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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니홉 Oct 11. 2024

회초리 없이, 꾸짖음 없이

말썽 부리는 아이들을 지도하는 노하우가 필요하다.

  좁은 교실에 아이들이 모여서 생활한다. 함께 공부도 하고, 놀기도 한다. 아이들은 교사의 안내와 지시를 잘 따르기도 하고, 교사가 아무리 다그치고 소리쳐도 귓등으로 듣고 자기 할 일을 하기도 한다. 학기 초에는 아이들을 통제하기 수월하나 학기말로 갈수록 'out of control'로 점점 변해간다. 교사는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 갖은 방법을 동원한다. 예전에는 무력이 통했다. 회초리와 험한 말로 아이들의 각을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림도 없는 소리다.


  '사랑의 매'라는 말을 요즘 아이들은 알까? 옛날 서당에서 훈장님이 회초리를 들고 아이들 종아리를 때려가며 공부를 가르쳤다. 필자가 초임교사 시절에는 어느 정도 처벌이 허용되었었다. 반 아이들 중 정말 골치 아프게 말 안 듣는 학생을 희생양으로 만들어 때리면 다른 학생들을 통제하기 수월하였다. 주로 사용하였던 회초리는, 아니 막대기는 '단소', '드럼 스틱'이었다. 우리나라 국악기인 단소가 곧은 대나무로 만들어졌다는 이유로 '매'로 둔갑하는 순간이다. 지금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지만 약 20년 전에는 그렇게 아이들을 때리면서 지도하였다.


출처: 네이버스마트스토어

  초임 때, 그리고 젊은 교사시절을 떠올려보면 정말 아이들에게 야단을 많이 쳤던 것 같다. 젊고 경력 없는 선생님을 대함에, 아이들은 난리를 부렸다. 수업시간에도 떠들고 질서가 없는 혼돈 속에서 신규 교사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매질과 야단이었다. 아이들에게 소리 높여 조용히 해라고 말을 하면, 잠시 조용하고 또 엄청 떠들었다. 열정만 가득했지, 아이들을 다루는 기술이 없었기에 강압적인 태도로 아이들을 꽉 잡는 것 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


  결혼을 하고 난 후, 급속도로 체중이 불어났다. 결혼 전보다 10kg이 늘어난 몸으로 아이들에게 샤우팅을 하는데, 갑자기 시야가 좁아지면서 눈앞이 깜깜해진다. 뒷목이 땅겨오면서 머리가 띵해진다. 급 몸이 안 좋아짐을, 급 늙어 버림을 느낀다. 이러다가 내 건강을 해칠까 염려된다. 그 후로는 아이들에게 큰 소리로 야단을 치지 못하게 된다. 내 건강을 지키는 것이 우선이기에, 아이들을 지도함에 다른 방법을 찾게 되었다. 그리고 어느 정도 경력이 쌓여 아이들을 다루는 기술도 좀 늘었다.


  수업이 시작했는데도 계속 떠들고 분위기가 안 잡히면 '머리 손, 눈 감아!'라고 말한다. 눈을 감으면 입도 자연스럽게 닫힌다. 하지만 이 동작이 비인간적이라는 말이 있어서 좀 변형을 했다.

  "눈 감고 엎드려. 엎드려서 5분 자고 나서 수업하자. 너무 붕 떠서 도저히 수업을 시작할 수가 없구나."

  그러면 꼭 떠들고 장난치는 애들은 눈도 제대로 안 감는다.

  "봐라, 봐라. 떠들던 애들은 지금도 눈 안 감고 떠들고 논다. 친구들한테 미안하지도 않나."

  그러면서 약간의 시간을 보낸 후, 눈을 뜨고 수업을 진행한다. 수업 시간 5분이 날아간 것이 아깝지만, 교사가 열을 내면서 조용히 시키는 것보다 이것이 훨 효과적이다.


  체육수업을 할 때도 유용하다. 줄을 서고 체조를 하고 수업을 시작하려는데, 아이들이 삼삼오오 계속 떠들고 있다. 예전 같았으면 '조용히 해!' 하며 화난 목소리를 내었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자, 다들 눈을 감으세요. 지금 분위기가 너무 안 잡혀서 수업을 시작할 수가 없네요. 명상을 5분간 하고 수업을 시작하겠습니다."

  그럼 애들이 앉은 채로 눈을 감는다. 그 와중에도 계속 떠드는 애들이 있다.

  "지금 누구 때문에 눈감고 있는데, 그 친구는 아직도 눈을 안 감네요. 그 친구가 눈을 감고 나서부터 5분 명상할게요."

  그러면서 스마트폰으로 유튜브에 명상음악을 찾아 틀고 아이들 주변을 왔다 갔다 한다.

  "이제 진정이 되었나요? 이제 수업 시작합시다."

  체육 수업 5분이 날아갔지만, 나는 화를 안 내서 좋고 아이들은 차분해져서 좋다. 다음부터는 감히 안 떠든다. 아까운 체육시간을 명상을 하며 보낼 수는 없다 싶은지.


