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후니홉 Dec 11. 2024

운동은 기회 될 때 배워야 해.

아이들을 데리고 스케이트를 타러 가며 든 생각들

  주말에 뭐 하고 싶은지 물어보니, 둘째가 스케이트를 타러 가고 싶다고 한다. 티니핑에 나오는 빙글핑이 얼음판 위에서 스케이트를 타고 빙글빙글 돌기도 하고, 트리플액셀을 하는 모습을 보며 자기도 하고 싶었나 보다. 울산에는 동구 과학대 아산체육관에 하나 있다. 예전에 5, 6학년 아이들 데리고 현장체험학습도 가본 곳이라 나에게는 별 부담이 없었다. 그리고 스케이트를 엄청 잘 타지는 못하지만, 안 넘어지고 활주는 가능하다.


  첫째에게도 물어보니, 스케이트 타러 가는 것을 별로 내키지 않아 한다. 작년에 문수경기장 야외 스케이트장에서 처음 스케이트를 탔었는데, 생각보다 잘 안 타지고 많이 넘어져서 힘들었던 기억이 떠오른다고 한다. 둘째만 데리고 갈까 하다가, 첫째에게 한 번 더 물어본다.

  "거기는 실내라서 야외스케이트장보다는 연습하기가 수월해. 그리고 이번에 거기 가서 연습해 보고 실력이 늘면 나중에 야외에서 타는 것도 자신감이 생길 거야."


  그렇게 두 아이들을 데리고 동구 과학대 쪽으로 운전하여 갔다. 가는 차 안에서 이야기를 해준다.

  "운동은 배울 기회가 있을 때 배우면 좋아. 그 운동을 할 수 있으면 자신감이 생기거든. 아빠는 예전에 스노보드를 군대에서 배웠단다."

  "진짜? 스노보드 잘 타? 스키는?"

  "스노보드 탈 줄 아니까 스키는 금방 타지던데. 타는 원리가 똑같거든."


  군생활을 할 때 한 번은 전방에 있었고, 다음 해에는 FEBA에 있어서 출퇴근이 가능했다. 그 해에 같은 부대 부사관들과 함께 인근 스키장에 가서 스노보드를 배웠었다. 정말 맨땅에 헤딩하듯이 스노보드를 배웠다. 같이 간 부사관들은 매년 스노보드를 타러 다녀서 보드 기술인 알리, 널리, 360 등을 연습하는 수준이었고, 나는 정말 처음으로 스노보드를 타러 갔다.


출처: 블로그, 일상탈출 짱졍일기

  처음 스노보드 부츠를 신고, 보드를 부착했을 때의 그 당혹감을 잊을 수가 없다. 두 발은 판때기에 묶여있고, 움직일 수도 없는데, 높은 곳에서 내려가야 한다. 어찌할 바를 몰라 주저앉아 있으니, 동료 부사관이 살살 미끄러져 내려오다가 정지하는 방법을 딱 한 번 알려주고 쌩~ 내려가 버린다. 나는 겨우 일어나 중심을 잡으며 살살 미끄러져 내려오다가 스톱, 미끄러져 내려오다가 스톱을 무한 반복하며 겨우 리프트 타는 곳까지 내려온다. 그 사이 부사관들은 내 옆에 잠깐 와서 자세를 봐주고 쌩~ 내려간다.


  다시 리프트를 타고 꼭대기로 올라간다. 이번에는 엎드린 자세에서 뒤로 미끄러져 내려오다 정지하는 방법을 한 번 알려준다. 그러고는 자기들끼리 기술을 연마하러 떠난다. 나는 딱 한 번 가르침을 받고, 또 미끄러져 내려오다가 멈추기를 무한 반복한다. 나도 멋지게 스노보드를 타고 싶은데, 그건 환상이었다. 지금 두 발이 묶여서 내려가지도 못하고, 멈추는 연습만을 무한 반복하며 연습하고 있다.


