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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체험학습, 가정에서 많이 하니 굳이...

학교행사 중 하나인 현장체험학습을 계속해야 할까?

by 후니홉 Sep 29.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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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규교사 시절, 현장체험학습 때 버스 안에서의 일이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뒤에서 누군가의 다급한 외침이 들려온다.

  "선생님, 000이 토했어요!"

  그쪽으로 가보니, 000이 뱉은 토사물이 버스 복도를 따라 주르륵 흐르고 있고, 주변 아이들은 최대한 멀리 떨어져서 코를 막고 있다. 토를 한 000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 역겨운 토냄새가 진동을 하지만 그것에 대해 나는 언짢음을 표현할 상황이 아니다.


  우선 000의 입과 옷 등에 묻은 토사물을 물티슈와 휴지로 닦아준다. 애가 많이 당황해하는 눈치이다. 아이를 진정시키고 주변을 정리한다. 버스 복도를 따라 출렁이며 흐르는 토사물을 휴지뭉치로 스윽 닦아 봉지에 담기를 반복한다. 이동하는 차 안에서 토사물은 살아있는 액체괴물처럼 이리 꿈틀 저리 틀 거린다. 몇 번의 휴지뭉치 작업을 하고 나니, 어느 정도 액체 괴물이 사라진다. 그곳을 물티슈로 최대한 닦을 수 있는 만큼 닦아낸다. 내가 그 작업을 하는 동안 주변 아이들의 찡그린 표정과 코를 막은 모습은 변함없이 계속되었을 것이다. 청소를 마친 후 환기를 시키며 버스는 달린다. 운전기사의 표정이 썩어있다.


  그러한 사건을 겪고 난 후, 나는 현장체험학습이나 수학여행 등의 버스 탈 일이 생기면 항상 아이들에게 안내한다.

  "토할 것 같으면, 뱉기 전에 말해라. 뱉고 나서 이야기하지 말고!"

  "혹시 옆에 애가 토할 것 같은 모습이 보이더라도, 뱉기 전에 선생님을 꼭 불러라. 그러면 봉다리 귀에 걸러줄게!"

  달리는 버스 안에서 토사물을 치우는 일은 정말 끔찍하다. 차라리 토하기 전에 검은 봉지를 귀에 걸어주어 봉지 안에 토하면 다행이다.


출처: 포토뉴스, news.naver.com출처: 포토뉴스, news.naver.com

  현장체험학습을 가면 교사는 평소보다 더 신경 쓸 것이 많고, 신경이 날카로워진다. 만의 하나 사고가 나거나 누군가가 다치기라도 하면 모두 교사의 책임이기 때문에. 그래도 예전에는 현장체험학습을 다녀오면 뿌듯함과 보람을 많이 느꼈던 것 같다. 학부모들도 담임에게 수고했다는 문자와 감사의 표현을 많이 해주었고, 아이들도 그날 하루 즐거워하며 행복해했기에.


  요즘은 분위기가 많이 달라짐을 느낀다. 아이들이 하루 학교를 떠나 새로운 곳에서 체험활동을 하며 놀고 오는 것을 좋아하는 것은 그대로이다. 하지만 학부모들의 반응과 민원이 예전과 사뭇 다름을 느낀다. 예전 학부모들은 먹고살기 바빠서 자신들이 데리고 다니지 못하는데, 학교에서 데리고 가줌에 고마움을 가졌던 것 같다. 요즘 학부모들은 이미 각 가정에서 이곳저곳을 많이 다니며 충분한 체험을 자녀들에게 제공을 하고 있다. 학교에서 하는 체험활동에 대해서는 고마움보다는, 부족함과 아쉬움이 드는 모양이다.


  학교에서 현장체험학습 장소를 선정하고 행사를 계획하고 추진함에 있어서 교사들의 수고스러움이 참 크다. 사전답사를 다녀오고, 버스비, 입장료, 체험비, 점심값 등 지출 비용을 다 산정하고 지출한다. 행사를 다녀와서는 정산하여 보고한다. 체험학습 장소에 점심 식당 섭외가 어려우면 도시락을 싸도록 안내한다. 그러면 어떤 학부모가 말을 한다.

  "다른 학년은 점심 사 먹던데, 우리 애 학년은 도시락을 싸 오라고 하네요."

  자기 아이가 먹을 도시락인데, 그 정도의 수고는 당연히 감수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가정에서 캠핑을 가거나 도시락을 싸서 놀러 가는 경우도 있을 텐데. 어떤 학부모는 이런 말을 한다.

  "메뉴 중에 몸에 안 좋은 돈가스가 뭐래요? 애들 좀 좋은 것 먹이지."

  교사들이 그곳 식당에서 제일 괜찮다 싶은 메뉴를 선택한 것이 그 메뉴이건만. 가정에서 놀러 가도 그곳에서 돈가스를 먹을 수도 있을 텐데.


출처: 블로그, 케토톱 토비가족의 생활통증 캐내기출처: 블로그, 케토톱 토비가족의 생활통증 캐내기

  고학년 아이들을 데리고 아이스링크장에 체험학습을 가기도 한다. 아이들 중에는 스케이트를 처음 타보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곳 강사의 지도를 받으면, 1시간 정도 벽을 잡고 다니다가 어느 정도 스케이트를 타고 활주 하기도 한다. 아이들 중에는 넘어져서 엉덩방아를 찧기도 하고, 손바닥, 무릎이 아프다는 아이도 생긴다. 그렇게 처음 스케이트를 탈 때는 넘어지면서 배우는 것이 당연하다. 스케이트나 스키를 처음 타면 안 쓰는 근육을 쓰고, 많이 넘어지다 보니 그날 저녁에 온 만신이 다 아픈 게 당연하다. 그런데 그러한 사항으로 민원을 넣는 학부모가 있다.

