없이 전합니다. 아마도 그 속엔 나의 사랑도, 지금 이 순간의 기도도 스며들어 있겠지요.
재은아, 너의 이름을 부르면, 나는 강가에 선다.
그리고 조용히 흐르는 물소리 속에서 너를 다시 한번 불러본다.
강물처럼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도 사랑은 흘러가지 않고,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