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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니홉 Nov 26. 2024

맨날 술이야, 정말 술이야!

유럽여행 내내 매일밤 술 한 잔 하고 잠이 들었다.

  유럽 여행을 떠나는 비행기 안에서부터 시작하여 돌아오는 비행기에서까지 거의 매일 술을 마셨던 것 같다. 교장선생님, 조부장님, 그리고 나, 세 명은 술 마시는 것을 좋아한다. 학교에 근무할 때도 수요일은 술 먹는 날로 지정하여 매주 남교사들끼리 모여 술을 먹었다. 유럽 여행을 가서는 매일 술을 한 잔씩 하며 그날 있었던 일을 정리하고, 하루를 마감했었다. 유럽 여행 간 술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김해국제공항에서 비행기가 이륙하고 안전벨트 등이 꺼지자, 나와 조부장님은 승무원을 불러 맥주를 주문하였다. 맥주 한 캔과 함께 땅콩 한 봉지를 주었다. 우리는 비행기에서 술을 먹으니 술맛이 더 좋다면서 맥주를 홀짝홀짝 마셨다. 다 마시고 나서 또 다른 맥주가 궁금해졌다. 승무원을 불러 한 마디 한다.

  "Another beer, please!"

  승무원은 고맙게 또 다른 맥주를 갖다 주었다. 또 다 먹고 또 다른 맥주를 주문한다. 그렇게 우리는 그 비행기에서 제공하는 맥주가 총 네 종류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칭타오, 하이네켄, 산미구엘, 칼스버그.


  기내식이 제공되는 시간이 되었다. 기내식과 함께 이번에는 와인을 마신다. 레드와인, 화이트와인 두 종류가 있다. 우리는 두 종류의 와인을 다 맛보면서 밥을 먹었다. 알딸딸하게 취하여 잠이 든다. 그렇게 취한 상태로 잠을 자는 동안 우리는 프랑크푸르트로 날아가고 있었다. 비행기에서 술을 마시는 것은 좋은데, 맥주를 많이 마시니 문제는 소변이 자주 마렵다. 내가 복도 쪽 자리면 괜찮은데, 가운데 앉아 있으면 옆의 사람에게 계속 미안한 마음이 든다. 기내에서 맥주를 많이 마실 요량이라면 화장실을 가기 수월하여 복도 쪽 자리에 앉는 것이 서로 좋다.


  유럽에 도착하여서도 매일 술을 마셨다. 독일은 소시지와 맥주가 유명하다고 하니, 식사 때는 가볍게 반주 겸 맥주를 한 잔 했다. 숙소에 도착하여 저녁에는 교장선생님, 조부장님, 나, 이렇게 세 명이서 조촐한 술상을 마련했다. 나는 케리어에 짐을 쌀 때 페트병 소주를 꽤 넣었다. 10병 정도 가져간 것 같다. 페트병 소주 사이사이에 공기가 빵빵한 봉지김을 넣어서 흔들림을 최소화시켜 짐을 쌌다. 교장선생님께서는 종이팩 소주를 꽤 많이 들고 오셨다. 그리고 스낵면. 스낵면을 챙긴 이유는 라면을 끓일 때 시간이 오래 안 걸린다는 이유로. 그렇게 우리는 매일 밤 라면, 김, 참치 등  간단한 안주로 소주를 마시며 하루를 정리하였다.


  노이슈반슈타인성이 있는 퓌센에서의 저녁이 생각난다. 우리 일행은 생각보다 늦게 도착하여 성 관람을 하지 못하였다. 다음날 성을 구경 하자며, 저녁에 동네 산책을 하였다. 걷고 있는데 저기 멀리서 시끄러운 음악소리와 함께 사람들의 함성이 들린다. 그곳에 가보니, 맥주 페스티벌을 하고 있다. 말이 맥주 페스티벌이지, 그냥 동네잔치 느낌이다. 우리는 테이블을 잡고 맥주를 주문하였다. 맥주가 가득 든 무거운 맥주잔 여러 개를 동시에 들고 와서 우리에게 건네준다. 흥겨운 분위기에, 시원한 맥주가 술술 넘어간다. 다들 맥주만 마시길래 우리도 맥주만 주문해서 먹었는데, 우리 앞에 앉은 사람이 우리에게 치즈 안주를 한 접시 주었다. 참 고마운 사람이다.


