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후니홉 Aug 16. 2024

아이들 사진을 많이 올리는 담임이 좋나요?

학급 홈페이지에 아이들 사진을 올리는 것도 조심스러운 세상이랍니다.

  학급 담임을 맡으면 아이들의 사진을 찍어서 학급 홈페이지나 앱에 올리는 일을 한다. 예전에는 디지털카메라로 찍어 컴퓨터로 옮겨서 다시 올리는 번거로운 작업이었지만,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찍어서 바로 올릴 수 있다. 참 편리하고도 수월한 세상이다. 그와 동시에 사진이나 개인정보가 참으로 중요한 세상이다. 사진에는 당연히 아이들의 얼굴이 나올 수밖에 없고, 그 사진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고민이 되어 글을 적어본다.


  나는 담임을 맡으면 아이들 사진을 많이 찍어서 올리는 편이다. 수업을 하면서 사진을 찍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수업의 흐름 속에서 어느 순간에 사진을 찍을지 타이밍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는 어느 정도 경력 교사가 되니, 수업 중 사진을 찍을 여유가 생긴다. 아이들에게 공부할 내용을 안내하고, 아이들은 열심히 활동한다. 그 공백의 시간 동안 아이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잘 모르는 아이들에게 한 마디씩 도움을 주면서 사진을 막 찍는다.


  정말 말 그대로 사진을 막 찍는다. 정선된 자세의 표정과 모습이 아닌, 공부시간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신속하게 여러 장 찍는다. 개인이 작품을 완성하는 모습, 모둠별로 토의하는 모습, 앞에 나와서 발표하는 모습, 친구들과 함께 협동작품을 구성하는 모습 등 교실에서 아이들의 모습이 사진 속에 담겨있다.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수십 장 되는 사진을 간단한 설명과 함께 학급 앱에 올린다. 하루에 한 번 정도 그렇게 올리면 학부모들은 교실에서의 자녀 모습을 사진으로나마 볼 수 있다.


  고학년 담임을 하면서 그렇게 사진을 많이 올리면 학부모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자녀가 고학년이 되면서 조금은 신경을 덜 쓰게 된다. 자녀가 학교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지만, 집에 와서 말을 하지 않으면 모른다. 하지만 학급 앱에서 그날 올린 사진을 보면서 자녀가 학교에서 무슨 공부를 했는지 조금이나마 알 수 있고, 교실에서 아이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다. 한 학부모는 나에게 '어린이집보다 더 사진도 많이 올려주시고, 자세하게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말도 들은 적이 있다.


  담임을 하면서 나의 교육철학은 '아이를 교육함에 있어서 절대로 나 혼자서는 불가능하기에 가정과 함께 해야 한다.'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부모와의 소통이 중요하다. 소통의 한 방편으로 내가 선택한 방법은 아이들의 학교 모습을 학부모에게 보여주는 것이었다. 학부모들에게 '당신의 자녀가 학교에서 이런 활동을 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집에 자녀가 오면 이런 내용으로 대화를 해보세요.' 하며 소스를 제공해 주는 것이다.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담임의 수고를 알아주고 고마움을 표시한다.


출처: 포토뉴스, joongboo.com

  그런데 모든 일에는 동전의 양면처럼 장단이 있는 것 같다. 학부모들은 내가 올린 사진을 볼 때 전체적인 사진을 다 보지 않고, 자신의 자녀만을 찾아서 보게 된다. 그 사진 속 자녀의 얼굴 표정이 '지못미'거나 사진이 잘려 있으면 마음이 별로 안 좋을 것이다. 다행히 나에게 그것과 관련하여 민원을 넣은 학부모는 아직 없었다. 하지만 주변에서 종종 학급 사진 관련 민원이 들린다.


  어느 한 학부모가 담임에게 학급 사진에 나온 자신의 자녀 모습에 대하여 말한다.

