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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뽕 Apr 20. 2017

내 마음 깊은 곳의 너

내 아이만 이상한가요? 아뇨~ 다 그렇게 커요 정도의 차이만 있을뿐이에요

사춘기 아이둘을 키운다는건 엄마의 자존감이 그야말로 바닥을 치는 일이라는걸 겪기 전에는 몰랐습니다.

옥이야 금이야 물고 빨고 키우진 못했다고 해도 제 자식 귀히 키우지 않은 부모가 어딨을까요

내 살같은 아이가 어느 날부터 불손한 태도와 거친 언사로 나를 대하고, 나와 대화를 하지 않으며, 아이에 대해

모르는 것이 더 많아지고, 심지어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내뱉고, 완력을 사용해 나에게 대항할때 차마 그런 날이 내게도 오리라 미처 마음의 준비도 하지 못했던 날 그런 날은 나를 피해가지 않고 찾아왔습니다.


이래서 북한도 남한 중2가 무섭다고 했구나....썩을....

아마 여름방학 끝무렵이었을겁니다. 개학 하루 전날 교복 넥타이가 없다고 찾고 있던 시간은 밤 열시.

대체 몇날 며칠 뭐하고 내일 학교가는데 이제사 넥타이를 찾냐고 아이와 실갱이를 하던 중 잔소리가 길어지고,

언성이 올라가고, 말이 길어진다 싶었던 순간....

섬광처럼 내 귀에 꽂힌 한마디....

"에이 씨발년이......"


헐....

나의 세상이 무너진다는게 이런거구나.

이런 날이 올지도 모른다고 수없이 생각하고 마음을 다잡았었지요. 사내 아이 키우다보면 이런것보다 더한 일도 있다고 선배 맘님들에게 수도 없는 이야기들을 들었습니다.

상담센터 다니며 엄마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아이도 보았고, 죽겠다고 엄마를 위협하는 아이도 보았습니다.

그런데 아는것도 들은것도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지금 이 말로 아이와 상소리를 오가며 함께 싸우지 않을 것. 그건 엄마로서의 위신, 체면 그런 문제가 아니라 너무너무 화가 난 내가 이 화로 무슨 짓을 저지를지 가늠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어쩌면 오늘 밤 마감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할지도 모른다는 마음으로, 아이와 대거리를 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한 결과는 상판이 유리로 되어 있던 체중계를 내동댕이 친 것이었습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조각조각 부서진 내가 도저히 원래의 나로 돌아올 길을 찾을수가 없을 것 같았습니다.

그건 내가 나한테 울리는 경종과도 같은 거였습니다.


두말도 안하고 집밖으로 나가버렸습니다.

지금은 아이가 욕을 한것이 중요한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불같이 일어난 화를 누그러뜨리고, 나를 다시 조각조각 맞춰 원래대로 되돌리는것이 우선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로등이 그날따라 왜 그렇게 서글프게 빛나고 있던지.....

노래가사처럼 정말이지 조용한 밤이었어요, 너무나 조용했어요.... 밤하늘 바라보았죠 별하나 없는 하늘을...

그리고 울어버렸죠, 아무도 모르게요....


짐승의 울부짖음같은 기괴한 울음이 터져나왔습니다. 울음이라기보다 절규에 가까웠던 마치 나의 비명과도 같던 울음이 오래도록 계속 되었습니다. 그 울음이 멎을때까지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요....

온몸에 힘이 다 빠지도록 울고나니 조금은 냉정을 찾은것 같았습니다. 그래도 자신이 없어 한참을 더 벤치에 앉아 있었습니다. 아이와 대거리 하지 않을 냉정이 그 순간 너무나 간절했습니다.

집에 들어가서 깨진 체중계의 잔해와 뉘우침 없는 녀석을 보는 순간 그 화는 다시 머리끝까지 뻗혔고, 애써 바라보지 않으려 애쓰며 유리조각을 치웠습니다.

