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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헌드리더 Sep 26. 2018

혀 끝으로 맛 보는 책, 음식으로 말하는 세상

음식 만드는 것을 좋아하고, 먹는 것은 더 좋아하며, 음식에 깃든 많은 이야기는 더욱 재미있어하는 사람이 만든 출판사가 따비입니다. 따비는 책이라는 접시에 잘 조리한 음식을 담아내는 일을 합니다. 따비라는 말의 뜻은 말씀드리자면 한반도에서 가장 오래 사용한 농기구의 이름입니다. 아래 사진은 농경문청동기라는 작은 유물에 새겨진 따비질하는 남자입니다. 우리가 먹는 음식 중 대부분은 농사를 지어 거둔 것입니다. 음식의 시작은 농사라, 청동기 시대 유물의 그림을 빌려 이름도 짓고 출판사 로고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농경문 청동기에 새겨진 따비질하는 남자

   

음식 이야기를 담은 책을 내자고 결정하고 출판등록을 한 것이 2009년이고, 일 년 후에 첫 책을 펴냈습니다. 요즘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가 쓴 《미각의 제국》입니다. 첫 책을 서점에 들고 가서 음식 인문학 전문 출판사를 하겠다 이야기했습니다.

처음 책을 펴낼 때는 먹방, 쿡방 이런 말이 없었습니다. 서점에서도 음식 인문학 출판사라는 것에 큰 관심이 없었고요. 느리지만 한 권 한 권 펴내다 보니 어느새 TV만 돌리면 먹방과 쿡방이 나오는 세상이 되었더군요. 즉 음식이 가장 핫한 유행이 되었습니다. 따비는 그냥 하던 짓(?)을 했는데, 세상이 돌고 돌아 우리가 펴낸 책을 유행의 근처에는 가져다놓았습니다. 그러자 많은 이가 궁금해합니다. 그 덕에 책이 많이 팔리지 않냐고요. 하지만 큰 변화는 없었습니다. 팔리는 책은 팔리고 안 팔리는 책은 안 팔립니다.     

음식을 담아낸 책을 벌써 50여 권을 펴냈습니다. 책을 만들면서 재미있는 일이 많았습니다. 황교익 작가께 책을 제안했다가 바로 거절당하고, 잘린 것도 인연이라 10시간 넘게 술을 마시며 음식 이야기를 했습니다. 며칠 후에 당도한 원고가 《미각의 제국》이 되었습니다. 조선 사대부, 양반들의 음식에 대한 탐욕을 담은 유쾌한 책이 《조선의 탐식가들》입니다. 이 책은 제목을 먼저 떠올리고 저자를 찾았던 책입니다. 어찌 알게 되어 술친구로 지내던 김정호 작가에게 어렵게 청탁해 3년을 기다려 탄생했습니다. 많은 언론의 주목을 받았고 처음으로 베스트셀러 순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술자리에서 농담처럼 나온 말이 진담이 되어 탄생한 것이 정은정 작가의 《대한민국 치킨展》이고요. 이 책도 얼추 2~3년은 걸렸습니다. 기다린 보람이 컸던 책이지요. 우리가 먹고 있는 음식이 한국 사회를 그대로 담고 있음을 보여주는 책입니다. 정은정 작가를 졸지에 치킨 전문가(?)로 알렸습니다. 또 부산에서 작은 장사를 하면서 블로그를 운영하던 박상현 작가를 거의 매달 만나러 가서 결국 만든 책이 《일본의 맛, 규슈를 먹다》였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 책들 모두 술이 인연이 되었군요. 따비에서 나온 책들이 대부분 술자리든 밥자리든 수다를 떨다가 만들어졌습니다. 함께 이야기하고 떠들면서 서로의 이야기를 녹이며 만들어냈습니다. 그렇게 만든 책은 늘 행복함을 주었습니다.     

따비에서 만드는 책의 한 축은 농업입니다. 아직 일반 독자가 보기에는 어렵고 전문적인 책이 많습니다. 많은 독자와 함께 읽을 교양서를 펴내고 싶은 마음은 크지만 아직 따비의 역량이 부족한 모양입니다. 따비는 농업에서 음식까지의 이야기를 그냥 재미난 이야기가 아니라 한국 사회와 세계를 이해하는 도구로 보여드리고자 합니다. 그러기 위해 많은 분을 만나서 수다를 나누고 있습니다. 좋은 책을 펴내다 보면 책을 통해 독자와 수다를 나누는 것도 가능하리라 믿습니다. 

"이 브런치 '위클리 매거진'은 스토리펀딩의 "모험을 시작한 작은 책들" 프로젝트와 함께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링크를 참조해 주세요. 작은 출판 컨퍼런스의 목소리를 담은 <작은 책의 모험> 단행본은 펀딩을 통해 구매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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