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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뽕 Apr 27. 2017

나와 다름을 인정하는 것

편견에서 나오면 내 아이의 다채로움이 보여요.

대선후보 한분이 동성애를 반대한다고 했다가 큰 곤욕을 치루신다.

아마 그분이 말하고 싶었던 펙트와 단어선택이 어긋난듯 하다.

하지만 그 장면에서 난 질문은 쓰레기 같았고, 대답은 엉망이었다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었다.

애초에 찬성 반대로 물어볼 요지도 아니었고, 거기에 대한 정확한 반박도 없었다.


오래전에 홍석천씨가 커밍아웃을 하고 한동안 그를 볼수가 없었다.

그 당시에는 지금보다 훨씬 더 동성애를 바라보는 시선이 보수적이었으니, 아마 큰 곤욕을 치루셨을거라고

생각한다. 동성애...나와 같은 성을 사랑하는것, 그건 나쁜걸까? 아니면 불법인가? 죄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그냥 그런거였다. 동성애 이성애 양성애 남자 여자 해 달 나무 꽃 뭐 이런것처럼

그냥 나와 같은 성을 사랑하는 성의 정체성. 그게 다였다.

정신병도 아니고 전염병도 아니고, 동성애자 옆에 있는다고 동성애자가 되는것도 아니고, 심지어 그들이 보긴

이성애자인 내가 더 이상할수도 있는것 아니겠는가... 남자를 좋아하는 내가 그들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을것이다.


아이가 동성애 문제를 다루는 프로그램을 보다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더러워 죽겠네. 저건 정신병자들이야"

순간 멍하니 아이를 바라본다. 경멸과 분노가 가득했다. 저들이 무슨 피해를 자신에게 주었길래 저토록 혐오와

분노를 드러내는지 알수가 없었다. 물론 내가 동성애에 대해 극한의 혐오가 없다고 해서 너도 그래야한다는건

아니지만 이유없는 분노를 두고 보기도 그랬다.

무엇보다 무엇에 그토록 혐오를 드러내는지 알고싶기도 했다.

"그래 그렇게 생각하는건 네 마음이니까 뭐라고 할건 아닌데.. 왜 그렇게 더럽다고 생각하는거야?"

"저게 정상이야? 남자가 남자를 좋아하고 여자가 여자를 좋아하는게 정상이야?"

"그럼 남자가 여자를 좋아하는게 정상일까? 왜 그건 정상이라고 생각해?"

아이의 표정이 묘해졌다. 지금 뭐하자는 시츄에이션인가 하는 표정으로 날 한심하게 바라본다.

"내가 남자를 좋아하면 좋겠어? 우리반에 누군가가 나를 좋아한다고 생각만 해도 소름끼쳐"

"그래, 니가 동성애를 싫어할수 있어. 그건 누구도 강요할 문제는 아니야. 하지만 니가 알지 못하는 사이 너희반 또는 니가 속한 어느 집단에서 동성애자가 있을수도 있어. 그럼 그 사람들은 공부도 하지말고, 취직도 하지말고, 집에만 틀어박혀서 돈도 못벌고 배우지도 못하고 살아야해?"

"누가 그러래?"

"나오면 사람들이 이렇게 더럽다, 꺼져라하면서 손가락질해. 그건 왜일까?"

"정상이 아니니까"

"이성애는 정상일까? 왜? 저사람들이 보면 우리가 비정상처럼 보일거야"

"억지부리지마"

"잘 생각해봐, 저 사람들보다 우린 수가 많아. 훨씬 많으니까 우리가 정상처럼 보이는거지. 왜냐면 우리 소리가 더 크거든. 그런데 저사람들은 수가 적으니까 대항하기가 불리해. 애초에 공정한 싸움이 아니지. 그냥 쪽수로 이긴거야. 정상 비정상 이런 문제가 아니라 수가 많으니까 그게 평범한게 된거라고 엄만 생각해"

"그래도 싫어"

"어, 싫어해도 돼. 그건 니 주관이니까. 엄마가 말하고 싶은건 싫은건 싫은거고, 저들이 더럽거나 혐오의 대상이거나 아니면 사회에서 주는 기회의 차별을 받아서는 안되는거라는거야"

".................."

"우리가 속한 집단에서 다르게 튄다는것이 동성애 뿐일까? 장동건보다 못생긴 남자의 결혼을 법으로 금지하면? 말이 된다고 생각해?"

"그게 뭐야!!!!!!"

"거봐, 못생겼다고 키가 작다고 장애가 있다고 어떤 이유로도 차별해선 안돼. 그건 아무 이유도 없어.

존중받아 마땅한 인간이기 때문이야. 인간은 누구나 존엄하니까"

"그럼 왜 동성결혼은 못하게 해?"

"동성애를 차별하지 않는거랑 동성혼을 나라가 인정하는건 아주 달라. 동성애는 그냥 그런거야. 나와 같은 성을

사랑하는거. 아 그렇구나 저사람은 그런 성향이구나 그런 성정체성을 가졌구나. 마치 아 저사람은 외국인이구나, 키가 크구나, 우리반 철수는 얼굴이 까맣구나, 김태희는 예쁘구나 그런것처럼 그냥 그런거지.

찬성하고 반대할 문제가 아니잖아, 넌 니가 똥싸러 가는거 찬반 투표하고 가냐? 그냥 똥이 마려우니까 화장실 가는거지. 그런데 동성혼은 달라. 결혼을 나라에서 법으로 인정하면 사회에 미치는 파장이 커져.

동성혼을 인정하면 우선 동성부부가 아이를 키울 문제도 해결해야해. 동성부부는 정상적으로 임신할수 없으니 입양해야겠지. 동성부부는 우리나라에서 입양이 안돼. 그걸 해결해야지. 아이 양육도 어떻게 지원할건지..

