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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니홉 Nov 19. 2024

기대보다 초라한 독일 고속도로 휴게소

속도 무제한 고속도로 '아우토반'도, '휴게소'도 기대가 너무 컸나?

  자동차를 타고 유럽을 다니는 일은 생각보다 그렇게 멋지거나 만만한 일이 아니다. 하루, 이틀 정도는 차를 타고 이동하면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겠지만 열흘 정도를 그렇게 다니는 것은 참 힘들다. 더운 여름날 에어컨을 틀고 낮 시간 내내 자동차 안에 있다가 가끔 휴게소를 들르거나 식사를 할 때 내린다. 그리고 다시 차를 타고 장시간 이동을 한다. 그렇게 계속 여행하다 보면 여행 막바지에는 뱃살이 주체가 안 된다. 매일 먹고 앉아 차로 이동하며 거의 운동을 하지 않기에.


  아주 오래전 90년대 자동차 광고 중에 독일 고속도로인 '아우토반'에서 자동차가 달리는 모습을 보여주는 광고가 있다. 자동차가 쌩 달리다가 현대차 인 '엘란트라'가 뒤늦게 출발하였지만 앞서 가던 차를 따라잡고, 그 앞 차의 차주가 '엄지 척!'을 해주는 장면이 연출된다. 그 광고를 보고 자란 나는 '아우토반'에 대한 환상이 있다. '속도 무제한의 고속도로'라는 아우토반에서는 시속 200킬로미터 이상으로도 달린다고 한다. 아마 교장선생님께서도 그 광고를 보시면서 아우토반을 직접 운전하여 달리고 싶다는 마음을 품지 않으셨을까!


출처: 블로그, CLUBCC 골프 앤 캠핑, 컨버터블, 쿠페, 수입차

  렌터카 회사와의 계약 착오로 어쩔 수 없이 차 두 대로 움직이게 된 우리 일행은 항상 같은 차를 탔다. 1호차는 최교수님이 운전을 하시고, 조수석에는 나, 뒷자리에는 젊은 여선생님인 한JE와 한NR가 탔다. 2호차는 교장선생님이 운전을 하시고, 조수석에는 조부장님, 뒷자리에는 조부장님의 사모님과 권부장님이 타셨다. 그때 차를 타는 멤버를 바꿔서 타기도 하면서 이동할 때 여러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면 좋았을 텐데, 어찌하다 보니 항상 그렇게 차를 타고 이동하였었다. 그냥 그게 편해서 계속 그 멤버로 탔던 것 같다.


  차 두 대가 함께 이동함에 시내 운전은 참 어려웠다. 당시 우리가 빌린 차랑 비슷한 색깔, 비슷한 모양의 차가 꽤 있어서 2호차를 운전하는 교장선생님께서 자칫 잘못하면 1호차를 놓치기 일쑤였다. 그러다가 조부장님께서 묘책을 하나 내셨다. 빨간 손수건을 두 개 준비하시어 1호차 뒷 트렁크 부분에 달고, 2호차 앞 보닛 부분에 달았다. 누가 보면 차에다가 무슨 장난질을 했나 싶겠지만, 그 당시 그렇게 표식을 해두니, 2호차는 따라오기가 수월했고, 1호차는 뒤따라 오는 2호차를 찾기가 수월했다. 여행 내내 운전하신 두 50대 어르신들이 고생을 많이 하셨다. 한국에서는 누가 운전해 주는 차에 타고 다니실 분들인데, 유럽에서 운전수가 되어 생고생이시다.


  독일의 그 유명하다던 '아우토반' 고속도로를 달린 적이 있다. 그냥 한적한 2차선 도로를 계속 달리고 있었는데, 최교수님께서 여기가 아우토반이라고 말씀하신다. '엥, 여기가 아우토반?' 그냥 한국의 어느 한적한 시골 2차선 도로 같은 느낌이다. 2차선을 달리는데 속도가 시속 150 정도로 달리는 것만 빼고는. 그리고 1차선에는 대부분 차가 없다. 최교수님이 알려주시길,

  "여기서는 진짜로 빨리 달릴 차 말고는 모두 2차선으로 달려요. 1차선은 다 비워 둔답니다."

  그러니까 무제한 고속이 가능한가 보다. 1차선에 차가 없으니, 정말로 마음먹고 달리면 차가 낼 수 있는 최대 속도까지 내고 달려도 되는가 보다. 그런데 그렇게 총알처럼 가는 차는 거의 없다. 대부분 그냥 2차선을 갈 뿐이다.