  "선생님, 우리 아이 사진이 너무 못생기게 나왔어요."

  "선생님, 우리 아이 얼굴이 잘려서 찍혔어요."

  고학년보다는 저학년 학부모들이 좀 더 사진에 대해 민감한 경향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고저를 떠나서 자신의 아이를 너무나도 사랑하기에 그런 모습을 차마 볼 수 없는 학부모가 있다.


  그런 말을 들은 담임은, 달팽이의 눈을 손으로 살짝 만지면 쏙 들어가는 것처럼 움츠려들 수밖에 없다. 대다수의 학부모가 긍정적이고 불만이 없지만, 한두 명의 학부모가 그런 식으로 나와도 더 이상 사진을 올릴 수가 없다. 담임 입장에서는 괜히 사진 올려서 민원이 들어오고, 욕을 들어 먹는 것보다 차라리 사진을 안 올리는 쪽을 택한다. 사실 사진을 안 올리는 것이 신경도 안 쓰이고 편한 건 맞다.


  개인정보 및 인터넷 사용 매너가 참 중요한 시대이다. 학급 앱에 사진을 올리면서 나는 '여기에 올려진 사진은 그냥 보는 용도, 정말 소장하고 싶으면 다운로드하여 개인만 갖고 있기'를 강조한다. 학교에서 정보통신윤리교육, 도덕시간에 네티켓 등을 학생들은 교육받는다. 그것이 잘 지켜지면 담임이 사진을 올리고, 학생과 학부모들이 사진을 보는 것이 잘 유지된다.


  하지만 연못을 흐리는 미꾸라지 한 마리가 있으면 그날로 사진 올리기는 미궁으로 빠진다. 장난으로 우습게 나온 친구의 사진을 캡처하여 확대하고 낙서하여 친구들과 공유하는 애들이 있다. 심지어 그러한 사진을 카톡 프로필이나 인스타에 올리는 애들도 있다. 그러한 사건이 발생하면 난리가 난다. 가장 작게는 담임의 훈계로 끝나고, 크게 일이 번지면 학교폭력으로 신고되어 재판까지 가게 된다.


출처: 블로그, 특수 교사 일상 Blog

  그러한 일을 겪으면 담임 입장에서는 학급 앱에 사진을 올릴 마음이 완전히 사라진다. 올린 사진을 가지고 장난을 친 학생에 대한 정이 뚝 떨어진다. 그러면서 담임은 생각한다.

  '괜히 내가 사진을 올려서 이런 사건이 벌어졌네. 이제 사진을 안 올려야겠다.'


  학급 담임을 하면서 학급 앱에 아이들 사진을 많이 올리는 사람도 있고, 적게 올리는 사람도 있고, 아예 안 올리는 사람도 있다. 아마 앞에서 언급한 학부모의 민원이나 사건을 겪은 사람은 사진을 안 올릴 것이다. 다행히 나는 지금까지 담임을 하면서 사진 관련 민원이나 사건은 없었다. 하지만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에, 참 조심스럽다.


  올해 6학년 체육전담을 하면서 학생들이 체육활동 하는 모습을 찍어서 담임에게 카톡으로 보내주기도 했다. 예전 담임 때 하던 습관이 남아 나도 모르게 스마트폰을 꺼내어 사진을 찍고 있다. 6학년은 졸업앨범이나 졸업영상을 만들 때 사진이 많으면 좋다. 나의 소속이 6학년이라, 약간의 서비스 차원에서 사진을 찍어 보내준 것도 있다. 담임들은 고마워하기도 하고, 약간은 부담스러워하기도 하는 것 같았다. 사실 전담교사가 애들 수업 사진을 담임에게 보내는 교사는 없다.


  내년에, 혹은 앞으로 내가 담임을 맡으면 기존처럼 사진을 많이 찍어서 학급 앱에 올리는 담임으로 지낼까? 아님 사진 올리는 것이 조심스러운 담임으로 지낼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