  다시 리프트를 타고 꼭대기로 올라간다. 이번에는 낙엽 타기를 알려준다. 미끄러져 내려오기를 빗면처럼 내려오다가 멈추는 방법. 그 방법을 무한 반복하며 내려온다. 참 세상에 쉬운 일이 하나도 없구나! 뽀로로는 스노보드를 참 잘 타던데. 이건 뭐, 두 발이 묶여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갈 수도 없으니! 과연 내가 스노보드를 탈 수 있을까?


  그렇게 낙엽 타기까지 하고 나니, 이제는 턴을 가르쳐 준다. 턴은 생각보다 잘 안되었다. 회전을 하려다가 계속 넘어졌다. 그러기를 수십 번 하다가 내 몸의 체중을 앞으로 확 쏠리게 하는 순간 턴이 갑자기 되면서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보드가 가는 것을 깨달았다. 아하! 이렇게 하면 턴이 되는구나! 한 번의 깨달음이 있고 나서부터는 어느 정도 보드가 타졌다.


  그렇게 하루 종일 보드를 타고, 저녁밥으로 돼지김치찌개를 먹고 또 야간을 탔다. 그 한 시즌 동안 한 번 스키장에 가면 야간까지 몸이 부서져라 보드를 탔다. 그러니 어느 정도 스노보드를 탈 수 있게 되었다. 군 제대 후 겨울에 스노보드 연수를 신청하여 갔다. 나의 보드 실력이 평편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나는 그 연수에서 중수 이상의 실력자였다. 군시절 혹독하게 배웠던 스노보드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아이스링크장에 가는 차 안에서 아이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주었다. 운동을 배울 기회가 있을 때 배워두면 도움이 된다면서. 스케이트를 탈 줄 아는 사람은 스케이트장에서 자유롭고, 못 타는 사람은 계속 넘어지고 아프면서 배울 수밖에 없다고. 수영을 할 줄 알면 물에서 자유롭다고. 자전거를 탈 줄 아는 사람은 자전거에 자유롭고, 자전거를 못 타는 사람은 평생 자전거를 못 타는 거라고.


  아이스링크장에 가서 스케이트를 빌려서 신고 얼음판에 발을 딛는 순간 아이들이 당황해한다.

  "벽 잡고 몇 바퀴 돌다 보면 점점 발이 익숙해지고, 스케이트를 탈 수 있을 거야."

  첫째는 혼자 벽 잡고 연습하고, 둘째는 계속 손을 잡아 주었다. 처음 한 시간 정도는 중심을 못 잡고 힘들어하더니, 한 시간 후에는 어느 정도 움직임이 괜찮아 보인다.


  "무릎을 굽히고, 체중을 앞으로 항상 두면서 스케이트를 타. 그래야 엉덩방아를 안 찧어."

  스케이트를 타다가 잠시 쉬면서 젤리를 좀 먹고, 또 스케이트를 타러 간다. 몇 번을 반복하니 온몸에 땀이 난다. 아이들도 힘들지만 조금씩 나아지는 자신의 모습에 뿌듯한지 계속 타자고 한다. 한 시간 반을 타니 둘째는 이제 내 손을 잡고 활주가 가능하다. 자기 스스로 스케이트를 밀지는 못해도 손 잡고 함께 어느 정도 속력이 나도 무서워하지 않는다.


  첫째는 이제 힘들어서 못 타겠다면서 잠시 앉아 쉰다고 하고, 둘째는 계속 타자고 한다. 공주님의 손을 꼭 잡고 계속 활주를 한다. 아이들은 참 금방 배운다. 더 오래 타면 몸살이 날 것 같다면서 이제는 그만 타자고 말한다. 오늘 스케이트를 탈 줄 아는 사람이 된 아이들이 내심 뿌듯해하는 눈치이다. 이제 문수경기장에 야외 스케이트장에 가서도 저번보다는 자신감 있게 스케이트를 탈 것이다.


  운동은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될 때 배우면 자신의 재산이 된다. 자전거 타기, 수영, 스키, 스노보드, 탁구 등 기회가 되면 내 몸에 익히길 권장한다. 정말 스페셜하게는 못하더라도 사람들과 어울려 놀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갖추면 내 삶이 자유로워진다. 배움은 곧 자유로움이다. 특히 운동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