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안동현(Instagram: @donghyunahn)
아직은 좀 더 나에게 집중하고 있다.
좋은 모임과 등산 크루를 구성하게 된 시작점이자, 고마운 인연이신 심박사님은 매번 좋은 질문들로 산길을 채워주고, 내려와서도 우리가 진짜 함께 하는 느낌이 나는 커뮤니티가 되기 위한 비전과 아이디어를 많이 공유해주신다. 나 또한 등산을 통해 나누는 대화는 업무나 단순한 친분 관계에서의 것보다 깊고 즐거운 교류가 될 수 있음을 깨닫고 항상 함께 산행을 ‘나누는’ 분들에게 지대한 관심을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차분히 내 깊은 속내를 들여다 보면 ‘아직은’ 나는 나에게 더 집중하고 싶은가 보다. 주말마다 산을 통해서 ‘심신의 예배’, ‘각오의 정비’ 시간을 가지는 것이 나의 내면에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더 관심이 가고, 산을 오르고 내리는 것이 내 정신 건강에 얼마나 큰 도움을 주고 있는지를 감탄하는 것에 더 마음을 쓰고 있다.
등산에서 오는 쾌감으로 나는 무엇을 얻고 있는지 고찰해보았다. 나는 산을 오르고 내리면서 끊임없이 의도적으로 특정 방식의 도파민 분비에 스스로를 노출시키고 있다. 그것은 고통스러운 시작을 과감하게 해내고, 그로부터 말미암아 무사히 작은 ‘성공’을 이루는 것이다. 즉, ‘등산’하고 ‘하산’하는 것 말이다.
모든 사업과 계획들은 모두 프로젝트이고, 단계들로 구성된다. ‘구상 - 계획 - 실행 - 완료’의 phase는 틀림없이 언제나 어디서나 작동하는 성공 방법이고, ‘실행’의 첫 단추가 가장 힘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수 단계로 가장 중요하고 중요하다. 알면서도 난 늘 그 ‘실행의 가장 첫 단추’를 할 때에, 가장 숨막히듯 고통을 호소하거나, 지연 이슈를 발생해왔었다.
‘내가 계획에 대한 확신이 충분하지 않은 건 아닐까?’ 하는 생각과 지금 단계를 시작해버리면 여러 가지 유예 상황을 벗어나 스스로를 믿고 직진을 해야만 하는 그 선택 기로이기에 ‘신중’이라는 변명을 할 때가 있었다. 하지만 일단 거시적 시선을 놓지 말되, 신속하게 발을 떼는 것이 더 옳은 선택일때가 많았다. 스스로 고쳐나가는 중에 있는 나쁜 습관이며, 등산을 준비하고 다니면서 일종의 거울치료처럼 매주 극복해나가고 있다.
바로 산행날 아침에 일어나 등산화를 신고 첫발을 떼거나, 등산로 입구에서 첫 오르막의 부하가 대퇴근에 짜릿함을 줄 때에 ‘실행의 개시’에 대한 지긋지긋한 불안감을 물리치고, 하산하면서 다시 그 불안감을 완벽하게 물리치면서 ‘실행의 개시’에 대한 나의 인지 감각을 ‘불안과 공포’에서 ‘만족과 안도, 행복’으로 대체하고 있다.
언젠가 나란 인간이 새로운 시작을 오히려 더 목말라하고, 달리는 중에도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고, 경치도 보면서 항상 ‘성공적인 하산’을 해내는 단단한 사람이 되길 바라는 간절한 심정때문인지, 오늘도 함께하는 좋은 분들이 있어도 마음 한켠에는 나를 더 보고 있다. 그래도 혼자서는 못하는 것이 더 많은 세상이 아닌가? 막걸리 잔을 건배하는 것조차... 우리 파트너들 오늘도 함께 해줘서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