그렇게 나도 아이에게 말을 건네지 않고 아이도 나에게 사과를 하지 않은 시간이 3일쯤 흘렀습니다.


3일동안 아이에게 딱 한장의 쪽지만을 건넸을 뿐입니다.

네가 진심으로 사과하면 엄마는 널 용서할거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난 이제 너의 엄마로서의 모든 책임과

의무를 내려놓을 생각이야. 부모에게는 자식에 대한 마땅한 책임이 있지. 하지만 그건 자식이 가지는 당연한 권리가 아니야. 난 그렇게 생각해. 부모에게 책임과 의무가 있다면 자식도 그에 상응하는 도리와 예의가 있어.

잘 생각해보렴


아이는 3일동안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았습니다. 나름 생각이 많았겠죠. 덜컥 미안하다고 하기도 쑥쓰러웠을테고, 잘못은 했고 머쓱한데 딱히 다가서기도 마땅치가 않을테지만 아는척하지 않았습니다.

3일동안 따로 아이의 식사를 챙기지 않았습니다. 물론 먹을것을 장만해놓긴 하지만 차려먹긴 본인이 챙겨먹어야 합니다. 3일동안 일체의 교복세탁, 준비물, 기타 필요한 가정통신문등을 챙기지 않았습니다.

핸드폰을 회수했습니다. 용돈도 지급되지 않습니다.

어른답지 못하고 용렬할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엄마는 신이 아닙니다.

아이의 그 어떤 태도에도 너는 엄마니까 너그럽고 자애로워라 그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교복 셔츠가 세벌... 마지막 세벌째를 벗어내놓던 날 아이가 쭈뼛거리며 다가왔습니다.

잘못했어요... 진짜 잘못했어요 제발 교복좀 빨아주시면 안되요?

교복때문이면 모아둔 용돈으로 세탁소에 가도 돼. 그것때문이면 사과하지 않아도 된다.

네가 정말 잘못했다고 느끼거든 사과해.

진짜로 잘못했어요. 다.시.는 안해요 그냥 엄마가 짜증나게 계속 했던말 또하고 또하니까 화나서 그랬어요.

엄마한테 욕한거 아니예요. 나도 모르게 그랬어요.

그래 알았어. 엄마도 마음이 지금 몹시 복잡하니까 생각할 시간을 좀 줄래 그리고 다시 이야기하자


그렇게 이틀이 더 지나서야 겨우 아이 눈을 바라볼 마음이 들었습니다.

나의 자괴감과 미움과 헝클어진 애증이 뒤섞인 마음이 희석되고, 이 녀석은 이제 겨우 열다섯 먹은 호르몬이 천지분간 못하고 날뛰는 질풍노도의 중2일 뿐이라는걸 인지할 마음이 아주 조금 들었달까요?


말주변도 없는 엄마는 다가가서 아들을 쿡 찌릅니다.

잘못했어, 안했어?

잘못했어.

또 그럴거야 안그럴거야?

안해요.

뭐가 불만인지 말해도 돼, 짜증내도 돼, 화내도 돼. 그런데 욕하고 힘으로 엄마를 제압하거나 하면

빤스도 안입혀서 내쫓을거야.

헐 ㅡㅡ

진짜야. 꼭 그렇게 할거야. 잔소리 싫다고 했으니까 구구절절 뭘 잘못했는지 말안할거야.

니가 더 잘알거니까. 다시 이런일이 있으면 난 꼭 널 빤스도 안입혀서 내 쫓을거야.

완전 뒤끝쩔어.....헐.....


그래요, 뒤끝쩌는 엄맙니다.

그래도 그렇게라도 안하면, 다시는 내 자리로 돌아오지 못할거라는걸 알아요.

나 자신을 가장 잘 아는건 나니까.

아이와 갈등을 푸는 무수한 방법들이 있어요. 책에도 나오고 전문가가 조언도 해요. 그런데 잘 안되요.

