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헌트 Aug 02. 2024

동티모르 EP.6 : 시골 풍경, 초원 나들이

[헌트의 동티모르 시절 이야기]

앞으로 전개될 모든 이야기들은 제 핸드폰 or 드라이브에 담긴 사진의 순서대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처음 동티모르로 떠났던 게 2016년이니 기억들이 많이 미화됐을 수도 있어요. 그럼에도 지난 사진들을 보고 당시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걸 보니 여전히 저한테는 특별한 기억들인가 봐요.


앞으로 전할 이야기들도 재밌게 봐주세요:-)



2016.03.12. - 13.

로스팔로스에서의 둘째 주 평일에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사진으로 남아있지 않아서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아마도 R소장님의 배려로 현지 생활 적응과 더불어 동티모르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스스로 가졌던 거 같다.

R소장님은 처음 오는 사람들에게 처음 한 달 동안 매주 한 가지씩 과제를 주셨는데, 동티모르와 관련된 영화나 책 읽고 감상문 쓰기, 현재 사무소에서 진행하고 있는 사업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 정리 등 동티모르에 대해 스스로 알아가면서 앞으로 할 일들에 대한 계획을 세워볼 수 있도록 해주셨다.

처음 적응하는 간사들을 위한 작은 배려였지만, 나는 큰 배려로 느껴졌다. 아무리 '적응의 왕 박현태'라고는 하지만, 전혀 경험해 보지 못한 환경과 말이라고는 1도 통하지 않는 곳에서의 적응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초반 업무적인 부담은 최대한 줄여주시면서 빨리 현지에 녹아들 수 있도록 하고자 한 의도셨지 않을까 생각한다.

주중에는 일 배우랴 과제하랴, 정신없어서 사진을 찍어두지 못했던 거 같다. 그렇게 주말이 됐고, 어느 정도 적응을 마친 나는 조금은 멀리 산책을 가보고자 주말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이곳에 남자가 파견됐던 게 거의 10년 가까운 사무소 역사에 내가 세 번째(였던 걸로 기억)였기 때문에 함께 일했던 Maun들이 많이들 반겨주셨는데, 아무래도 일을 하다보면 이것저것 몸쓸 일이 많았는데 그래서 더 좋아하셨던 거 같기도 하다. 이런 개도국에서는 외국인으로서 겪어야할 어려움들이 아주X1,000 많지만 상대적으로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조금은 다른 분들에 비해 자유로울 수 있었다.(그리고 그때의 박현태는 겁을 상실했었다.)


당시 지내던 집에서 사무소 까지는 걸어서 10분 내외였고, 나름 시내 중심부에 살고 있어서 그렇게 대자연이라는 느낌은 받지 못했었는데, 불과 걸어서 15분 정도만 나왔을 뿐인데 초록초록 그 자체였다. 드넓은 초원에 주인이 있는지 모르겠는(사실 다 주인이 있었습니다.) 가축들이 나와서 풀을 뜯고 있는 모습을 보니 '내가 정말 동티모르에 왔구나.'라는 실감이 났다.(참고로 저의 취미생활은 초원에 가서 소 풀 뜯는 거 구경하면서 말 걸기 였습니다...)


뻥 뚫린 초원을 계속 걷다보니 기분이 점점 좋아지는게 아닌가? 이때 확신을 가졌다. '나 여기랑 너무 잘 맞을 거 같다!' 이때 박현태의 나이 27세. 한국에서도 늘 시골에서만 살다가 1년 전 서울에서 살아본 게 도시생활의 전부였는데, 역시 나는 시골이 맞는 사람이었다. 웬만해서는 셀카를 안 찍는데, 기분이 너무 좋았나보다. 아니면 가족들에게 자랑하고 싶었던 걸 수도.



주말 산책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멍구의 새끼가 돌아다니고 있길래 붙잡아서 사진 한 컷. 참고로 멍구는 내가 있는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약 8회의 출산을 하였는데 내가 받아낸 멍구 새끼들만 30마리 가까이 되는 듯 하다. 매번 이름을 지어주긴 했지만 너무 오래돼서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동티모르는 고양이를 불운한 동물로 여겨서 교통수단에 태울 수 없어서 수도로 데려가 중성화 수술을 해줄 수 없었어요. 이동거리도 멀어서 스트레스로 인한 건강 문제도 확신할 수 없었고요.)



동티모르에 있으면서 여러 종류의 질병(뎅기열, 이질아메바 등)에 많이 노출됐었는데,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 때문이었는지 온몸에 붉은 반점이 올라와서 수녀님이 운영하시던 클리닉에 갔더니 수페르미(인스턴트) 적당히 먹으란다... 한 입만 먹어도 자극적이고 몸에 안 좋을 거 같은 맛이지만, 삼시세끼를 다 해 먹을 수는 없었다고요...



저녁에 휴식을 취하고 있었는데, 한국에 있던 지인이 사진을 보내줬다. 이때는 라식 하기 전이라 똥그리 안경을 쓰고 다녀서 여러 별명이 있었는데, 윌리만 보면 꼭 사람들이 연락이 왔었다. 뭐든 한국에서 오는 소식은 반가워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주말을 마무리 했다.

작가의 이전글 동티모르 EP.5 :주말 나들이, 친구 만들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