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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니홉 Sep 21. 2024

학부모상담주간에 대한 서로 다른 생각

같은 행사를 엮어가는 교사와 학부모는 어떤 생각을 할까?

  언제부터 시작했는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학부모상담주간' 행사를 일 년에 두 번 한다. 3월 말, 9월 말 정도에 일주일 간 상담을 원하는 학부모들의 신청을 받아 일정을 조율하여 학부모와 만나거나 전화 통화를 한다. 하루에 많으면 5~6명 상담을 하기도 한다. 상담주간이 되면 교사는 지치고 힘들다. 이 행사가 다행히 요즘은 축소되거나 자율적으로 변하는 추세이다. 학부모상담주간 행사에 대한 학부모와 교사의 입장 차이를 적어보려 한다.


  먼저 학부모의 입장이다. 학부모상담주간이니 상담을 원하시는 분은 신청하라는 안내가 뜬다. 3월에 우리에 담임선생님이 누구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우리 애만 신청을 안 하는 건 아닌가 하는 마음에 신청을 한다. 학부모 마음에, '내가 상담 신청을 안 하면 우리 애를 소홀히 대하지는 않을까' 하는 염려로 상담을 신청한다. 여건이 되면 대면상담, 학교 방문이 힘들면 전화상담을 신청한다. 그리고 해당 날짜, 시간이 되면 담임과 이야기를 한다.


  방문상담을 신청한 학부모는 담임선생님을 뵐 것이기에 옷을 차려입는다. 김영란법이 생기기 이전에는 간단한 음료나 쿠키 같은 것을 사서 교실을 방문하기도 하였다. 김영란법이 생긴 이후로는 일체 담임에게 정성을 표시할 수 없다. 교실 앞에 가니 먼저 온 학부모가 상담 중이다. 복도에 서서 잠시 기다린다. 담임과 무슨 대화를 할까 예상 시나리오를 머릿속에 그려본다. 시간이 되어 앞 시간 학부모가 나온다. 교실에 들어가서 담임과 어색한 인사를 한 후, 자리에 앉아 자녀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우리 아이의 올해 담임선생님 얼굴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아이의 학교생활, 교우관계, 성적 등 궁금한 것을 물어본다. 담임 또한 가정에서 학생의 생활모습, 담임이 알아야 할 특이사항 등을 학부모에게 물어본다. 아이는 학교에서 잘 생활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담임의 말에 안도의 한숨을 쉬고 교실을 빠져나온다. 우리 아이의 학교생활에 대하여 담임의 입을 통해 듣게 되니 마음이 놓인다.


  전화상담을 하는 학부모는 두 가지 경우가 있다. 담임과의 약속시간을 잘 기억해서 담임의 전화를 기다리는 사람, 다른 경우는 그것을 까먹고 자신의 할 일을 하다가 담임의 연락을 받는 사람. 담임과 어색한 통화를 한다. 잠시 서로의 안부를 물어본 후, 아이에 대하여 이야기를 한다. 담임의 눈으로 바라본 아이의 학교생활, 교우관계, 공부습관 등을 듣는다. 10분 정도 통화한 후, 담임이 마지막으로 한 마디 한다.

  "000 어머니, 제가 따로 연락드리지 않으면 000이 학교에서 잘 생활하고 있다고 생각하시고, 걱정하지 마십시오."

  담임과의 통화를 마치니 마음이 놓인다. 우리 아이가 학교에서 잘 지내고 있구나!


  사실 담임 입장에서는 학부모상담 시 자녀에 대하여 말할 때 조심스럽다. 담임이 말하는 것이 그 학부모에게는 아주 큰 의미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담임은 진짜 문제시되는 행동이나 고쳐야 할 점이 아니라면, 굳이 해당 학생의 단점을 말하지 않는다. 사람마다 다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고, 그 학생의 단점보다는 장점을 부각하여 학부모에게 말해주는 것이 서로 좋기 때문이다.