너무 아이편인 갈등해소 방법은 엄마가 실천하기도 어렵고, 엄마의 화와 슬픔은 오간데가 없어요. 그럼 엄마는 계속 불행해져요. 나는 뭔가, 이런걸 용납하지 못하는 나는 나쁜 엄만가...그런 슬픈 자책이 더 아프게 해요.

그러니 그 많은 방법중 나와 맞는 것을 찾으세요. 너무 아이편이지 않아도 되요.

가끔은 아이도 엄마가 신이 아니라는걸 알아야 해요.

아이로 인해 엄마도 상처받을 줄 아는 사람이라는걸 아이도 알아야 해요.

설령 이런 이유로 아이와 대판 싸웠다고 해서, 너무 화가나서 아이 뺨을 철썩 때렸다고 해서 당신이 자격없는

엄마가 되는 것도 아니예요. 우린 그저 사람이니까....


아팠을거예요.

놀랐을거예요.

얼마나 황망했을까, 허무했을까....그 마음 잘 알아요.....

무엇보다 중요한건 엄마가 엄마를 잘 추스려서 박살나버린것 같은 나를 잘 맞추는거에요.

사춘기는 아이만 자라는게 아니에요. 엄마도 또 그만큼 키자람을 해요.

그래서 아파요. 크려니 성장통을 겪는거예요.


그 뒤 아이는 저에게 반말을 하지 않습니다.

무슨 생각이었는지 시키지도 않았는데 꼬박꼬박 존대말을 해요.

절대 안한다는 공부도 시작했어요.

하루 30분일때도, 한시간일때도 있어요. 그래도 안시켜도 문제집을 보고 해요.

거기에 대해 치하하지도 않았어요. 그저 하면 하는대로 안하면 안하는대로 내버려두어요.

그래도 그 뒤꼭지가 장하고 이뻐요.

마음이 꽉 차는 기분이 들어요.


때로는 지켜봐주는 시간이 필요해요.

회초리를 들어 내리쳐야 할 순간 참는건 너무너무 힘들어요.

하지만 그 대가가 캬라멜 마끼야토보다 더 달콤할지도 몰라요.

그 과정이 너무너무 아프지만 그 아픔은 제가 엄마 손 잡아드릴께요.

안다고 해서 아프지 않은게 아니라는걸 아는 사람이 잡아주는 손은 조금 더 힘이 될거예요.



그러니 틴에이져 엄마!

오늘도 힘내요!!


*상쾌하고 통쾌하고 안도되는 팁!

 내가 자식을 잘못키웠나 싶었어요. 그런데 며칠후 아는 후배가 동갑내기 아들에게 똑같은 일을 겪었다고

 전화왔을때 우린 깔깔 웃었어요. 야 난 XXX1기, 넌 2기다. 라고 웃어버렸어요.

 내 아이만 이상한거 아니예요.

 다른 아이들도 다 그렇게 커요. 정도의 차이가, 나이의 차이가, 있겠지만

 저마다의 성장통을 겪으며 다 그렇게 크니까 우리 그렇게 위안 삼자구요^^


또하나 팁을 드리자면 아이의 모든 말에 행동에 너무 깊은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면 좋아요.

엄마한테 욕을 했다고 아이가 정말 엄마를 그렇게 생각하는건 아니예요.

그저 그만큼 화가 나고 짜증났다는걸 눈앞에 있는 엄마에게 퍼부은 거예요.

우리가 화가 나서 어느날 아이에게 화살을 겨눈것처럼....

아이가 그 모든 말과 행동을 가슴에 담고 응어리 져 하며 우리에게 앙심을 품지 않았잖아요.

그러니 저녀석이 많이 화가 났구나 하고 흘려보내기 위해 엄마를 다독이세요.

그래야 아이가 아니라 엄마가 덜 아플수 있어요. 엄마를 위해서예요.

그러면 어느날 세상 귀한 아이가 다시 엄마 품에 와 있을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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