  "왜 아이들을 스케이트장에 데려가서 골병이 들게 만드세요? 아이들 다치면 학교에서 책임질 거예요?"

  가정에서 스케이트를 배우러 갔다면, 애가 엉덩방아를 찧고 몸이 아프다면 그런 민원을 넣을까?


  수학여행 중 학생이 복통이 심해 버스 안에서 실수를 한 적이 있다. 그 당시 그 사건 이후 수학여행 준비물품 목록 중에 '기저귀'가 추가되어 챙기던 때가 있었다. 그런데 생각을 해보면 기저귀가 있어도 버스 안에서 그 학생에게 기저귀를 채울 수 있을까? 버스는 한창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다. 용변이 급한 학생의 얼굴은 점점 사색으로 변해간다. 조금이라도 괄약근에 힘을 빼면 설사가 주르륵 나올 것 같다. 그 아이에게 기저귀를 줄 테니 저기 뒤에 가서 친구들 몰래 기저귀를 차고 그곳에 설사를 하렴. 불가능에 가깝지 않을까? 기저귀를 챙겨간들 무용지물이지 않을까?


  이건 애당초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아이를 수학여행 보낸 학부모의 잘못이다. 아이가 아무리 수학여행을 가고 싶다고 해도 아침에 설사를 하고 복통이 있는 아이를 보내서는 안 된다. 수학여행은 단체로 이동하는 행사이기에 한 명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모든 사람이 피해를 본다. 그 학생이 아침부터 몸상태가 안 좋았다면 안 보내는 것이 맞고, 수학여행 중 복통이 생겨 급설사를 하는 경우가 생기면 정말 난처하다. 교사 입장에서는 어디 휴게소라도 빨리 세워서 그 학생을 화장실로 데려다 주려 애썼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안 좋은 일이 발생했고, 그 책임은 교사가 진다. 그리고 '기저귀'라는 준비물이 추가되었다.


  수학여행을 생각해 보면 이제는 안 가도 좋을 것 같다. 요즘은 다들 가족들끼리 좋은 곳에 많이 다닌다. 좋은 숙소에, 좋은 먹거리에 많이 다녀본 사람들이라 수학여행은 기대에 못 미친다. 학교에서 어렵게 구한 숙소도 기대에 못 미친다. 그 숙소에서 바퀴벌레라도 한 마리 나오면 난리가 난다. 수학여행 코스도 마음에 안 든다. '좀 더 재미있는 곳, 좀 더 유익한 곳으로 가지. 왜 저런 허접한 곳을 갈까?' 생각하는 학부모들이 많다. 식당도 그렇다. 단체식을 하기 위해 사전답사를 하며 어렵게 구한 식당 메뉴가 마음에 안 든다. '좀 더 좋은 음식을 먹이지. 왜 저런 메뉴를.'


  수학여행 간 조별 행동을 위해 조를 짠다. 숙소에서 잠을 자기 위해 방배정을 한다.

  "선생님, 왜 우리 애는 친한 애랑 같이 조를 안 만들어 주셨어요?"

  "선생님, 왜 우리 애만 친한 애랑 떨어져서 방배정이 되었나요?"

  친한 애들끼리 조를 짜면, 남은 애들은 어떻게 다니고 잠은 어떻게 자는가? 담임도 고심고심하여 조를 짠 것이다. 모든 학생의 입맛을 다 맞출 수는 없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이것은 놀러 가는 것이 아니라, 교육활동의 한 부분인 수업의 연장선이다. 친한 애들끼리 놀고 자려면 가정에서 데리고 갈 때 그렇게 하면 된다.


  수학여행을 다녀와서 설문조사를 해도 부정적인 반응이 많이 나온다. '숙소가 마음에 안 들었어요.', '밥이 부실했어요.', '일정이 별로였어요.' 참 힘 빠지는 일이다. 6학년 담임들은 그 행사를 위해서 몇 달 전부터 계획수립 및 사전답사, 안전교육 등 행사를 준비한다. 수학여행을 가면 출발해서 학교로 복귀하는 순간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아무 일 없이 잘 다녀오면 천만다행이고, 사소한 사건사고가 간간히 일어나면 처리해야 한다. 그리고 수학여행을 다녀오면 아이들이 붕 떠서 한동안 수업 분위기가 잡히지 않는다.


출처: 포토뉴스, wikitree.co.kr출처: 포토뉴스, wikitree.co.kr

  교사도 부담되고, 학생, 학부모도 만족도가 높지 않은 수학여행을 이제는 안 가도 좋을 것 같다. 고생하여 다녀와서 불평불만을 듣는 교사들도 힘 빠지고, 학생, 학부모는 기대에 못 미치는 숙소와 메뉴에 서운해하고. 괜히 용쓰고 욕먹는 이 행사를 안 하는 것이 서로에게 좋지 않을까? 그리고 수학여행 중 사고라고 발생하면 교사가 책임져야 할 요인들이 너무나도 많다.


  우리나라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각 가정은 높은 수준의 여행을 많이 다닌다. 국내여행, 나아가 해외여행까지. 학교에서 실시하는 체험학습은 학부모들의 기대에 못 미치고, 민원 발생의 소지가 많다. 그러한 부담을 안고 굳이 학교에서 현장체험학습을 할 필요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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