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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뽕 Aug 30. 2016

울지마, 아무도 널 해치지 않아.

내면아이 바라보기-힘들면 손 잡아줄께요.

동생과 다퉜다.

서른일곱 씩이나 되서 동생과 싸웠다는 말이 우습기도 하지만 그래 우린 싸웠다.

그것도 새벽 5시에....


새벽 5시가 좀 넘어 핸드폰이 울렸다. 더듬더듬 알람인줄 알고 끄려고 보니 동생에게 온 전화였다.

그 새벽에....평소엔 전화도 안하던 동생이 전화를 했다는건 집에 무슨 일이 나도 났다는 뜻 같아서 기겁하며 전화를 받았다. 술이 거하게 취한 목소리로 동생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고, 난 그 새벽에 전화해서 나한테 취중진담인듯 나에 대한 불만을 말하는 녀석의 말에 화가 났다.

아니 화가 났다는 말보다는 이 녀석이 말하고 싶은 말의 요지는 귀에 안들어오고 오로지 나에 대한 불만을 이야기 하는 것만 들어왔다는 말이 맞을 것 같다.


하루종일 회사에도 일이 안되고, 신경을 바짝 쓴 덕에 하루 종일 아무 것도 먹기 힘들었다.

아침도 굶고, 점심도 굶고, 카톡으로 싸우고....녀석의 한마디 한마디가 다 비수처럼 꽂혔다.

20년지기 친구에게 전화해서 한참을 울었다.

친구는 내 울음을 듣더니 덮어놓고 내편을 들어주었다. 그런 친구가 아닌데 아이때문에 힘들어하는 나를 보며 친구는 언젠가부터 일단 내 이야기를 들으면 무조건 내 편을 들어주었다.

그 놈시키 나쁜놈이다. 어디 누나한테!! 하며 내 편을 들어주던 친구의 말이 그래도 위로가 됐다.


그날 밤 운동을 하고 돌아오니 22개의 톡이 와 있었다.

동생이었다.

이게 정말 나랑 해보자는건가 싶어 카톡을 열어 또 장문의 메시지를 보냈다.

동생은 답답해 했다. 왜 내 진심을 몰라주냐며 왜 이렇게 꽉막혔냐고.....

니 진심이 뭐냐고 물었다. 그냥 까놓고 내가 알아주지 못하는 니 진심을 말하라고 했다.

동생은 더 말이 없었다.



오늘 아침도 기분이 좋지 않았다. 어제 그렇게 싸웠으니 기분이 나을리 없었다.

다시 친구에게 점심시간에 전화를 했다.

내동생에게 카톡이 온걸 보내줄테니 니가 좀 읽어볼래? 난 얘가 나한테 무슨 말을 하고 싶어하는지

도무지 모르겠어 라고 하자 친구는 그러마고 했다.

내가 알아주지 못하는 녀석의 진심이 뭐길래 그렇게 하루종일 나를 화나게 한건지 알고 싶었다.


친구가 말했다.

기집애야 니가 잘못했네!!

나는 발끈했다. 내가 뭘!!!!

제 3자의 입장에서 보면 니동생은 니가 너무 눈치를 보는거 같으니 엄마에게 좀 넉살좋게 다가가란

소리같은데, 니동생이 중간에서 너랑 엄마 눈치를 많이 보고 있는것 같다.

그말을 듣고 다시 카톡을 읽으니 그런것도 같았다.

정말 그래? 왜 난 그렇게 안들렸지?

니가 예민해서 그래. 너에 대한 불만만 들리니까 얘가 하는 말이 안보여서 그래.

힘들고 아플땐 원래 자기가 보고싶은것만 보이잖아. 마음의 여유를 좀 가져봐



부끄러웠다.

원래 퉁명스럽고 말이 없는 누나가 못내 엄마가 아들이라고 자기만 잘해준다고 생각하고 상처받는것 같아 그게 미안하고 보기 싫어서 자격지심을 가지지 말라고 한 말인데, 그야말로 난 내 자격지심에 혼자 발끈하고 말았다.

생활에 지치고, 나에 지치고, 아이에 지친 내가 얼마나 남의 말을 고깝게 듣는지도 알게 됐다.

왜 신랑이 넌 니가 듣고 싶은말만 듣고 논지를 흐리냐고 짜증내는게 뭔지 알거 같았다.

얼굴이 화끈했다.


마음이 오래 오래 얘기했었다.

난 억울해.

난 힘들어.

난 못해.

난 아무것도 아니야.

그런 무수한 내 존재의 부정들이 어느 순간 "나"를 만들고 나는 그안에 숨어버렸다.

겹겹이 나혼자 가시덤불을 쌓고, 그안에서 가시에 찔려하며 나를 숨게 만든 것들에 대해 억울해 했다.

나오면 손잡아주겠다고 하는데도 그 속에 숨어서 싫어 나가면 날 또 힘들게 할거잖아 라며 회피했다.


알았을것이다.

나가면 가시에 찔린 피투성이의 나를 마주보고 서야한다는것.

나가면 상처에 소독약을 바르고 가시를 빼내야 한다는것.

그래서 그 시간만큼은 아플것이라는것을....

하지만 새살이 돋고 나면 더는 아프지 않았을텐데....

무서웠다. 나갔는데 낫지 않고 곪아버리면 어쩌나....나갔는데 가시를 뺄때 많이 아프면 어쩌나....



그래서 계속 가시에 찔리며 난 지쳐갔다.

고통은 결코 시간이 흘러도 무뎌지지 않았고, 덧난 상처는 더 아파져 갔다.


처음 친구 손을 잡고 한걸음 가시덤불에서 나왔다.

부끄러워서 어떻게 하지?

친구가 말했다.

누나가 난독증이었다고 해 ㅋㅋ 그럼 나 이제 눈치 안보고 뻔뻔해질거라고 하면 되지

친구는 내게 가시덤불에서 나와도 세상은 네가 왜 고통을 참지 못했냐고 비난하지 않음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친구는 알려주었다.

어때, 가시를 빼내도 별로 아프지 않지? 이제 이만큼은 더 들어가지 마.



상처를 마주하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다.

다만 마주한 상처가 견디는 것만큼 아프진 않았다.

그리고 오랜만에 홀가분한 기분을 느낀다.

얼마를 더 가야 난 이 가시덤불을 완전히 벗어날지 알지 못한다.

다만 한걸음 내딛은 이 마음으로 아마 또다른 나를 마주할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 곁에는 이렇게 내 손을 잡아주는 내 편이 있을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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