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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뽕 May 27. 2016

엄마, 엄마, 우리 엄마!

엄마딸의 사춘기VS딸's 아들의 사춘기


"엄마, 날 어떻게 키웠어...똥다리밑에 가져다 버리지....이렇게 속썩이는걸 어떻게 키웠어"

"뭘 어떻게 키워! 낳았으니 키웠지... 원래 역사는 돌고 도는겨, 너도 맛좀 봐라 이것아"

다정한 말이라고는 못하는 우리 엄마,

고집 세고, 욱하는 성질에, 엄마랑 성격도 안맞는 딸을 40대 초반에 혼자 되고 어떻게 키운걸까... 그땐 우리 엄마가 정말 어른인 줄 알았는데, 서른 일곱이 되어보니 우리 엄마 참 무섭고 겁났을거란 생각이 듭니다.

결혼하고 직장생활 한번 안해본 우리 엄마가 억척꾼이 된것도 아마 억척꾼이 된것도 그때부터인것 같습니다. 남편공양과 자식키우는것이 세상 전부였던 우리 엄마...다시 태어나도 엄마처럼 아이를 키울 자신은 없습니다. 아이를 열을 낳아도 엄마보다 더 정성을 다해 아이를 키울수 있을 것 같진 않습니다.

아이가 사춘기가 오고서야 알았습니다.

혹독한 홍역같은 날들을 보내보고서야 '아, 난 정말 나쁜년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모는 아무것도 날 이해하지 않는다고, 말해도 소용없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밤마다 친구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고, 노래방에서 놀고, 담배를 피우고, 그러다 정신을 차리면 이런 자신이 한심해서 죽을것 같았지만 해가 지면 또 그러길 반복했습니다. 화끈하게 놀 배짱도 안되서 노는 아이들 사이에서도 아웃사이더, 평범한 아이들 축에 끼지도 못하는 아웃사이더가 바로 저였습니다. 그러다보니 외로움은 더 커져갔습니다.

나를 이해해주지 못하는 부모가 싫었고, 친구의 이야기가 훨씬 달콤했습니다. 술에 만취한 미성년 딸을 그 성질급한 엄마가 어떻게 참아주었는지 지금도 미스테리지만, 그 무서웠던 엄마가 그 시간만큼은 그저 내버려두어 주었습니다. 한번씩 등짝을 내려치긴 했지만, 그래도 학교나 다니고 하는걸 묵묵히 지켜보셨단 것 만으로도 엄마 속이 어땠을지, 제가 아이의 사춘기를 겪으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빌어먹을 녀석....

천만번 생각해도 나는 이 녀석을 엄마와 같은 인내심으로 지켜볼 자신이 없습니다. 하루온종일 잠들때까지 스마트 폰을 손에서 내려놓지 않고, 게임에 미쳐있는 꼴도 보기 싫고 그렇다고 일찍 잠자리에 드는것도 아니고, 이 폰에 제일먼저 가는 꼴도 미워 죽겠습니다. 그때마다 잔소리를 하고 애랑 전쟁을 치르고....엄마처럼 성격이 불같은 사람도 나를 견뎠는데...우리 아들은 나처럼 술을 마셨던것도 아니고, 외박을 했던 것도 아닌데 내 속은 내내 불편합니다.

천번 만번 생각해도 우리 엄마 같은 엄마는 못되겠구나...

새벽에 일어나 도시락을 싸고, 아침밥을 차리고, 점심때 새밥을 해서 학교 후문으로 도시락을 가져다주는 엄마 노릇은 다시 태어나도 못할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부모가 싫었는데....그것도 안하고 난 아이에게 바라는게 너무 많네요.

공부도 잘했으면 좋겠고,

선생님께도 귀애받는 아이였음 좋겠고,

동네에서도 평판좋은 으쓱한 아이였음 좋겠고,

명문고도 보내고 싶고,

아이가 바라는 건 없고 온통 엄마 욕심 뿐입니다.

게임해도 잔소리 안하는 엄마,

자길 믿고 지켜봐주는 엄마,

날씬하고 예쁜 엄마,

소리 안지르고 험한 소리 안하는 엄마,

그런 엄마를 바라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말입니다.



어제는 주먹다짐하고 친구랑 싸웠다는 아이 소식을 담임선생님께 전해들었습니다.

처음으로 선생님께 죄송합니다 로 시작하지 않았습니다.

모든 정황을 듣고 잘못된건 사과하고 아이가 억울한 부분은 충분히 이야기를 했습니다.

선생님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십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그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물론 현이가 다 잘못했다는건 아닙니다."

그럼요, 우리 아이가 다 잘못한게 아니라구요. 잘못한건 잘못한거고 억울한건 억울한거고..

한데 싸잡아 묶지 말라구요. 아이는 그런 엄마를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다음주부터 학원에 다시 나갈께요. 잘못했습니다"

밤새도록 자는 아이를 보며, 나때문에 다친 팔의 흉터를 보며 오래오래 울었습니다.

내 아이만 싸안는 엄마라고 욕먹을까 두려웠던 시간...내 체면에 가려진 아이의 상처가 얼마나 아팠을까 싶어 다친 팔을 쓸어보며 오래오래 울었습니다.

"아가, 엄마가 시원찮아 미안하다. 다신 서럽게 안할께.....잘자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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