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터널속같은 긴 시간 산후우울증.
가슴이 미어질거같다...
내가 가졌던 모든 기대와 희망이 송두리채 날아가버렸다
몰랐나보다 나에겐 아주 작은 그일이 정말 큰 위안이 되었는데..
이건 아닌거같다 정말 아닌거같다...이러면 버틸수 없어지는데...
싸이월드를 오랜만에 뒤적거렸습니다. 아니 좀더 정확히 말하면 업무중에 딴짓을 했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네요 ^^ 이 일기는 제 미니홈피 다이어리에 04.7.31 이라고 표시되어 있는 걸 가지고 온건데요.
아마 큰 아이가 돌이 되기 전이었나봅니다.
이때 제가 스물 다섯.. 군제대도 못한 남편대신 생계부양자로 사회생활을 하며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이었던
시절이었으니 아마 스물다섯의 어린 엄마가 마음의 짐이 무거웠었나 봅니다.
사실 전 두 아이를 낳고 두 번의 큰 고비를 넘어왔는데 그 중 가장 힘든고비는 "산후우울증"이었습니다.
사실 저는 이 산후 우울증을 초기 진압하지 못해 지금 역시도 만성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앓고 있습니다.
일상생활을 못할 정도는 아니지만 저는 감정기복이 심하고 쉽게 주눅들고 화를 꾹꾹 눌러참다가 빅뱅하고 마는
행동 패턴을 가지게 되었죠. 그 화살의 직격탄을 맞는건 불행하게도 거의 아이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전 이런 이야기를 식구들에게 하지 못했습니다.
언젠가 정신과 치료를 받던 저에게 했던 남편의 철없는 한마디 때문이었죠.
"너 정신병있잖아"
네, 우울증은 정신병 맞습니다. 몸에 이상이 생기면 우리는 쉽게 병원을 갑니다.
그런데 마음에 병이 생기면 사람들은 "정신병"이라 부르며 제 정신 아닌 취급을 합니다. 그게 두렵고 그 시선이 싫어서 치료를 포기한 사람 중 하나가 저였습니다.
스물넷에 첫아이를 출산하고 유난히도 햇살이 고왔던 그 가을...시댁에서 몸을 풀었던 전 집에서 입을 트레이닝
복을 하나 사기 위해 시내를 향했습니다. 어머님도 딸을 키워보시질 않아 어떤 옷을 사줘야할지 막막하셨는지 저보고 옷을 사오라고 하셨고 보름만에 밖에 나온 저는 마치 출소한 죄인처럼 바깥바람을 만끽하고 트레이닝 복 하나를 사왔습니다. 앞으로 어떤 시련이 절 기다리고 있는지 그땐 상상도 못했죠.
들뜬 마음으로 사온 옷을 짠 하고 꺼내서 바지부터 입었을때... 아 그 느낌은 지금도 잊지 못합니다.
허벅지부터 들어가지 않던 이미 예전의 나는 산산히 부서지고 퉁퉁 부은 푸석푸석한 나인듯 나아닌 나같은....
4일 열세시간의 진통을 하고도 제왕절개를 했던 저는 아이가 직접수유를 거부해 보름만에 분유수유로 노선변경을 해야했고 그 과정에 시어머니로부터 니가 애를 너무 편하게 낳아서 젖이 안나오는거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 마음의 상처가 채 지워지기도 전에 이 사건은 저를 더 깊은 수렁에 몰아넣었죠.
약을 먹어도 좋아지지가 않았습니다. 성질도 별나다는 시어머니의 모진 말이 마음을 할퀴고 별것 아닌 일에도 다 나를 무시하는 것만 같았습니다. 친구들은 남자친구들과 놀러도 다니고 치열하게 세상을 살아가는데 나는 전쟁같은 현실속에서 허덕거리는게 숨이 막히고 비참했습니다.
서로 어린 부부는 서로를 다독이지 못해 연일 서로를 할퀴어 대며 눈을 부라리고 목소리를 높이며 싸워댔고 매일 밤 아이는 엄마 아빠의 싸우는 소리에 놀라 자지러지게 울었습니다.
그러기를 6개월...저는 술없인 잠을 잘 수 없는 알콜의존증세에 이르렀습니다.
유리잔으로 소주를 서너잔은 마셔야 술기운에라도 잠을 자는게 가능했습니다. 그래야 이 악몽같은 밤이 조금은 빨리 지나가 주었으니까요. 하지만 그때뿐 그렇게 해서 해결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아이는...그토록 내 목숨과도 같았던 아이는 제겐 사랑이 아니었습니다.
내 인생에서 영원히 벗어나지 못할 족쇄.
내 어깨를 짓누르며 나를 옭죄이는 올무와도 같은 존재.
한마디로 아이는 제게 덫 이 되고 말았습니다.
아이가 우는 소리가 듣기 싫었습니다.
우는 아이를 침대에 내버려두고 방문을 닫고 나와 그 앞에 귀를 막고 울었습니다.
그러면서도 가슴을 짓누르는 미안함에 얼른 아이를 품에 안고 목이 터져라고 울었습니다.
마치 뜨거운 감자처럼 저는 이 상황을 품에 안지도 내려놓지도 못하고 그렇게 시간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그 어두운 시간들은 지나갑니다.
반드시 지나가요. 정말이예요.
그러려면 내 상처안으로 엄마가 다가가는 용기까지는 내셔야해요.
대부분 육아에서 받는 스트레스와 견딜수 없는 압박과 강박은 엄마의 마음속 어느 날의 아픈 자신이 있습니다.
거기에서 힘들다, 사랑받고 싶다고 울고 있는 자신에게 다가가는 용기를 내셔야 합니다.
그것은 꼭 어린날의 내가 아니더라도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아이가 바꾸어버린 내 자아의 슬픈 목소리일수도
있습니다. 그 상처를 마주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정말 용기가 필요한 일이예요. 온전히 벌거벗고 내 마음과 마주하는 일이니까요.
하지만 그 상처와 눈높이를 맞추고 내 손을 잡아주면 자신이 하고팠던 말을 한 상처는 조용히 물러날겁니다.
엄마를 해하려고 기다린것도 아니고 엄마를 아프게 하려고 있던것도 아니예요.
그저 아프다고 힘들다고 나좀 안아달라고 위로받고 싶다고 하려던 것 뿐이니 위로받은 상처는
고요하게 내 마음에서 물러날 겁니다.
삶의 모든 초점을 아이에게 두지 마세요.
엄마가 밥을 먹는 중에 아이가 운다면 잠시 보행기를 태운다거나 바운서에 앉혀두어도 좋아요.
그렇다고 엄마가 나쁜 엄마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가 잘때 밀린 집안일을 하기 전에 따뜻한 차한잔을 해보는 것도 좋아요.
하루쯤 청소를 하지 않는다고 나쁜병에 걸리는 것도 아니예요.
적어도 나를 위한 시간..그것이 5분이든 10분이든 조금은 이기적이 되세요.
나를 사랑할줄 아는 기운으로 아이를 바라보아야 해요.
너무 애쓰지 마세요.
완벽한 사람은 없어요.
그냥 물 흐르듯 그렇게 엄마의 마음을 토닥토닥 해 주세요.
내가 아이에게 화를 낸다고 해서 내가 아이의 우유를 조금 늦게 주었다해서 기저귀를 좀 늦게 갈아주었다해서
아이에게 미안할 일은 아닙니다.
그것은 그저 일어난 일인거예요.
단지 "just" 라는 것을 잊지마세요.
오늘도 눈부시게 빛나는 당신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