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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뽕 Jan 29. 2016

마음은 심플한 소리만을 듣는다.

마음의 소리가 향하는 곳, 그곳에 내가 있습니다.

제가 있는 이곳은 어제 새벽부터 많은 눈이 왔습니다.

좀처럼 눈이 오지 않는 이곳에서 이런 하얀 세상을 보는건 정말 겨울에 두어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이죠.

예전같음 잠시 감상에 젖을 법도 한데 출근이 뭔지 ㅜㅜ 아침에 하얗게 쌓인 눈을 보자마자 한숨이 절로 나왔습니다.

이만한 마음의 여유도 없는 내 스스로가 씁쓸하고 연일 넘쳐나는 업무로 혓바늘이 돋아 어눌해진 내 발음만큼이나 내 마음도 별로 유쾌하지 않은 아침이었죠.

집을 나서니 차가운 바람이 불거라는 생각과는 달리 연신 내리는 눈에 짜증난 제 마음을 알기라도 하듯이 제법 포근한 아침 공기가 저를 감싸안았습니다. 짜증내지마라...그래도 춥지는 않지 않니..하고 제 마음을 토닥이기라도 하듯이 말이죠.

저는 오늘 마음의 소리에 대해 말해보려고 합니다.


마음이 갈곳을 잃고 세찬 바람을 맞은 여린 가문비나무처럼 흔들리던 때에 저는 유투브로 여러 명사들의 강연을 찾아듣기 시작했습니다.

사람이 마음 둘곳을 찾지 못하면 불안함에 마치 "용한 분"을 찾아가는 것처럼 저는 용하다는(?) 명사분들의 강연을 듣기 시작했지요. 처음 듣기 시작한 건 너무나 잘 알려져 있는 김미경 원장님의 강연이었습니다.

워낙 매체를 통해 잘 알려진 분이라 CBS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여유만만, 김미경쇼 게다가 선생님의 책들도 모두 섭렵했어요. 나도 드림에이지를 먹고 드림워커가 되리라 전의를 불태운 날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강의 내용과 다르죠.

열네살까지 키워놓음 지 밥은 지가 먹을줄 알았죠. 말해 뭐해요 집에 있는 서른 일곱살 시어머니 아들도 제 손으로 밥을 못챙겨 먹는데 열네살 열두살한테 뭘 기대하겠어요 ㅠㅠ

하루하루 일해 한달벌어 먹구살기도 바쁜데 꿈을 찾아 무언가를 시작한다는 건 먼 별나라 이야기였습니다.

겨우 억지로 다니고 있는 방송통신대 수업만으로도 워킹맘인 저에게는 충분히 사치였습니다.

성공한 사람들은 스스로의 무대에서 저렇게 빛나고 내일을 꿈꾸며 살아가는데 하루하루 땅위를 걷기도 힘든 저는 작은 돌뿌리에도 턱턱 걸려 넘어지기 일쑤였습니다. 무언가 해보려고 할때마다 시간에, 아이에, 돈에 제 꿈은 너무 쉽게 부서지더라구요.


난 뭘해도 안되는구나....

난 원래 그렇게 생겨먹었나보다.

니가 뭘하겠냐는 남편의 무시어린 말도 엄마나 좋은 직업갖지 왜 자기한테 간섭이냐는 아들의 철없는 말도 한마디 한마디 가슴에 박혀 그들에게 벽을 쌓고 감정의 칼을 새파랗게 벼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제가 우연히 듣게 된 강의가 저를 이만큼 일어서게 만들었습니다.

처음 이 교수님의 강의를 듣게 된건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였습니다.

전혀 교.수 라는 직함이 어울리지 않는....흡사 "야매"삘이 강한 ㅎㅎ 미용실 실장님 같은 이미지의 한 젊은

남자분이 나왔습니다. 처음에는 무슨 강사가 저렇게 말주변이 없어....횡설수설....하며 대수롭지 않게 들었죠.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그다지 전문적이지도 않고 깊이가 있지도 않은 꼭 동네 잘 노는 오빠가 소주한잔 하며 해줄법한 이야기가 제 마음을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창호지에 물 스미듯 시나브로 젖어드는 마음은 조금씩 조금씩 열리기 시작했죠.

'내가 성공해봐라, 여의도광장에서 내가 주저앉아 똥을 싸도 사람들은 아 성공한 사람은 저렇게 똥싸는구나

하고 칭찬할거야' 라며 아니꼬움이 가득했던 내 마음에 조금씩 봄햇살같은 따스함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누군가의 말을 듣고 눈물을 흘린다는것은 얼마나 경이로운 일인가요?

누군가의 감정과 서로 교류하며 그 감정을 공유한다는 것은 절대 아무나 되는게 아니랍니다.

우리는 아이와 가족과 수없는 시간을 교류하며 그들의 감정을 공유하는 능력자들입니다.

아이의 울음소리를 듣고도 배가 고픈지 기저귀가 젖었는지 귀신같이 아는 우린 "엄마"들이죠.

그런데 엄마, 엄마의 마음엔 하루에 얼마나 귀를 기울이세요?

"그럴 여유가 어디있나요? 밥먹을 여유도 없는데"

"그런 생각조차 할 겨를이 없어요"

맞습니다.

우리 엄마들 하루가 모자라요. 몸이 열개라도 모자른데 나를 돌아볼 여유 없다는거 이해해요.

하지만 그렇게 뒤로 미뤄진 내 마음은...어쩌면 정말 간절히 나의 손길과 위로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마음은.. 미사여구를 붙인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그 말에 답을 주지 못해요.

오로지 내가 나를 낮추고 웅크린 마음과 눈을 맞추고 그 앞에서 벌거숭이가 될수 있어야 마음은 이야기를 합니다.  아이에게 남편에게 귀신같이 곤두서는 나의 안테나를 조금만 나를 향해 주면 어떨까요...


마음도 훈련이 필요해요. 심플한 언어로 자꾸 마음에 말을 걸고 마음과 대화를 해야만 내 마음이 나를 지탱해주는 힘이 생겨요. 워밍업도 없이 격한 운동을 하면 우리 몸은 상처를 받죠. 그거와 같아요.

마음이 준비되지 않았는데 거기다가 폭풍같은 감정을 쏟아부으면 내 마음이 우지끈 무너지고 맙니다.

1분도 스스로에게 허락치 못하는건 슬픈 일이잖아요.

우리 설거지하면서도, 아이 젖병을 씻으면서도 잠시 오늘 수고한 나에게 말을 건네보도록 해요.

수고많았어. 오늘은 정말 긴 하루였는데 잘 해냈어.

누군가가 알아주지 않아도 되요. 내가 알아주는 나의 수고로 엄마의 마음은 한결 가볍고 뿌듯해질겁니다.

내가 나에게 다가갈땐 잘보일 필요가 없어요. 사랑받고 인정받을 필요도 없지요.

그저 심플하게 다가가서 이토록 애쓰고 고생하는 나의 마음을 칭찬해주세요.


아이에게 공감하듯,

남편에게 공감하듯,

우리의 그 놀라운 능력을 조금만 나 자신에게 나누어주도록 해요.


이곳에는 하얀눈이 정말 오랜만에 소담스레 내립니다.

집에 갈 일이 걱정스럽지만 그래도 일하며 오랜만에 창가에 내리는 하얀눈을 바라보네요.

이 하얀눈이 오늘을 살아가는 엄마들의 마음에 달보드레하게 내려앉아 열병앓는 마음을 시원하게 식혀주면

좋겠다고 생각해봅니다.


점심 맛있게 드세요....나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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