  어느 정도 달리다가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잠시 쉬어가기로 한다. 엥? 여기가 고속도로 휴게소? 생각보다 건물이 엄청 작다. 우리나라에 있는 고속도로 휴게소와 비교하면 크기가 1/3 정도 되는 것 같다. 그리고 모든 것이 다 유료다. 화장실에 갈 때는 화장실 입장 티켓을 사야 한다. 소변 한 번 보려면 0.5유로를 내어야 한다. 참 별로다. 왜 이리 인심이 야박한 지. 그래도 어찌하겠는가? 나의 방광은 비워 달라고 난리를 치니, 어쩔 수 없이 티켓을 사서 화장실로 갔다. 그런 일을 겪다 보니, 우리 일행은 어디 무료로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는 곳에 가면 무조건 화장실을 사용하는 습관이 생겼다. 식당이나 백화점 등에 화장실이 있다면 공짜로 일을 볼 수 있으니 참 좋았다.


  파일을 정리한 것을 찾아보니, 이런 글이 있다. 당시 화장실을 사용하는 티켓을 하나 기념으로 붙여 놓았다. 우리 일행이 사용한 화장실 티켓을 모아서 그것으로 아이스크림을 사 먹었다고 적혀 있다. 그 글을 읽어보니, 그 당시 장면이 기억이 난다. 점원이 'Oh, my God!'이라고 외치던 장면도 생각이 난다. 이런 점에서는 유럽이 참 별로 인 것 같다. 휴게소에 화장실도, 물도, 모두 다 돈을 내고 사용을 해야 한다. 그에 비하면 우리나라 휴게소는 얼마나 좋은가! 화장실 사용도, 물도 모두 무료다. 이런 점에서는 우리나라가 참 잘되어 있다는 생각을 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몇 번 점심을 먹었다. 휴게소 안에 들어가서 음식을 사 먹은 것이 아니라, 아침에 내가 한 밥과 그 전날 장을 본 소시지, 상추, 밑반찬 등을 돗자리를 깔고 먹었다. 휴게소의 어디 괜찮은 그늘 진 곳에 돗자리를 깔고, 밥 먹을 준비를 한다. 밥을 그릇에 담고, 소시지를 자르고, 상추를 쟁반에 내고. 그렇게 소시지쌈을 밥과 함께 먹었다. 우리 일행 중 연령대가 높은 사람들은 한식을 꼭 먹어야 했다. 당시 젊은이 3명은 좀 불만이 있었지만, 누가 휴게소 잔디밭에서 돗자리를 펴고 식사를 해보겠는가! 그것도 다 나름 추억이다. 우리가 모여서 밥 먹는 모습이 신기한지, 동양인들이 모여 밥 먹는 것이 신기한지, 뭇 외국인들은 우리를 의아한 눈으로 바라봤고, 사진을 찍고 싶어 하는 이도 있었다.


  신기한 것은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보면 국경을 지난다는 것이다. 독일에서 이탈리아로 넘어갈 때 느낀 점은, 고속도로 관리 상태가 완전히 바뀐다는 것이다. 독일 고속도로는 깔끔하고 정돈이 되어 있었는데, 이탈리아 고속도로는 정비가 안 되어 있다. 이것이 이탈리아인가! 어찌 고속도로도 그 나라의 이미지와 딱 맞아떨어질까! 독일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아주 칼 같고 정돈되며 깔끔한 이미지다. 반면에 이탈리아는 자유롭고 낭만적이며, 마치 마피아가 돌아다닐 것 같은 그런 자유분방한 이미지다. 고속도로도 그 이미지도 어쩜 똑같다. 그리고 이탈리아의 고속도로가 더 안 좋게 보인 이유는 한 가지 더 있다.


  이탈리아로 이동하는 차 안에서 그날 예약한 숙소 사장님에게서 연락이 왔다. 갑자기 화장실 변기가 막혀서 우리가 예약한 숙소를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궁여지책으로 인근 민박 집에 8명이 묵을 방을 마련했는데, 한 방에 8명이 자는 곳이라고 한다. 그 사장님은 우리 일행이 가족이라 생각하고 그렇게 남녀가 함께 자도 된다고 여겼던 것이다. 원래 우리 계획은 베네치아에서 이틀을 자려고 했다. 그런데 그러한 숙소에서 이틀을 잔다는 것은 무리다. 그래서 급 계획을 변경하여 다음날 다른 숙소를 알아보고 밀라노로 이동하였다.


  여행을 하다 보면 변수가 항시 따르기 마련이다. 그 상황에 잘 대처하여 수습하며 또 여행을 계속 이어간다. 우리네 인생도 그렇게 하나하나 산을 넘어가며 살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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