출처: 블로그, 기약 없는 여정

  그리고 신기한 것은 반에서 참 괜찮고 상담을 할 필요가 전혀 없는 학생의 학부모들이 상담을 신청한다. 그러니 당연히 학생에 대하여 좋은 말을 해주게 되는 것이다. 반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상담이 필요한 학생의 학부모는 아이러니하게도 상담주간에 상담을 신청하지 않는다. '상담을 신청하면 이것은 꼭 말해주어야지!'라고 마음먹었으나, 상담을 신청 안 하니 말해줄 수가 없다. 그래서 상담주간이 아니어도, 꼭 필요하다면 담임은 수시로 상담을 한다. 문제 학생의 행동이 고쳐지기를 바라면서 학부모에게 조심스레 말을 하지만, 열에 아홉은 성과가 전혀 없다.


  담임 입장에서 학부모상담주간은 상당히 피곤하고 힘든 일주일이다. 아이들과 씨름하며 수업을 마치고 난 후, 학부모와 상담하면서 계속 이야기를 한다. 하루 종일 말을 하다 보니 나중에는 입에서 단내가 난다. 퇴근해서 집에 가면 쓰러져 잠들고 싶으나 저녁을 차린다. 상담주간은 정말 일주일이 길다. 하루하루가 참 더디게 간다. 상담주간에 상담이 많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상담 신청을 한 사람에게 하지 말라고 말할 수는 없으니. 평소에도 수시로 상담은 가능하니, 굳이 상담주간에 신청 안 하셔도 된다고 안내할 뿐이다.


  3월 중순 즈음, 학부모총회 및 교육과정 설명회를 하면서 학부모가 학교를 오는 행사가 있다. 이때 교실을 방문한 학부모가 있으면 잠시 자녀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고, 다음 주에 있을 학부모상담을 지금 한 것으로 하자고 하기도 한다. 그렇게 한 타임이라도 줄이면 나중에 좀 수월하기에. 담임은 한 명이고, 상담을 신청한 학부모가 20명이라고 하면, 하루에 평균 4~5명과 이야기를 해야 한다. 방문 상담을 한 사람 중에는 이야기가 길어져서 한 시간 동안 상담을 하고 가기도 한다. 뒷 타임 학부모가 없음을 확인한 학부모는 그렇게 담임과 오랜 시간 이야기를 하고 간다. 그래서 담임은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저기, 어머니. 다음 학부모님이 올 시간이 되어서요. 죄송하지만 일어나셔야 합니다."


  교직생활을 하면서 많은 아이들을 만나 보았다. 그중 별난 아이들이 있다. 친구를 때리거나, 학급 규칙을 지키지 않고 질서를 어지럽히는 아이들은 담임이 계속적으로 지도를 한다. 그러면서 도가 지나치거나 학부모에게 알릴 부분이 있으면 학부모에게 연락하여 자녀에 대하여 상담을 한다. 그렇게 연락을 드리는 경우는 담임 선에서 통제 불가능할 때이다. 그런데 문제를 일으키는 학생의 학부모 중에는 상식적이지 않은 사람이 많다. 아마도 그 문제아는 가정에서 학부모로부터 그 문제 행동을 배운 것이 아닐까. 담임 입장에서는 정말 답답할 노릇이다.


출처: 웹, dict.wordrow.kr

  대부분 학교에서 잘 지내고, 규칙을 잘 지키는 아이들은 담임이 입을 댈 부분이 없다. 그 아이들은 가정교육을 잘 받았고, 부모 또한 괜찮은 사람이다. 그 학부모들은 담임과 굳이 상담을 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상담주간에 상담신청을 하지 않으면 담임 입장에서는 '땡큐'이다. 자녀가 학교생활을 하는 와중에, 친구 문제, 학업 문제 등 담임이 학부모에게 알려야 할 사항이 있으면 언제든지 학부모에게 연락을 취하고 상담을 한다. 담임의 연락이 없으면 '우리 아이가 학교에서 잘 생활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하면 된다.


  상담주간 행사가 점점 학교 자율적으로 변하고 있다니 다행이다. 학부모는 자녀의 담임을 믿고, 아이를 학교에 보내면 된다. 학부모가 담임을 대하는 마음은 아이에게 바로 전달된다. 학부모가 필요하거나 담임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상담을 하면 된다. 상담주간이라고 정해 놓고 상담을 하지 않아도 무방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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