그리고 아이들 교육 시스템도 바껴야지. 영희네는 엄마가 둘이고 철수네는 엄마 아빠가 있고 똘이네는 아빠만 둘이고 그럼 아이들이 혼란스럽잖아. 그러니 동성혼을 인정하면 현재 너희들이 받는 교육시스템도 다 바껴야해. 동성애에 대한 교육 인식 다 바껴야지. 그리고 그건 동성애를 인정하는거니까 너희가 받는 성교육도 다 바뀌어야지. 동성부부가 이혼을 하거나 재혼을 하거나 그때 양육된 아이의 문제라던가 이거 하나를 합법화 함으로서 퍼지는 사회적 파장이 너무 커. 그러니까 오래오래 고민하고 동성애자를 차별하지 않고 서서히 우리 나라 정서가 용납할때까지 노력하는거지. 그건 복지국가는 하는데 우린 왜 안해 할 문제가 아니야. 간단하지 않아"

"그럼 엄마는 내가 남자를 좋아해도 지금처럼 말할거야?"

"니가 남자를 좋아한다면....아니.. 지금처럼 입바른 소리 못하겠지. 충격받을거야. 근데 니가 남자를 좋아하든 뭘하든 변하지 않을건 하나 있지"

"뭔데"

"넌 내 아들인거. 니가 사랑하는게 누구든, 니 성적 정체성이 어떻든, 하다못해 니가 난 여자라고 우겨도

변하지 않을건 넌 내 사랑하는 자식인거. 그래서 충격은 받겠지만, 또 니가 동성애자라는게 솔직히 슬프겠지만 나는 너를 비난하거나 욕하거나 내쫓지는 않을거야. 니가 남자를 좋아한다고 내가 자식을 버려도 되는건 아니잖아. 니가 내 자식이 아닌것도 아니잖아. 여전히 넌 귀한 내 아들이고 난 널 사랑하고, 처음엔 슬프고 충격받겠지만 나는 네가 조금이라도 덜 힘들고 덜 부딪히고 덜 상처받을 길을 함께 찾아볼거야"

"이해 못해 난"

"응 이해 못해 지금은...조금더 커서 세상을 더 겪고 나와 다른 무언가를 많이 만나야 그런 마음이 들어.

한번도 니가 장애가 있거나 피부색이 다르거나 너와 다른 무언가를 비난하고 멸시하지 않았으니 이런 편견도 어른이 되면 잘 극복할거라고 난 생각해"

아이와의 대화는 일단락됐다. 아이는 설득된 기색이 1도 없었다. 하지만 난 앞으로도 끊임없이 나와 다름이 어떤건지 이야기해 주리라 맘먹었다. 편견에 갇힌다는건 온 세상을 기준점에 나를 세워놓고 남을 재단하는것.

그것만큼 무서운 독선은 없다.

아마 오래오래 더 시간이 지나야 할 것이다. 세상을 많이 보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다보면 아이도 어느날인가 아 이런사람도 있구나, 저런사람도 있구나 하며 둥글어질 것이다. 심성이 보드라운 아이니 충분히 그럴거라고 믿는다. 또 그렇지 못하면 그때 또 이야기를 해줄 것이고....


동성애가 에이즈를 옮긴다는 황당한 말을 듣고 생각했다.

물론 있다. 동성애가 에이즈를 옮긴다는 말이 아주 아니라고 할순 없다. 그런데 그들은 이성애자보다 수가 훨씬 작다. 이성애자들이 문란한 성생활과, 콘돔등 대비책없이 무방비로 치른 성관계가 이런 질병을 확산시킬 확률은 훨씬 더 크다. 당연하지 않은가 이성애자가 훨씬 더 많은데 그들이 한사람하고만 관계를 맺지도 않을거고

그 확산빈도는 당연히 더 크게 될테지.

동성애가 누군가에게 피해를 줬나....글쎄 강제추행등 성범죄가 되면 피해가 되겠지. 그럼 이성애자는?

불륜, 강간, 원조교제, 아동 성범죄, 나열하자면 끝도 없는데 죄로 따지면 동성애자 빈도가 클까 이성애자 빈도가 클까?

기준점에 나를 세우지 않고 바라봐야 잘 보이는 것들이 있다.

엄마가 어떤 편견에 갇혀 세상을 바라보기 시작하면, 자연히 아이는 그 색에 물든다.

아이에게 엄마는 온전히 세상의 전부이니까.


나부터 늘 세상의 모든 문제에 나와 다름을 틀렸다고 말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 때문에 아이랑도 무수히 싸웠다. 학생 다워라, 아들 다워라, 이런 나의 요구에 아이는 분노했다.

학생다운건 뭐고 아들 다운건 뭔가...말해놓고도 모르겠더라.

학생다운건 누가 만든 기준일까?

공부는 학생의 본분이다 라고 누가 규정한 걸까?

나에게 동성애는 또다른 나와 다름이었다.

내 인정따위가 필요한 문제도 아니었다. 그저 나는 나와는 다르구나, 나는 이성애자인데 저들은 동성애자구나

그게 다였다. 그거면 된다.

나와 다른게 틀리지 않다는걸 인정해야 그때부터 존중이 나온다.

틀렸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존중하긴 어렵지 않은가.


나와 다름을 인정할수 있다면 어쩌면 우리 아이의 무궁무진한 가능성도

내 기준에 맞추지 않으니 오히려 더 잘 보일수도 있는 문제다.


편견...그 무서운 세상속에서 한걸음만 나와도 세상은 너무나 다채롭다는걸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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