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트의 동티모르 시절 이야기]
앞으로 전개될 모든 이야기들은 제 핸드폰 or 드라이브에 담긴 사진의 순서대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처음 동티모르로 떠났던 게 2016년이니 기억들이 많이 미화됐을 수도 있어요. 그럼에도 지난 사진들을 보고 당시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걸 보니 여전히 저한테는 특별한 기억들인가 봐요.
앞으로 전할 이야기들도 재밌게 봐주세요:-)
2016.03.19.-20.
동티모르는 섬나라이지만, 로스팔로스는 내륙지역이어서 바다를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 가장 가까운 바다를 가기 위해서는 산 넘고 물 건너 한 시간 넘게 북쪽으로 이동하면 꼼 비치(Com Beach)라는 곳이 나온다.
지난 번 환영회(?)를 뒤로하고, 제대로 된 환영회를 위해 R소장님, I간사님, C간사님 그리고 봉구라는 친구와 함께 꼼 비치에 다녀왔다. 꼼 비치는 로스팔로스에 있으면서 일에 치일 때마다 한 번씩 갔던 곳으로 아주 작은 어촌 마을이 있는 곳이다.
한 달 가까이를 초록 초록한 숲속과 초원을 누비다가 만난 바다는 완전 색다른 느낌이었다. 초음 가 본 꼼 비치의 느낌은 그동안 가본 바닷가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여유로움이 느껴졌다.
도착하자마자 다 같이 이곳저곳으로 산책을 나섰다. 가까운 곳에 선착장이 있었는데, R소장님이 대뜸 물에 들어가 보자고 하시는 거였다. 수영을 할 수는 있었지만, 바다에서 수영을 해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게다가 선착장이 해안가에서 멀리 나와있어서 물도 꽤나 깊었다. 소장님이 익숙하다는 듯이 물에 들어가시길래 순간 겁을 상실하고 생각 ㄱ없이 나도 물에 뛰어들었다. 겁 없이 물에 들어는 갔는데 발도 닿지 않고, 순간 악어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부랴부랴 다시 올라왔다. 반면에 소장님은 여전히 여유롭게 헤엄을 치고 계셨다.
사실 동티모르에는 바다며, 호수며, 강이며 어딜 가나 악어들이 살고 있어요. 실제로 동티모르에서 지내면 한 달에 한 번씩은 악어 사고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요. 가까운 지인들 가족들 중에서도 악어 사고로 돌아가신 분들도 계시고요. 시내에 작은 연못에도 악어들이 살고 있어서 실제로 대낮에 육지에서 악어가 출몰한 적도...
산책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서 샤워를 마치니 어느덧 해가 넘어가고 있었다. 동티모르에 있으면서 좋았던 것 중 하나가 영화에나 나올 법한 노을을 공짜로 볼 수 있다는 점이었는데, 바닷가에서 보는 노을은 정말 값을 매길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박현태는 이날 본 노을을 잊지 못해서 그 뒤로도 계속 오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밤이 되니 이제는 하늘에 별이 쏟아져서 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별구경을 했다. 하루 종일 특별히 한 거라고는 없었지만, 모든 것들이 아름답게만 보였던 나에게는 하루가 어떻게 갔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였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각자 여유로운 시간을 갖고는 파도 소리를 들으며 잠을 청했다. 이곳은 노을 못지않게 일출 또한 예술인데, 이날 사진에는 기록되어 있지 않음으로 다음 에피소드에서 소개하도록 하겠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그 곳의 모습, 풍경 하나하나가 떠오르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