  스위스에 가서는 융프라우요흐 꼭대기에서 신라면을 먹었다. 당시 기차 티켓이 있으면 그곳에 파는 7유로짜리 컵라면을 공짜로 주었다. 추운 곳에서 따뜻한 컵라면을 먹으니 정말 꿀맛이다. 그때 매일 술을 먹던 우리 세 명은 같은 생각을 하였다.

  "교장선생님, 소주 한 팩 챙겨 올 걸 그랬어요. 이거랑 먹으면 참 좋을 텐데."

  "그러게. 참 아쉽네. 다음에 올 때는 소주 챙겨 오자."

  우리가 정말 맛있게 컵라면을 먹고 있으니, 외국인이 컵라면을 궁금해했다. 그 일행들도 컵라면을 사서 먹더니, 연신 콜라를 흡입하고 있다. 그들에게 한국인의 매운맛은 무리였으리라.


  여행의 막바지에 하이델베르크의 어느 맥주집에서 맥주 마신 것도 생각이 난다. 그 술집은 영화 '황태자의 첫사랑'에 나온 유명한 장소라고 한다. 그곳에는 장화 모양의 신기한 맥주잔에 맥주를 담아 주었다. 큰 맥주잔을 돌려 마시며 우리 일행은 의리게임을 하는 것처럼 술을 줄여 나갔다. 그 맥주집에서 최교수님이 '오 솔레미오'를 부르셨다. 이 이야기는 다음에 자세히 적기로 하겠다.

  돌아오는 비행기에서도 조부장님과 나는 맥주를 계속 마셨다. 그러고는 잠이 들었다가 홍콩에 도착하였다. 홍콩에서 경유하여 비행기를 탈 계획이었는데, 우리 비행기가 늦게 도착하여 연결되는 비행기를 타지 못하였다. 항공사 측에서는 우리에게 호텔을 제공해 주고, 다음날 비행기로 가게 하였다. 공짜로 생긴 보너스 여행 하루였다. 그 이야기도 다음에 자세히 적기로 하겠다. 아무튼 호텔에 체크인을 하니 조부장님께서 바지를 빨았다. 왜 그런지 물어보니, 비행기에서 토하셨다고 했다. 오랜 여행으로 몸이 피곤한 상태에서 술을 마셔서 몸이 못 버틴 것이다. 조부장님께서 한 마디 하신다.

  "나는 이제 육해공 모든 곳에서 다 토해본 사람이 되었단다."

  "아! 축하드립니다."


  뮌헨에 점심시간이 지나서 도착한 적이 있다. 다들 배가 고픈 상태에서 뮌헨 시내를 걸으니, 표정이 안 좋다. 누가 한 마디 걸면 바로 욕이 나올 기세이다. 먹을 곳을 찾아 직진만 할 뿐이다. 우리 일행은 어디 백화점처럼 보이는 건물에 들어가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그때도 조부장님과 나는 맥주를 한 잔 하였다. 배불리 맛있는 음식을 먹고 술도 한 잔 하니 기분이 좋아진다. 밖에 나와 뮌헨 시내를 보니, 아까와는 느낌이 다르다. 배가 고플 때에는 눈에 들어오지 않던 멋진 건물들이 보이고, 사람들이 번잡함이 즐거움으로 다가온다. 역시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은 진리이다.


  술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있어서, 여행 중 음주는 참 중요하다. 아무리 멋진 풍경을 보거나 즐거운 공연을 봐도 배가 고프거나 술이 한 방울 들어가지 않으면 흥이 안 난다. 여행의 하루하루를 마무리할 때 술 한 잔 하며 이야기하고, 잠들면 잠도 잘 온다. 서라운드 코골이는 어쩔 수 없는 신체 반응이다. 최대한 일찍 잠드는 것이 상책이다. 술기운에 후딱 잠이 들어야 한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그때를 회상하며 이야기꽃을 피울 때도 술을 한 잔 하고 있다. 그렇게 술로 시작한 여행은 술로 마무리되고, 술을 마시며 추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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