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니뽕 Jul 26. 2016

나는 자랑스런 엄마, 아빠입니다.

힘들지만 자랑스러운 나홀로 육아-싱글맘 싱글대디편

* 이 글을 읽기전

필자는 낙태를 옹호하자는 취지도 아니며 낙태를 정당화시킬 의도도 없습니다. 다만 그것을 선택했다고 해서 부도덕하고, 무책임한 엄마 아빠가 아니었음을 인식하고 , 스스로 당당하게 일어설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글안에 해당 내용을 포함하였습니다**


예전에 비하면 "미혼엄마"나 "미혼아빠"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나 바라보는 시선이 많이 완화되었다고 해도 여전히 사회는 이들을 당당한 부모로 인식하기보단 무언가 문제가 있는 색안경을 벗지 못하는것 같습니다.

그래도 다행스러운건 용기있는 선택을 한 엄마 아빠들이 아기와 스스로를 위해 떳떳한 경제적 자립을 위해 노력하는것을 여러 단체나 제도가 도와주기 위해 노력을 한다는 것이 보이기 시작한다는것, 하지만 여전히 그것은 부족하고 이들은 육아와 경제적 문제의 사각지대에서 늘 힘겨운 싸움을 해야합니다.


몰랐을땐 저도 무엇때문에 저런 선택을 했을지 이해할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내가 "미혼모"의 길을 갈지도 모른다는 현실에 직면했을때, 뱃속에 한 생명을 담고 미혼모 시설을 알아보고 국가적 제도를 검색하고 떨리는 마음과 두려움을 안고 혼자 병원을 찾았을때.. 주변 친구들과 어른들이 다시 생각하라고 수없이 충고 했을때.. 비로소 알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나의 선택이, 내 인생과 한 생명의 미래를 완전히 바꾸어버릴수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다행이 저는 아이 아빠가 끝까지 함께 책임을 지기를 거부하지 않았고, 험난했지만 결혼이라는 제도를 통해 온전한 가정을 이룬뒤 출산을 했습니다. 하지만 만약 혼자 아이를 키워야 했다면 이런 용기 있는 선택을 한 엄마 아빠처럼 똑같은 선택을 했을지는 장담을 할수가 없습니다. 결혼을 해서 아이를 키워도 스물넷의 육아는 너무너무 힘겹고 우울하고 때론 자아가 분열되는 것 같은 힘겨움이었습니다. 하물며 혼자 그 모든 시간을 견뎌야 한다면.. 그리고 아이의 성장에 필요한 경제적 활동부터 함께 병행되는 어린아이의 양육은 그다지 녹록하지가 않습니다. 엄마 아빠가 직장에 나가는 동안 아이를 보육해줄 분이 온전히 있는 경우는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어린이집 같은 보육시설에 의지해야하는데 실상 어린이집이라는게 보육시간의 제한이 있고, 종일반에 맡겨진다해도 늦게 가면 선생님 눈치도 보이고, 아이는 혼자 엄마아빠를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아아의 정서에도 좋을리가 만무합니다. 그 시간 혼자 있는 아이를 생각하며 엄마 아빠는 얼마나 애가 탈까요...


엄마 아빠는 이 힘겨운 상황이 닥치기전 분명 고민했을겁니다.

앞으로 내가 갈 두갈래의 길이 얼마나 미래에 완전히 다른 인생을 펼쳐보여 줄지 생각했을테고, 또 어떤길이 조금더 편하고 안전한 길인지도 알았을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부모의 길을 택하고, 내게 온 우주같은 아이의 손을 잡았습니다. 그 눈물겨운 선택에서 이 용기있는 마음을 치하받지도 못한채 얼마나 많은 상처와 눈물을 함께 안고 가야 했을지 가슴이 아립니다.

아무에게도 알릴수 없는 생명의 존재.. 축복과 칭찬보다는 살리니 죽이니 분분한 말들을 먼저 듣게 해야하는 여린 생명에 대한 미안함, 그리고 아무도 장담해줄수 없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 사회적 시선, 그런것들은 무서운 눈빛으로 이 용기를 꺾어버리고자 최선을 다합니다.

지금도 어제 일처럼 기억하고 있습니다. 젊은 산부인과 여의사는 마치 아스팔트 위의 껌을 떼어버린다는 말을 하듯 무심하게 "지우려면 하루라도 빨라야 좋아요. 어차피 안낳을거라면 굳이 오래 고민할 필요가 없죠"

라고 말했습니다. 난 아직 엄마가 되었다는 실감도 못했는데, 낳겠다 지우겠다 결심을 한것도 아닌데 내 아이는 존재를 입증하자마자 마치 죽는게 당연하다는듯 아무리 직업이려니 생각해도 산과 의사는 생명을 살리는 직업이지 죽이는게 당연한 직업은 아닐진데 무심한 태도가 화가 나서 나도 모르게 외쳤습니다.