  아이들 중에는 친구를 놀린다고 가운데 손가락을 올리고 입에 담지 못할 욕을 하는 애들이 있다. 예전에는 그런 모습을 보면 야단을 치고, 다시는 하지 말라면서 경고를 했다. 야단을 치고 경고를 하는 것도 사실 나의 건강에는 좋지 않다. 상대방에게 강한 어투로 말하는 것은 상당한 에너지가 소모된다. 부정적인 기운을 그 아이와 내가 주고받는 느낌이다. 그래서 살짝 바꾸었다. 욕을 하는 그 학생을 나쁜 아이로 생각할까 봐 염려된다면서 진심으로 걱정하는 연기를 한다.


  가운데 손가락을 올리는 아이가 보이면 그 아이를 불러 말한다.

  "우리 000아. 그거 정말 나쁜 욕이라는 것 혹시 알고 있니?"

  정말 모르는 애들도 있고, 알면서 하는 애들도 있다.

  "그래. 그건 영어권에서 정말 나쁜 욕이란다. 우리 000을 다른 친구들이 정말 나쁜 아이로 여길까 봐 선생님이 걱정이 되어서 말해주는 거란다."

  "우리 000, 정말 괜찮은 사람인데 손가락 욕 때문에 친구들이 나쁘게 여기면 너무 마음이 안 좋을 것 같다."

  지도하는 내 마음도 괜찮고, 그 학생에게도 더 이상 가운데 손가락을 안 올리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중간놀이 시간에, 공 차는 것을 너무나도 좋아하는 남자 애들이 급한 마음에 실내화를 신고 나가서 공을 차고 놀았다. 정의로운 누군가가 그 모습을 보고 나에게 신고를 한다. 그럼 나는 또 액션을 취해야 한다. 그때도 진심으로 걱정이 된다는 듯한 태도로 말해준다.

  "야! 실내화 신고 밖에 나가서 공 차면 안 되는 거 모르나? 어! 알면 실천을 해야 할 것 아니가!"

  이렇게 말하지 않고. 약간은 엄숙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신고를 한 학생은 실내화를 신고 나간 아이들이 야단맞기를 내심 바라고 있다.


  그 분위기 속에서 나는 차분하게 말한다.

  "우리 000이 실내화 신고 밖에 나가서 공 찼나? 사실이가?"

  "예. 저랑 000, 000도 실내화 신고 나갔어요"

  "그래? 너희 세 명 참 괜찮은 아이들인데, 이번 일로 나쁜 이미지가 만들어질까 봐, 선생님 마음이 참 안타깝단다."

  "반 친구들이, '000은 실내화 신고 밖에 나가 공 찬대.'라는 말을 하는 것을 들으면 선생님 기분이 정말 나쁠 것 같다."

  "000, 000, 000 진짜 친구들이랑 잘 지내고 괜찮은 사람인데. 실내화 때문에 그런 취급을 받아서야 되겠나!"

  이런 식으로 말을 하면 다음부터는 실내화를 신고 나가지 않는다. 야단을 치는 것보다, 너는 참 괜찮은 아이인데, 나쁘게 여겨질까 염려된다는 식으로 말하면 행동이 바뀐다. 물론 화를 내지 않아 내 마음도, 내 건강도 챙길 수 있다.


출처: 네이버카페, 보홀트래블

  요즘은 체벌도 안되고, 강한 어투로 야단치는 것도 안 된다. 아이들에게 최대한 인격적으로 대해야 한다. 내 속이 문들어지는 한이 있어도. 그래서 교사들은 자신만의 노하우를 점점 개발한다. 어떤 선생님은 말썽 부리는 아이를 쉬는 시간에 상담한다. 쉬는 시간 10분 동안 아이를 불러 이야기를 한다. 아이는 선생님이 부르니 어쩔 수 없이 선생님 옆에 앉아 있다. 이야기가 끝나면 쉬는 시간도 끝난다. 이것을 몇 번 반복하면 그 문제 아이도, 다른 아이도 행동을 조심한다. 쉬는 시간을 선생님과 상담하면서 보낼 수는 없기에. 그런데 이 방법은 교사가 좀 힘들다. 쉬는 시간에 쉬지도 못하고 계속 애와 상담 후, 바로 또 수업을 시작하는 것은 정말 힘들기는 힘들다.


  나는 잘못한 학생에게 사실확인서를 쓰게 한다. 자신이 한 말과 행동을 자세히 적기, 왜 그렇게 했는지, 앞으로는 어떻게 할지 등 양식을 하나 만들어서 해당 학생에게 준다. 그럼 그 학생은 그 종이를 적는 동안 자신이 한 일을 생각하고, 앞으로 어떻게 할지 방향을 잡는다. 나는 그 사실확인서를 받아 보고는 다시 써오라고 하기도 하고, 이러한 결심을 했으니 잘 지키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한다. 사실확인서를 적는 동안 쉬지 못하니, 이 종이를 받지 않기 위해 아이들은 조심한다. 이 방법은 저학년보다는 고학년에게 효과적이다.


  아이들을 지도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각 가정에서 너무나도 귀하게 자란 자녀들이라, 함부로 대할 수 없다. 교사는 최대한 매너 있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지도를 해야 한다. 때리지 않고, 야단치지 않고, 교사의 건강을 해치지 않는 다양한 지도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어떤 더 좋은 방법이 있을는지. 이 글을 읽는 분 중 선생님이 계신다면, 자신만의 괜찮은 방법을 저에게도 좀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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