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헌드리더 Sep 19. 2018

독서모임으로 이야기 만들기

저는 1인 출판사 하나의 책을 운영하는 원하나라고 합니다. ‘하나의 책’과 ‘원하나’라니. 맞습니다. 하나의 책은 제 이름을 넣어 만든 출판사입니다. 

처음에 저는, 전에 다니던 출판사의 선배 둘과 작은 출판사를 시작했습니다. 선배 1명은 디자이너, 다른 1명은 편집자였고, 저도 편집자 출신입니다. 당시에는 ‘출판사를 한 번 해볼까’라는 단순한 호기심에서 계획한 일이었습니다. 출판사를 다녀보면 그런 생각이 들거든요. ‘내가 좋아하는 책을 내 마음껏 만들어 보고 싶다.’ 이제는 그 생각이 얼마나 현실감각이 없는 ‘귀여운 생각’이었는지 잘 알지만(마음대로만 책을 만들어서는 출판사 운영이 힘들어요.), 어쨌든 ‘파일럿 방송’의 개념처럼 셋이서 소규모 출판사를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다양한 책을 많이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에 각자 열심히 아이디어를 내 기획을 했고, 계약을 했고, 책을 출간했습니다. 내 출판사에서 책을 만드는 일은 예상보다 재미있었습니다. 조금만 방향을 잘 잡으면 꾸준히 책을 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버틴 셈인데, 지금 돌아보면 초창기의 그 자신감이 지금까지 제가 출판사를 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준 것 같습니다. 

선배들과 10권 넘게 책을 출간한 후, 2013년 7월 저는 ‘리얼’ 1인 출판사를 시작했습니다. 그때 만든 이름이 하나의 책입니다. 출판사명을 정할 때 고민이 많았는데요, 멋진 이름이 떠오르지 않아 얼마나 고심했는지 모릅니다. 그러다 ‘그냥 내 이름을 활용하자’라는 생각을 했고, ‘이 세상의 많은 책 중 내가 만드는 한 권의 책’이라는 의미로 하나의 책이 만들어진 겁니다. 그 후 하나의 책은 16권의 책을 출간했습니다.

하나의 책은 다양한 에세이를 출간하고 있습니다.

하나의 책을 시작하면서 가장 불안했던 것은 홍보였습니다. 이 많은 출판사 중 내 출판사는 도대체 어떻게 알려야 하는지 막막했습니다. 그러다 친하게 지내던 마케팅 전문가를 만나 "독서모임으로 사람을 모으고 출판사를 홍보해 보라"는 조언을 들었습니다. ‘하나의 책 독서모임’이라니. 사람을 모을 자신은 없었지만, 근사해 보였습니다. 

다른 출판사들의 독서모임 사례를 찾아보면서 방향을 잡았고, 장소도 정했습니다. 한 달에 한 번 모여 인문교양서를 읽는 독서모임을 만들었습니다. 장소는 합정의 한 카페였고요. 그때 블로그와 페이스북을 통해 회원을 모집했는데, 세 분의 여성이 신청을 하셨습니다. 이렇게 2014년 3월, 하나의 책 첫 독서모임이 시작되었습니다. 

독서모임은 생각보다 재미있었습니다. 각자 다른 삶의 현장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같은 책을 읽은 후, 독서모임을 통해 감상을 공유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힐링’이었습니다. 혼자 출판사를 운영하는 저에게 독서모임은 독자들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접할 수 있는 커뮤니티이기도 했습니다. 회원들도 모임이 좋다면서 지인을 하나둘 데리고 오셨고, 블로그에 올린 독서모임 소식을 접하고 찾아온 회원들도 늘어 연말에는 멤버가 10명 정도 되었습니다.

독서모임을 운영한 지 1년 정도 지나자 하나의 책 독서모임에 참석하고 싶다는 문의가 꾸준해졌습니다. 모임을 늘려도 회원들이 또 모일까. 이것이 궁금해 잠실에 독서모임을 하나 더 만들어 ‘세계 문학 읽기’를 시작했고, 이 모임 역시 반응이 좋아 관악에도 ‘인문교양서 읽기’ 모임을 추가했습니다. 회원 모집이 계속 잘 되자 2016년 12월에는 ‘철학 책 읽기' 모임까지 시작했습니다.

