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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니홉 Jul 17. 2024

'나를 따르라!'를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수학여행 시 담임과 안전요원은 하늘과 땅 차이, 담임은 참 힘들다.

  수학여행은 6학년에서 큰 행사 중 하나이다. 초등학교 최고 학년이 된 아이들이 먼 곳까지 이동하여 각종 체험활동을 하고, 외박을 한다는 것은 아이들에게는 최고로 즐거운 일이다. 코로나 때 잠시 주춤하였지만, 지금은 서서히 예전처럼 1박 2일, 2박 3일로 수학여행이 추진되고 있다.


  그 행사를 준비하는 6학년 부장과 담당자는 참으로 피곤한 일이다. 원활한 행사 진행을 위하여 사전답사도 다녀오고, 출발 전 이것저것 챙길 것이 많고, 행사 중에도 여러 가지 변수가 생긴다. 행사를 다녀와서도 정산 및 결과보고 등 해야 할 일이 천지이다. 수학여행을 6학년 부장으로도, 6학년 담임으로도, 안전요원으로도 다녀와보니 심적 부담감과 중압감이 너무나도 다르다. 6학년 부장일 때는 소화불량에, 불면증에 시달렸다. 안전요원으로 가니 너무나도 마음이 편하다.


  체육전담교사라 '안전요원'의 자격으로 수학여행에 따라왔다. 담임이 아니면서 수학여행에 함께 가는 것은 참 행복하다. 내가 책임질 아이들이 없는 가운데, 일정을 도와주며 지원해 주는 역할을 할 뿐이다. 놀이동산에 가서도 아이들의 연락을 받을 일이 없고, 행사를 다 마치고 나서도 아이들을 모아서 인원 점검을 하지 않아도 된다. 행사 진행에 있어서 서포트를 하는 역할이라 큰 부담이 없다.


  담임은 참 할 일이 많다. 아이들의 앞에 서서 소대장처럼 '나를 따르라!'를 마음속으로 외치며 목적지를 향해 걸어간다. 학생들을 풀어놓고 다시 모이면 인원을 점검한다. 또 이동한다. 버스에 탑승하면 안전벨트를 확인한다. 계속적으로 잔소리를 하며 아이들을 환기시킨다. 만의 하나 사고라도 나면 오롯이 모두 담임 책임이다. 수학여행 기간 동안 신경을 곤두세우고 하루하루를 보낸다. 행사를 마치고 학교에 복귀한 후, 집에 가면 녹초가 되어 쓰러진다.


출처: 웹, 국방일보

  '견장의 무게'. 소대장 시절, 견장의 무게에 대하여 생각한 적이 있다. '견장'이라 함은 군대에서 자신의 병력이 있음을 나타내는 '초록색 띠'인데, 어깨에 붙인다. 그 작은 천 조각을 어깨에 다는 순간, 그 무게감은 엄청나다. 내가 맡는 소대원들의 책임을 지는 것이다. 사고가 나도, 사람이 죽어도, 모두 견장을 단 사람이 책임을 진다. 소대장, 중대장, 대대장, 연대장 등 장교급 간부가 보통 견장을 단다. 군생활 시절, 병사가 사망하는 사고가 두 번 있었다. 다행히 나의 소대원은 아니었지만.


  담임도 마찬가지로 항상 '견장'을 차고 다닌다. 반 아이들을 관리하며, 반에서 무슨 일이 생기면 다 책임진다. 학생 상담, 학부모 상담을 주기적으로 실시한다. 반에서 불미스러운 사건들(폭행, 도난, 왕따 등)이 발생하면 해결해야 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 학부모의 민원 전화, 상담 전화를 계속 응대해야 한다. 반에서 사건이 동시 다발적으로 일어나면 학부모와의 통화가 하루에도 수십 건이다. 학부모는 여러 명이고, 담임은 한 명이니 학부모는 한 번 통화하지만, 담임은 수차례 통화한다.


  올해는 전담교사라 그 '견장'이 나의 어깨에 없다. 내가 관리해야 하는 병력, 즉 아이들이 없다. 한편으로는 약간 서운하지만, 서운함보다는 시원함이 더 큰 것 같다. 마음이 너무나도 편하다. 수업시간에 수업만 하면 된다. 일과 속에서 아이들의 싸움을 중재할 일도 없고, 상담을 할 일도 없다. 학부모의 전화를 받을 일도 거의 없다. 담임수당을 받지 않아 약간 월급이 적게 나온다. 월급을 적게 받고, 스트레스 안 받고 사는 것이 훨씬 나의 몸과 마음 건강에 좋은 것 같다. 가정 경제는 조금 힘들지만.


  한국민속촌에 오니 여러 단체들이 보인다. 어린이집 아이들, 소풍 나온 초등학생, 중고등학생  등 모든 단체에는 책임을 지는 누군가가 함께 한다. 그들은 자신이 데리고 나온 인원들의 안전과 안녕을 항시 살핀다. 단체 사진도 촬영한다. 무리를 인솔하여 버스를 타고 내린다. 버스 안에서는 학급 앱에 사진을 올린다. 학부모에게 언제 도착 예정인지 단체 문자로 알려준다. 교실에 있을 때보다 참 많이 힘들다. 혹시나 사고가 날까 항상 신경을 곤두 세운다.


  여러 단체의 인솔자를 한 발 멀리서 바라보니, 학생 무리의 앞에서 걷던 내가 보인다. 나를 따라 졸졸 따라오던 나의 반 아이들이 보인다. 어미닭을 따라 삐약삐약 따라오는 병아리 같은 아이들이 귀엽고, 앞에 서 있는 내 자신이 뿌듯하다. 아니 뿌듯했었다. 초등학생들에게는 담임이 최고다. 사실 가정에서는 부모가 보호자이고, 학교에서는 담임이 보호자이다.


출처: 블로그, 꼬꼬야

  오늘 불현듯 생각이 든다. 과연 내가 언제까지 아이들 앞에서 걸을 수 있을까? 내 나이가 50이 되고, 60이 되어도 아이들 앞에서 당당하게 즐겁게 걸을 수 있을까? 이제는 걸어가는 담임을 구경하며 내가 앞에서 안 걷고 싶다는 마음도 든다. 전담교사를 계속적으로 하며 담임과 함께 걷는 아이들을 한 발 멀리서 지켜보는 것이 더 좋다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인솔 시, 책임자가 제일 앞에서 가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해 본다. 군인들은 성인이라 소대장이 제일 앞장서 가면 뒤에 따라 걸어가면 된다. 초등학생들은 대열을 맞춰 걷는 것이 어렵다. 걸어가다가 장난도 친다. 그러한 상황에서 담임이 뒤에 눈이 달린 것도 아니고, 아이들을 잘 통제하여 이동하는 것이 상당히 애가 쓰인다. 부담임이 있어서 제일 뒤에서 따라와 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항상 걸을 때마다 했었다.


  현장체험학습, 수학여행 등 행사를 하면 아이들은 즐거우나, 담임은 심적 부담감이 엄청나다. 행사를 잘 다녀오면 본전이고, 만의 하나 사고라도 나면 모든 책임을 다져야 한다.

  그 중압감 속에 아이들의 웃는 모습 하나 보고 오늘도 버스를 타기 위해 줄을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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