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론

by 마리폴네르

이야기는 조직의 리더에 대한 관찰에서 시작된다.

리더가 조직이 비전을 갖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는 경우는 드물다. 설령 인정하더라도, 대부분의 리더는 이를 솔직하게 드러내지 않는다. 비전의 부재를 인정하는 순간 조직을 이끄는 자신의 권위가 약화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나는 리더를 신뢰하지 않게 되었다. 동시에, 진정한 리더십이란 명확한 비전의 존재 여부와 무관하게 조직을 작동시키고, 성장시키며, 필요하다면 비전을 만들어내는 능력이라고 판단하게 되었다.


어느 날 오래 다닌 회사를 그만두었다.

나는 매일 해야 할 일을 점검했고, 빼먹거나 빠지는 일이 없는지 반복해서 확인했다. 남들보다 늘 일찍 출근했고, 퇴근시간과 무관하게 항상 늦게 퇴근했다. 솔직히 이렇게 일하는 것이 조직 안에서 가장 안정적인 생존 전략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나는 객관적으로 봐도 회사가 선호할 수밖에 없는 직원이었다. 일찍 오고 늦게 가고 점심시간에도 업무를 했다, 그 시간들은 고스란히 추가 노동이 되었다. 시간 대비 생산성만 놓고 보면 비용적 효율이 높은 인력이었다. 이 판단은 개인의 성취와는 무관하지만, 감상적이지 않은 조직 내 분위기에서 직원에 대한 구두평가에는 꽤나 긍정적인 요소가 된다.


내가 이렇게 오버타임을 하며 과하게 일한 이유는 스스로 능력 과시나 성실함 때문이 아니었다. 어느 날 진심으로 조직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믿음이 더 이상 유지되지 않는 시점에서는 회사를 그만둘 결심을 하게 된 것이다.


조직은 유기체가 아니다. 기계에 가깝다.

그 안의 구성원은 부품이며, 부품은 대체 가능하다. 특정 개인의 역할이 대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에 가깝다. 부품이 사라지면 다시 제작하거나 다른 부품으로 보완하면 된다. 완벽하지 않을 수 있지만, 작동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그렇다고 이 사실을 깨달았다고 해서 회사를 그만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조직은 생각보다 쉽게 바뀐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나는 바뀌는 부품이기보다, 부품을 바꿔대는 관리자의 역할을 자처해 무엇을 하던 어디든 리더역할을 수행했다.


해외영업을 하며 중동 지역에서 오래 근무한 경험이 있다.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금요일이 휴일이다. 결과적으로 늘 한국 본사의 일정과 현지 일정이 어긋났고, 나는 어쩔 수 없이 중동에서 금요일도 일하고, 한국은 쉬지만 토요일, 일요일도 연중무휴로 일했다. 이는 선택이 아니라 시스템의 결과였다.


주말에도 일을 하자 성과는 자연스럽게 나왔다. 조직은 성과를 근거로 판단했고, 나는 인정받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알게 된 것은 단순했다. 조직은 노력의 질이나 방식보다, 결과가 만들어지는 시스템과 그 구조에 반응한다는 점이다.


내가 이끄는 영업팀은 늘 초과달성을 보였고 성과가 지속적으로 유지된 이유는 목표 설정 방식에 있었다.

나는 목표를 결과 수치에 두지 않았다. 결과를 만들어내는 과정에 두었다. 예를 들어 10억의 목표가 주어지면, 15억을 전제로 한 준비와 행동을 설계했다. 실제 결과가 15억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그 과정이 충족되었는지를 평가 기준으로 삼았다.


이 방식은 실패 없이 목표를 달성하게 만들었다. 구성원은 단순한 역할 수행자가 아니라, 과정의 참여자가 되었다. 대체 가능한 부품도 일정 조건 하에서 대체 불가능한 기능 단위로 작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 나는 마지막 실험을 시도했다.

리더가 사라져도 조직이 작동하는 구조, 즉 조직의 탈주체화였다. 리더 개인의 영향력을 제거해도 성과가 유지된다면, 조직은 어떤 환경에서도 작동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나는 리더의 위치를 내려놓고, 새로운 리더 아래에서 나 또한 구성원으로 돌아가 일했다. 결과는 명확했다. 실패!

조직은 빠르게 기존의 권위적 구조로 회귀했다. 목표는 다시 수치 중심으로 재편되었고, 과정은 부차적인 요소가 되었다. 내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는 없었다. 조직은 내가 빠지는 순간, 다른 방식으로 즉시 재조정되어버린 것이다.


내가 놓친 사실은 정말 단순했다.

조직은 바꾸면 바뀐다.

그러나 변화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구조 이전에 공감이 필요하다. 개인이 빠져도 남아 있는 인식, 판단 기준, 문제 해결 방식이 조직 내부에 공유되어 있어야 한다.


그 공감이 한 명, 두 명으로 확장되고, 결국 조직 전체로 스며들지 않는 한 변화는 유지되지 않는다. 나는 너무 급진적인 실험을 했고, 그 대가로 돌아갈 수 없는 지점까지 왔던 것이다. 그게 마지막 회사를 그만둔 이유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조직 안에서 일한다.

리더와 구성원으로 나뉘어 목표를 수행하고, 문제를 해결한다. 조직은 사람처럼 성장하지 않는다. 단순한 규칙 하나로도 쉽게 변한다. 그러나 설계된 구조와 과정에 대한 동기 부여, 그리고 리더와 구성원 간의 충분한 공감이 결합될 때 조직은 반복적으로 목표를 달성하며 일하고 발전할 수 있다.


이것이 내가 말하는 조직에 대한 관점, 보헤미론의 조직론이다.

조직의 목표는 결과가 아니라 결과를 달성하는 과정에 둔다

그리고 리더는 모든 것을 구성원과의 공감으로 진행하고 이러한 구조를 시스템화한다.

그러면 조직은 항상 높은 성과와 어떤 리더가 이끌어도 발전해 나간다.

나는 지금, 다른 환경에서 이 논리의 마지막 조건, 공감의 과제를 검증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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