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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티모르 EP.12 : 일하기, 풍경 보기, 영화 보기

by 헌트

앞으로 전개될 모든 이야기들은 제 핸드폰 or 드라이브에 담긴 사진의 순서대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처음 동티모르로 떠났던 게 2016년이니 기억들이 많이 미화됐을 수도 있어요. 그럼에도 지난 사진들을 보고 당시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걸 보니 여전히 저한테는 특별한 기억들인가 봐요.


앞으로 전할 이야기들도 재밌게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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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4.12.~19.


동티모르에 파견 후 한 달간은 소장님의 배려로 현지 적응 기간을 가졌다. 아무래도 낯선 환경에 적응도 해야 하고, 언어도 다르다 보니 바로 일에 투입되는 것보다는 그 나라를 알아가고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다.


그래서 현지 적응 겸 매주 과제를 내주셨는데, 현지와 관련된 영화를 보고 생각 정리, 현장에 와서 해보고 싶은 사업 아이디어 과제 제출 등 이었다. 소장님의 배려 + 적응 끝판왕이 만나 생각보다 현지에 빠르게 녹아들었다. (사실 비행기에서 내리는 순간부터 뭔가 마음이 고향에 온 거 같긴 했지만...)


한 달 정도의 적응 기간을 마치고...(그사이에 너무나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현지 사업을 담당하게 되었다. 그중에서 1년 차에 맡게 된 사업은 교육 사업이었다.


아무래도 개발도상국 특성상 아이들의 교육도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 교육 전반적인 인프라 지원 및 프로그램 지원 사업이 중요했다. 그래서 C간사님과 함께 지역 마을에 도서관 건립 지원 사업을 함께 진행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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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갔을 때는 이미 도서관은 지어져 있었고, 도서관에 들어갈 책과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단계였다. 그래서 사업 과정도 배울 겸 같이 모니터링을 열심히 다녔었다.


열심히 진행 상황 확인 중인 Mana C. 참고로 동티모르에서는 남성을 Maun(마운), 여성을 Mana(마나)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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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소에는 현지 직원 아저씨들이 세 분(코스토디오, 페드로, 콘스타)이 계셨는데, 나는 1년 차에는 주로 코스토디오 아저씨와 함께 일을 했었다.


코스토디오 아저씨는 함께 하는 시간 동안 가끔은 동생, 가끔인 친구 또 가끔은 아들처럼 나를 대해주셨다.


이때까지도 여전히 동티모르어를 공부하는 중이라 80%는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이었지만, 아저씨는 오랜 한국인들과의 경험이 있어서 한국어 단어도 조금씩 섞어서 내가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해 주셨다.


아저씨 오토바이 뒤에 타서 사업지까지 가는 길에 나누었던 아저씨와의 대화는 지금도 잊을 수 없고, 너무나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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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이때는 뭔가 기분이 좋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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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 길에는 늘 동네 운동장을 가로질러 다녀야 했는데, 아침과 해 질 녘 풍경이 너무나 예뻤다.


동티모르에 지내면서 가장 좋았던 기억은 하늘이 너무 아름답다는 건데, 확실히 한국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그런 하늘이었다.


이날도 퇴근길 풍경이 너무나 예뻐서 사진으로 기록해 놓았고, 한동안 엄마의 프로필 사진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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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일하고 퇴근 후 일상은 굉장히 단순했다.


2016년 당시만 하더라도 인터넷이 너무 느려서, 신규 파견되는 간사들에게 필수 품목 중 하나가 각종 영화, 드라마, 예능을 가득 눌러 담은 외장하드였다. 파견 초반에 현지어를 못해서 퇴근 후에 어디 나가기 어려웠을 때 혼자 주로 영화를 보내면서 시간을 보냈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후에는 동네 꼬맹이들과 헌트 조직을 만들어서 동네방네 돌아다니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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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가끔 소장님께서 퇴근 후에 집으로 초대해 주셨는데, 소장님 집에도 수컷 고양이 한 마리가 있었다. (갑자기 생각하려니 이름이 떠오르지 않는다...다음에 수소문해서 적어줄게...미안해.)


우리 집 멍구와는 남매 사이였는데, 어쩌다 보니 두 집으로 분양이 됐다고 했다. 확실히 수컷이라 우리 멍구와는 다르게 먹성이 장난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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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너무나 할 일이 없는 날은 집 앞 구멍가게에서 실을 사서 팔찌도 만들어보곤 했었다.


혼자 소파에 앉아서 실 돌돌 말고 있던 내 모습이 떠오르니 좀 애처롭긴하다...


아무튼 오늘의 에피소드도 이렇게 마무리.


EP.12를 마치며.


글을 쓰면서 문득 아저씨의 얼굴을 보니, 반사적으로 눈시울이 붉어졌어요. 동티모르에서 지내면서 너무나 많은 사랑을 받았었던 거 같아요. 단순히 외국인이 아니라 정말 가족처럼 저를 받아주셨거든요.


특히 아저씨들이 한국에서 경험할 수 없는 많은 경험을 저한테 선물해 주셨어요. 나무 타는 법, 코코넛 자르는 법, 닭 잡는 법, 말 타는 법 등


최근에 정말 오랜만에 코스토디오 아저씨의 둘째 딸 데따와 DM으로 소통하며 가족들의 안부를 들었는데, 다행히 다들 잘 지내고 계신다고 해서 마음이 편안했어요. 하루빨리 다시 만날 수 있는 날을 고대하며 오늘 글도 마무리해 볼게요.


지난 에피소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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