모든 모임은 한 달에 한 번 진행했고, 모임 1개당 회원수를 10명으로 정했으니 한 달에 약 40명의 회원을 만나게 된 겁니다. 이렇게 되자 이번에는 장소 욕심이 나더군요. 카페보다는 조용한 장소에서 안정적으로 독서모임을 하고 싶다는 욕심. 그래서 제가 거주하는 관악구에 사무실을 얻었고, 독서모임 전용 공간 겸 출판사 사무실을 열었습니다. 2017년 7월의 일입니다.

독서모임 전용 공간을 마련한 후 다양한 테마의 독서모임을 시도해 보았습니다. 그중 회원들의 반응이 가장 좋았던 ‘제인 오스틴 북 클럽’을 소개하겠습니다. ‘제인 오스틴 북 클럽’이라는 영화를 본 한 회원이 제안해 만든, 제인 오스틴의 작품 6권을 6개월간 읽는 모임이었습니다. 모집 공지를 블로그에 올리자마자 신청자가 몰려 순식간에 마감되었고, 회원들은 영화처럼 독서모임을 하자고 의견을 냈습니다.

한 회원이 본인의 영국 찻잔 세트를 몽땅 들고 와 줘서 홍차, 디저트를 곁들이며 ‘오만과 편견’을 읽었습니다. 와인을 준비하겠다는 회원의 의견에 따라 한강으로 소풍을 가 ‘이성과 감성’을 읽기도 했습니다. 마지막 날에는 닭강정 파티를 하면서 6개월의 대장정(?)을 마무리했습니다.

‘제인 오스틴 북 클럽’뿐만 아니라 다른 모임들도 나름의 재미가 있었습니다. ‘시 낭독 & 필사' 모임은 내면의 감성을 깊게 공유하는 감동이, ‘철학 책 읽기' 모임은 평소 혼자 생각해 왔던 철학적 물음을 공유하면서 각자의 방식으로 답을 찾는 즐거움이 있었습니다. 

현재 저는 인문 교양서 읽기 모임, 평일 문학 모임, 주말 문학 모임, 철학 모임, 이렇게 네 개의 독서모임을 한 달에 한 번씩 진행하고 있습니다. 당분간은 이 테마로 독서모임을 진행할 예정이지만, 또 다른 테마들도 꾸준히 시도하려고 합니다.

4년 6개월 동안 독서모임을 진행한 결과 하나의 책에는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갔습니다. 회원들과 많은 일도 했습니다. 그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모두의 독서>를 출간한 일입니다. <모두의 독서>는 독서모임 회원들이 각자의 독서 이야기와 독서모임에 대한 소감을 담아 만든 독서 에세이입니다. 예상보다 반응이 좋아 지금은 다른 회원들과 <모두의 독서 두 번째 이야기>(가제)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회원들 중에는 독서모임을 주제로 ‘동네 독서’라는 팟캐스트를 준비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저는 일정이 되지 않아 참여하지 못 하지만, ‘동네 독서’ 이야기도 꾸준히 알리려고 합니다. 하나의 책 독서모임에서 모인 분들의 의미 있는 활동이니까요. 10월 중 첫 방송이 업로드된다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어느덧 하나의 책은 독서모임으로 이야기를 만드는 곳이 되었습니다. 독서모임을 테마로 하는 책들이 꾸준히 출간될 예정이거든요. 지금 이 시간에도 저는 회원들과 또 어떤 새로운 일을 도모할까 궁리 중입니다. 독서모임 이야기가 풍성한 곳, 하나의 책 출판사의 다음 이야기도 기대해 주세요.

                                                                                                                                                                        "이 브런치 '위클리 매거진'은 스토리펀딩의 "모험을 시작한 작은 책들" 프로젝트와 함께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링크를 참조해 주세요. 작은 출판 컨퍼런스의 목소리를 담은 <작은 책의 모험> 단행본은 펀딩을 통해 구매 가능합니다."















이전 10화 종합출판으로 봐주시면 좋고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