"낳을거예요!!! 낳을거니까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미혼엄마 미혼아빠는 사랑이 돌아선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생명이 찾아옴을 직시해야 합니다. 모든 상황이 혼란스러운 가운데 제일 먼저 아이를 낳을것인지, 낳지 않을것인지를 결정해야 하죠. 특히 미혼 엄마의 경우는 신체적으로 그 모든 상황을 겪는 상황이라 혼란스러움은 배가 될 것입니다. 낳기로 결정을 했다고 해서 책임감이 있는것이고, 지우기로 했다고 해서 무책임한 거라고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사랑을 버리고 생명을 버리고 돌아선 상대방의 무책임함이지 남겨진 사람에겐 뱃속 생명도 중요하지만 본인의 인생도 중요한 일입니다.

낳지 않기로 결심했다면 "너무 늦지 않기를" 말씀드리고 싶어요. 아기는 뱃속에서 하루햇볕 새싹 자라듯 쑥쑥 자라납니다. 낙태는 여느 수술과 달리 개복하고 상황을 보고 하는 수술이 아닙니다. 의사의 손감각에 의지하여 진행되는 수술이기 때문에 태아가 많이 자라면 자랄수록 태아에게만 못할 짓이 아니라 모체의 건강도 심각하게 손상됩니다. 모든 과정은 순리적으로 몸이 겪어내는 과정이 아니므로 그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데미지를 초래하니  낳지 않기로 결심했다면 너무 늦지 않길.. 그리고 그것이 최선이었다는 생각으로 너무 자책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이 무분별해서도 아니며, 난잡한것도 아니었고, 사랑이란 꽃이 피었다가 졌구나 정도로 생각하고 마음을 추스리세요. 그것이 최선이었음을 스스로 인정하고 남은 시간을 아기 몫까지 당당하게 살아가는 것이 지고 만 생명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합니다.  어렵겠지만 보호자에게 알리고, 동행하여 전문의가 있는 안전한 의료기관에서 시술받을 것을 당부합니다. 다시 엄마가 될 날을 위해서라도 꼭 그러해야하며, 부디 출산 아닌 출산이라 생각하고 몸을 잘 추스리세요.


또하나의 선택은 출산입니다. 출산을 결심했다면 정말 큰 현실과 직면하신 거예요. 이제 당신은 당신 뿐 아니라 어느 생명의 미래를 책임질 중차대한 결심을 한 겁니다. 어떤 어려움이 와도 어떤 힘겨움이 와도 엄마와 아빠는 잔다르크 처럼 아이를 지켜야 해요. 당신의 삶은 이제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판도로 흘러갈겁니다.

출산을 했다면 양육을 할지, 입양을 결정할 것인지도 생각해야 합니다. 그저 죄책감에 아이의 양육을 결정한다면 ㅇㅏ이에게도 부모에게도 리스크가 너무 커집니다. 그러니 무엇이 아이와 양육자에게 최선인지 냉정하게 생각해보셔야 합니다. 그리고 어떤 선택을 했다면 더이상 그 선택에 대해 흔들리지 않기로 해요.


사람은 늘 가지못한 길에 대해 후회를 합니다. 미련도 있죠. 후회가 가장 적었을 선택을 한거예요.

일단 선택했다면 앞을 향해 걸어나가는 겁니다. 후회할땐 후회도 하고 흔들리며 스스로의 패턴을 찾을수 있을거예요. 시계추처럼 흔들리며 스스로의 패턴을 찾아야 아이와 함께 행복할수 있습니다.


이따금 잠든 아이 얼굴을 바라보며 내가 만약 결혼이라는 선택을 하지 못하고 내 사랑이 지고 말았다면, 아니면 혹시 이 결혼을 유지하지 못하고 싱글맘이 되게 된다면 나는 어떨까 생각해봅니다.

잠시였지만 미혼모가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순간 저는 아이를 낳을수 없겠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만한 용기도 없었던 저는 미혼엄마 아빠의 두려움을 조금은 알것 같았습니다.

그럼에도 용기 있는 선택을 한 엄마, 아빠들....


사회의 시선이 아프게 하고, 주위 사람들이 상처를 주더라도 부디 너무 많이 아프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힘든 순간순간, 좌절하는 순간마다 당신이 얼마나 이 현실을 위해 최선을 다했는지 기억하세요.

스스로를 지켜내고 훌륭하게 일어선 당신은 충분히 멋진 엄마아빠 입니다!

아이와 함께, 하루하루 성장하는 엄마 아빠에게 힘찬 응원을 드립니다.

이전 10화 우뢰매, 슈퍼홍길동 그리고 브라보콘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